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밀주 단속 강화하자 생계 위협 받는 주민 크게 증가

이달 초부터 안전원 중심으로 밀주 단속 심화… 술 제조 세대 불시에 급습하고 관련자 노동단련대 처벌하기도

양강도 혜산시에서 메뚜기 장사 단속에 상인들이 황급하게 자리를 피하는 모습.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당국이 밀주 제조 및 유통을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주민들이 밀주 판매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어 이에 대한 반발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13일 복수의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각 지역 안전원들이 이달 초부터 밀주 집중 단속에 나섰다. 집에서 술을 제조하는 것으로 의심될 경우 해당 세대를 급습하기도 한다는 전언이다.

함경남도 소식통은 “도내 안전원들이 술을 만드는 주민 세대에 갑자기 들이닥쳐 온 집을 검열하고 술을 만드는 모든 재료를 압수하고 있다”며 “단속된 주민들은 안전부에 끌려가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밀주를 제조하거나 유통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노동단련대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함경남도에서는 강력한 밀주 단속을 실시하기에 앞서 지난달 말 인민반을 대상으로 밀주 제조 및 유통 금지에 대한 회의를 진행하고 안전원 단속이 시작될 것이라는 포치(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사전 경고에도 불구하고 밀주 유통 행위가 지속되자 최근에는 주민 세대를 불시에 방문하는 기습 검열까지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6일 북청군에서는 안전원 두 명이 밀주 제조 현장을 급습해 술 20kg을 몰수하고 밀주업자를 체포해가는 일이 발생한 바 있다.

이 밀주업자는 오전 10시경 안전부에 끌려가 5시간 동안 조사를 받고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9일에는 홍원군의 한 동네에서 술을 제조해 팔던 주민 4명이 단속돼 각각 10kg 이상의 술을 압수당했으며 모두 안전부에 끌려가 ‘다시는 술을 만들어 판매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돌아왔다고 한다.

평안남도 소식통도 “개천시와 덕천시 등 탄광 지역에서도 최근 밀주 단속이 심해졌다”며 “이 지역은 술을 뽑을 때 연료로 사용하는 석탄을 쉽게 구할 수 있어서 밀주를 많이 만드는데, 요즘 단속 때문에 만들지도 팔지도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가정에서 개인이 술을 제조하는 행위를 비사회주의로 규정하고 있다. 술을 만들 때 쌀이나 옥수수 같은 식량이 사용되는데, 이는 식량 낭비 행위라는 게 이유다.

그러나 가정에서 가장 쉽게 만들어서 팔 수 있는 식품 중 하나가 술이기 때문에 밀주 생산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주민이 꽤 많은 것으로 확인된다.

더욱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술은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주민들은 값싼 밀주를 선호한다고 한다.

밀주를 찾는 수요가 있기 때문에 당국의 단속에서도 불구하고 개인 술 제조와 유통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최근 북한 시장에서 쌀, 옥수수 등의 식량 가격이 급등한데다 밀주 단속이 강화되면서 밀주업자들이 생계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한 밀주업자는 “술을 만들어 팔면서 생계를 겨우 유지하는데 그걸 못하게 하면 앉아서 죽으라는 말과 같다”며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술을 만들어 파는 방법 밖에 없는데 그것마저 못하게 하고 단속에 걸리면 노동단련대로 보내겠다고 하니 앞이 캄캄해서 숨이 쉬어지지 않을 정도”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