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로 북한의 석탄 수출이 전면 금지되면서 무역회사들이 마약 생산과 판매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국이 하달한 외화벌이 과제를 수행해야 하지만 다른 품목들이 차단되자 어쩔 수 없이 손쉽게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마약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이야기인데요. 오늘은 설송아 기자와 함께 마약시장 상황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설 기자, 먼저 최근 흐름에 대해 전해 주시죠.
기자: 석탄과 주요 광물의 수출을 전면 금지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의 영향으로 북한 내에서 마약의 생산·판매·소비가 한층 더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석탄수출로 외화를 확보하던 무역회사들이 마약으로 외화벌이를 대체하기 때문입니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10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올해 2월부터 시작된 강도높은 대북제재로 큰 타격을 입었던 석탄 관련 무역회사나 시장에 참여했던 주민들은 수출 재개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며 “하지만 미사일발사로 석탄수출량이 완전 차단됐다는 소식에 (무역회사의)마약생산과 밀매 움직임이 재개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진행 : 앞으로 석탄 수출이 완전히 금지되면 외화 확보가 더 어려워 질 것이라는 판단 아래 마약 판매로 눈을 돌리는 것이군요. 자세한 상황 설명해주세요.
기자: 현재 북한 당국의 움직임을 보면 자기 무덤을 파는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데요. 미사일 발사로 막대한 외화를 낭비하고 핵강대국을 이뤘다고 김정은 위대성 선전을 하는 것은 그렇다고 칩시다. 그러나 경제 재재를 피하기 위해 자국 내 불법시장을 조장하는 것은 결국 사회를 병들게 하는 자해현상입니다. 북한이 마약 강대국이 될 수록 김정은 체제는 안으로부터 무너지게 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다시말해 초강경 경제제재로 북중무역이 제한되더라도 국가에 바치기 위한 외화벌이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지속되어야 합니다. 김정은이 늘 말하는 자강력이 이런 상황에서 더 강조되는 것이죠. 결국 자체의 힘으로 생산이 가능한 마약 판매를 늘려서라도 외화 상납을 하라는 간접적 지시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마약생산은 사법기관과 권력의 비호 없이는 엄두조차 낼 수 없는데요. 원자재 조달부터 생산과정등 유통까지 간부들이 연루된 시스템입니다. 이러한 조직들이 거미줄처럼 국경지역까지 장악하면서 유통·판매·소비가 이뤄집니다.
진행: 체제 유지를 위해 선택한 핵미사일 개발이 결국은 북한 사회 내부를 와해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인데요. 그렇다면 북한 내 마약 원료의 유통 과정은 어떻게 됩니까?
기자: 소식통에 의하면 필로폰의 주요 원자재는 페초라고 불리는 페닐초산입니다. 한국에서는 초산페닐로 불리우는데요. 흰 결정을 가진 페초 원료는 단동-신의주세관을 통해 밀가루로 위포장하거나 밀수로 들여옵니다. 세관원들도 외관 상으로는 페닐초산 성상을 분간할 수 없어 거의 대부분 통과된다고 합니다.
소식통은 “마약의 주요 원료인 페초는 무역회사 간부들이 중국에서 밀구입해 밀수입하고 있으며 (북한으로)들어온 다음 생산자에게 판매되어 얼음(필로폰)이 생산되고 있다”며 “중국세관 검사와 단속이 강화되어 페초가 들어오지 못할 경우는 평성과학원에서 사용되는 화학제품들이 암매매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 국가 과학연구기관인 평성과학원이 마약시장에 참여한다는 이야기인데, 충격적인 실태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북중 밀무역까지도 막혀 페닐초산이 수입되지 못하면 평성과학원에서 화학실험자재로 사용되는 시안벤질린이 대신 사용된다고 합니다. 페초의 생산원료가 바로 시안벤질린인데, 화학공학자들이 독학으로 합성반응 제조법을 배워 원료를 만드는 것입니다.
한편, 마약 생산지로 알려진 함흥시와 순천시는 화학공업도시라는 공통점이 있는데요. 순천시가 평성과학원과 인접했다면 함흥시에도 역시 과학연구분원이 있습니다. 또 순천시에는 리수복화학공업대학, 함흥시에도 함흥화학공업대학이 각각 자리잡고 있습니다. 수십 년간 합성화학을 전공한 기술자들이 모여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마약 생산 기지로 자리잡게 된 것입니다.
최근에는 순천제약공장과 함흥시 흥남제약공장 원료들도 마약을 생산하는 첨가제로 유출되면서 마약원자재시장 유통도 분업화 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진행: 무역회사와 국영공장, 과학연구기관까지 거대한 마약 생산 시장으로 얽혀 있는 셈이군요. 원자재 가격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기자: 평안남도 평성시 소식통에 의하면 평성과학원에서 사용되는 시안벤질린은 드럼통에 200kg씩 밀봉되어 있는데요. 과학원에서 직접 받는 가격은 1만달러, 생산지(순천)에서 도매로 판매되는 가격은 1만5천달러라고 합니다.
암매매 과정을 보면 과학원 간부들과 결탁해 원료를 유출하고 있는데요. 당연히 검찰이나 보위부 간부들이 뇌물을 받고 뒤를 봐주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북한 사회 전체로 보자면 마약 생산시장은 간부·돈주들이 독점했다면, 판매는 중산층, 소비는 일반주민 계층까지 확대되어 이뤄지는 구조가 형성이 됐는데요.
김정은이 미사일에 집착할수록 대북제재는 더 강해질 수밖에 없고, 당국의 외화벌이 압력으로 인한 마약시장은 더 확장될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마약 시장에 참여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당국이 제공하고 있는 것입니다.
진행: 김정은의 핵미사일 도발로 추진되는 대북제재로 북한이 불법국가로 전락할 것 같아 우려스럽네요.
기자: 며칠 전 아세안지역안보포럼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리용호 북한 외무성이 핵 미사일발사 정당성을 강변할 때 개인적으로 황당하기까지 했습니다. 북한식으로 ‘젊은 장군님’의 배짱까지는 좋은데 그 후유증으로 나라가 어디로 갈지가 걱정입니다.
지금 상황은 중국의 아편전쟁 당시와 유사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중국인들의 아편 중독은 영국으로부터 유입된 아편의 영향이었지만 북한의 마약 중독은 자국에 의한 것이라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그것도 나라의 운명을 책임진 김정은과 그 지도부가 주범이라는 것이 누가 봐도 분개할 상황입니다. 마약 생산이 증가하면서 주민들의 마약 중독 문제 역시 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소식통은 “미사일 발사이후 (북한이) 고립되어 자강력을 강조할수록 외화벌이의 방향은 나라 자체를 비법국가로 유인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사법기관들이 마약의 시장화를 뇌물 축적 기회로 삼아 돈벌이를 하고 있어 안팎으로 부정부패가 사회를 좀 먹고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