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밀수꾼-도매상 갈등 격화…총격에 양측 모두 목숨 잃기도”

[국경봉쇄 1년②] 中에 대금(代金) 보내놓고 물건 못 받은 도매업자들, 빚 독촉에 시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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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군인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 일대 북한 국경경비대 군인들. 기사와 무관.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지난해 1월 22일, 북한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를 이유로 국경을 봉쇄한 1년 동안 중국과 상거래를 하는 상인들도 가슴을 졸여야 했다.

중국 대방(무역업자)에게 미리 물건값을 보내 놓고 상품을 못 받은 상태에서 국경이 막히자 발만 동동 구른 도매상들이 한두 명이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도매상인들은 중국 대방과 직접 거래를 하는 북한 밀수꾼들을 통해 물건을 받기 때문에 봉쇄 이후 상인과 밀수꾼 간 갈등은 심각한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됐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실제로 최근 중국산 수입 물품을 유통하는 도매상과 그 가족이 밀수꾼과 선수금 문제로 다툼을 벌이다 총상을 입고 사망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데일리NK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평안남도 덕천시에서 중국산 전자기기와 농기계 및 농업용 비닐 박막 등을 수입해서 유통하는 도매업자 A 씨와 그의 남편, 남동생 등 3명이 양강도 혜산에 거주하는 밀수꾼 B 씨의 가정집으로 들이닥쳤다.

이들은 밀수꾼 B 씨에게 1년 전 지불한 선수금을 당장 갚으라며 돈을 내놓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사실 이 A 씨와 B 씨의 갈등은 봉쇄 후 1년 동안 지속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물건을 가져오든지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A 씨에게 B 씨는 “국경만 열리면 중국 대방이 바로 물건을 보내주겠다 했으니 걱정말고 기다리라”며 설득과 회유를 계속해왔다.

지난달에는 B 씨가 A 씨에게 중국 대방과 직접 전화연결을 해주면서 물건을 보내겠다는 중국 대방의 약속을 재차 확인해주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A 씨도 무작정 국경봉쇄가 해제될 날만 기다리고 있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선수금을 개인 사업비가 아니라 다른 소매상들에게 빌린 돈으로 지불했던 터라 지속적인 빚 독촉에 시달렸다고 한다.

참다 못한 A 씨가 남편과 남동생까지 앞세워 물건이 안 되면 집기라도 들고 나오겠다는 결심으로 B 씨의 집으로 찾아간 것이다.

결국 이날 이들의 갈등이 몸싸움으로 번지자 B 씨는 자신이 잘 알고 지내던 국경경비대 군인들에게 연락했고, 무장한 군인 7명이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현장에 도착했다.

처음에 군인들은 싸움을 말리려고 했지만 A 씨와 그 가족들이 거칠게 대항하자 결국 총을 겨눴고 A 씨와 남편, 남동생 모두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도매업자와 밀수꾼의 갈등이 총격 사건으로 끝나자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주민들은 “언젠가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알았다”면서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국경이 닫힌 후 1년 동안 밀수꾼들과 장사꾼들 간에 싸움이 계속 있었다”며 “하루라도 빨리 국경이 안 열리면 이런 살인 사건이 또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기(북한 내부) 상황은 매우 혼란하다”며 “사람들이 더 이상은 못 기다린다, 당장 문(국경)이 안 열리면 직접 탈북해서 중국에 가서 돈을 찾아오겠다는 말까지 한다”고 전했다.

*편집자주 : 북한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을 봉쇄한지 1년이 지났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1월 22일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을 금지한 이후 열차, 항공, 육로 등 북한으로 들어가는 모든 길목을 차단했습니다. 국경봉쇄로 북한의 무역 거래량은 급감했고, 이는 주민들의 생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됩니다. 국경봉쇄 후 1년이 지난 지금 주민들의 경제적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시장의 상황과 중국과 직접 거래를 해왔던 유통 상인들의 모습을 2회에 걸쳐 전해드리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