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국경봉쇄 1년] “수입 ‘뚝’…시장 덕에 겨우 생활 유지”

北 상인“운영시간 단축·이틀에 한번 장사 등으로 수입 급감...봉쇄 빨리 풀렸으면”

지난 2018년 10월경 촬영된 평안남도 순천 지역의 시장 풍경. 완장을 차고 순찰을 돌고 있는 시장 관리원이 눈에 띈다. /사진=데일리NK 내부소식통

북한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명목으로 국경을 봉쇄한 지 만1년이 넘었다. 항공과 열차, 육로 등 북한으로 드나드는 모든 경로가 차단되면서 주민들은 그야말로 ‘생존’을 걱정하게 됐다. 장에 내다 팔아야 할 물건을 들여올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돈 벌 수 있는 수단 자체가 갑자기 사라졌다는 뜻이다.

실제로 국경 봉쇄가 시장에 미친 영향은 상당히 컸다. 파장은 곧바로 물가 상승으로 나타났다. 봉쇄 후 약 2주만에 밀가루는 47%, 콩기름은 68%, 사탕 가루(설탕)은 22% 상승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물가 상승에 시름하는 북한 주민들… “국경 폐쇄가 진짜 제재”)

물가 폭등으로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자 당국은 쌀, 콩기름, 설탕 등을 시장에 풀기도 하고 상인들에게 가격 상한선을 제시하며 물가 통제에 나섰다. 하지만 인민생활 안정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는 역부족이었다.

1년간 물량 부족과 물가 상승, 시장 단속 강화 등으로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은 북한 시장 상인들. 데일리NK는 식료품 장사를 하는 한 북한 주민에게 현재의 상황을 물었다.

북한 함경북도 나선시 시장에서 주민들이 장사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아래는 북한 시장 상인 정 모 씨와의 일문일답]

– 국경 봉쇄 전과 후, 북한 시장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은 시장 운영 시간이 짧아졌다는 것이다. 현재 시장 운영시간은 오후 2시부터 6시까지다. 지난해 4월부터 시간 제한이 이뤄졌다. 4시간 안에 장사를 끝내야 한다는 게 너무한 처사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손에 들어오는 수입이 줄어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은 매일 장사를 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시장에 다니는 사람들을 줄이기 위해서 장사꾼들도 이틀에 한번씩만 장에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장사하는 사람들도 상황에 맞춰 적응을 하고 있다. 시장에 꼭 나가지 않아도 집에서 전화로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가져다 달라고 하기도 한다. 하루에 시장 여는 시간이 4시간 밖에 안되지만 살 사람들은 이 시간에 맞춰 다 사간다. 그래도 봉쇄 전보다는 돈을 적게 번다.”

– 최근에도 북한 당국이 시장 통제에 관련한 조치를 하달했나.

“최근에는 시장에 대한 특별한 지시는 없었다. 다만 비루스(바이러스) 때문에 매일 단속한다. 시장에 들어갈 때 사람들 체온을 잰다. 열이 나는 사람은 절대 입장할 수 없다. 특히 음식 장사를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체온 검사를 한다. 시장관리소 장부에 체온을 기록하고 허락을 받아야만 그날 장사를 할 수 있다. 음식 장사를 다 준비해 왔다가 열이 나서 그냥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 국경 봉쇄 이후 중국에서 물품 수입이 안되면서 시장에서도 중국산 식자재, 옷, 공산품 등을 찾기 어려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요즘 시장에서 특히 구하기 힘들어진 품목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수입 정품약을 찾아보기 어렵다. 약을 찾는 사람들은 많은데 물건이 없어서 못 판다. 중국산 맛내기(조미료)나 사탕 가루(설탕) 등은 상품 가격이 많이 올라 있어도 안 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약은 감기약, 설사약, 항생제 등 종류를 막론하고 상품 자체가 없어서 사람들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조선치(국내산) 약도 가격이 많이 올랐다. 시장에서 약 사기가 제일 어렵다고들 한다.”

– 반대로 요즘 시장 매대에 가장 많이 올라오는 품목은 무엇인가.

“사람들이 먹고 사는데 신경을 많이 쓰기 때문에 식료품을 많이 산다. 요즘은 쌀이 눅어서(싸서) 한 해 동안 먹을 식량을 미리 사두는 사람도 있다. 2월 넘어가면 6월까지는 쌀 가격이 높아지기 때문에 여유가 조금 있는 사람들은 지금 쌀을 사들인다. 그리고 최근 육류나 남새(채소)를 비롯해 산나물도 많이 팔린다.”

– 북한 당국이 인민생활 안정을 위해 쌀 가격을 통제하기도 하고 싼 값에 쌀을 제공하면서 봉쇄 전과 비교할 때 쌀 값은 하락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쌀 값 안정이 인민들 생활에 도움이 되고 있나.  

“그래도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사람들 생활이 이전만큼은 못되지만 쌀 가격이라도 내리니 다행이라고 한다. 시장에서도 쌀로 하는 음식들이 많아졌다. 떡이나 순대 같은 음식들이다. 떡은 4000원, 순대 7000원, 강냉기 꽝튀기 5000원, 강냉이엿이 4000원 정도이니 가격도 봉쇄 전과 비슷하다. 그나마 시장이 있으니 사람들이 나름대로 내다 팔면서 돈을 벌고, 사다 먹고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빨리 봉쇄가 풀리고 이전처럼 장사할 수 있게 되길 바랄 뿐이다.”

*편집자주 : 북한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을 봉쇄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1월 22일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을 금지한 이후 열차, 항공, 육로 등 북한으로 들어가는 모든 길목을 차단했습니다. 국경봉쇄로 북한의 무역 거래량은 급감했고, 이는 주민들의 생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됩니다. 국경봉쇄 후 1년이 지난 지금 주민들의 경제적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시장의 상황과 중국과 직접 거래를 해왔던 유통 상인들의 모습을 2회에 걸쳐 전해드리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