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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10월 10일 당창건 기념일을 맞아 배급제가 재개된다.
평양에 사무소를 두고 있는 세계식량계획(WFP)은 2일 북한 당국이 시장에서 곡물 판매를 금지하고 식량공급소에 식량 배분을 담당하도록 조치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DailyNK는 배급제 복귀 소식을 지난 달 초 보도한 바 있다.
그럼 북한에서의 식량배급은 어떠한 목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살펴보자.
출신 성분과 직종에 따라 차별 배급
Q) 식량배급제 복귀의 목적은 무엇인가?
북한에서는 식량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먹을 것’이 무엇보다 귀하다. 북한 주민들은 하루 하루를 먹고 살기 위한 투쟁으로 보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래 사회주의 국가의 배급제는 모두가 평등하게 산다는 ‘공동생산 공동분배’의 원칙에 따라 실시됐으나 현재 북한의 배급제는 주민 통제 성격이 강하다. 말하자면 인민의 ‘입’을 담보로 인민들을 통제하는 것이다. 2002년 7.1 조치 후 장마당을 통해 이뤄지던 식량 공급을 굳이 정부가 가져가는 이유를 다른 데서 찾기가 어렵다.
Q)직종과 직위에 따라 식량 배급량도 다른가?
당연하다. 북한에서 식량 배급은 출신 성분과 지위 고하에 따라 차별 배급된다.
식량 배급은 통상 15일마다 한 번씩 배급받는다. 15일마다 배급을 받는 계층은 인민반 공급 대상자로 도시 노동자 및 일반 주민이다. 인민반 공급 대상자들 중에서도 직종과 유해(노동 위험성) 정도에 따라 9개 급수로 나뉘어진다.
해직종(3D 직종), 중노동자는 1급수로 쌀 900g으로 가장 많이 받고, 1세 이하의 유아는 9급수로 100g으로 가장 적게 받는다. 3급수는 일반 노동자, 5급수는 고등중학생, 7급수는 연로보장자(노인), 가두여성(주부) 등이 있다.
현재는 5등급으로 나뉘고 최고 등급인 5등급은 500g, 최하 등급인 1등급은 100g을 배급하고 있다.
Q)당간부 등 소위 ‘특권층’에 대한 식량 공급은 일반 주민과 어떻게 다른가?
일부 특권층으로 분류되어 있는 정기공급 대상자는 군, 당 간부가 대부분이며 김정일의 사생활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은 최고 특권층으로 매일 공급 받는다. 정기 공급은 출신 성분과 지위에 따라 1주, 2주, 월로 구분해 배급하며 배급량과 배급되는 식량의 종류도 차이가 난다.
매일 공급 대상자는 당중앙정치국 정위원, 후보위원, 중앙당 부장, 김정일 사진사, 재봉사, 이용사 등이 있다. 1주 공급 대상자는 중앙당 부부장, 정무원 부총리, 고급장교(호위담당), 인민무력부, 사회 안전부 장령급이 있다. 2주, 월별로 공급되는 대상자는 중앙당 지도원, 정무원 각 부처 국장, 최고인민회의 부의장 등이다.
2002년 탈북한 박철웅씨(함북 회령 출신)는 “인간이면 누구나 배고픈 것인데 간부들에게 많은 식량이 배급된다”며 “식량난으로 가장 먼저 배급이 끊긴 것은 일반 인민이다”라고 배급체계의 부당함을 토로했다.
Q)식량 배급 절차는 어떻게 이뤄지나?
까다로운 배급 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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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장용 식량배급표(좌), 일반식량배급표(우) |
북한에서 식량 배급은 소속 직장 경리부에서 지급하는 식량배급표를 통해 배급된다. 식량배급표를 받아 각 지역에 리, 동 배급소에서 배급표를 내고 식량을 사는 것이다. 쌀 배급소는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1000-1200세대 당 1개소씩 설치되어 배급한다.
식량 배급표는 식량배급카드에 의해 배급된다. 식량배급카드 가로에는 아침, 점심, 저녁을 의미하는 칸이 있고 세로에는 날짜를 표시하는 세로 15칸이 있다. 15칸 중 한 칸이 식량 배급표 한 장을 의미한다.
식량 배급 카드는 시, 군 행정경제위원회 양정과에서 출생신고와 함께 신규 발급되어 평생 동안 출생증, 공민증, 노동수첩과 함께 따라 다닌다.
행정위원회 양정과에서 발급받은 식량배급카드를 갖고 소속 직장에서 지급되는 식량배급표를 받아 배급소를 매월 한번씩 방문해야 한다. 만약 분실하게 되면 양정과의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하며 직장을 옮기게 되면 더욱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Q)직장이나 거주지를 옮길 경우 어떤 절차를 밟게 되나?
새로 옮길 기업소로부터 채용증을 받아 기존 직장의 초급 당 비서에게 제출해야 한다. 당 비서에게 허락을 받으면 동의서를 발급해 주고 거주지 시, 군 노동과에 가서 노동수첩에 확인 도장을 받고, 이어 기존 직장에 식량배급정지증명서를 신청해야 한다. 신청이 되면 15일간의 식량배급이 정지 되고 식량배급정지증명서를 새로운 직장에 제출하면 식량배급표를 지급해 준다.
그 외 거주지를 옮기거나 병원에 입원할 때에도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배급을 받을 수 있다.
99년에 탈북한 김철진(평남 순천 출신)씨는 “북한에서 배급받을 때는 식량을 준다기에 마냥 좋았으나 남한에 와서 보니 북한의 배급절차가 너무 말째다(까다롭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동할 때나 이사 갈 때도 이곳 저곳에 허락을 맡아야 한다”며 “배급 절차가 너무 복잡하다”라고 비판했다.
김용훈 기자 kyh@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