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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당국이 올해 안에 신의주뿐 아니라 평안남도 남포시까지 경제특구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익명을 요구한 북한 무역회사의 모 간부가 23일 전했다.
중국 단동(丹東)에 파견된 북한 무역성 산하 K무역회사의 고위 간부 김모씨(51세)는 “현재 (북한이) 직면한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올해 안에 신의주와 남포를 경제특구로 만드는 것에 대한 중앙당의 내부방침이 결정된 상태”라며, “발표 시기와 내용은 장성택 제1부부장이 귀국하는대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씨와 인터뷰 내용(무역간부의 표현은 그대로 표기).
신의주, 남포 경제특구는 중앙당 내부방침
-북한에서 경제특구가 추진되고 있다는 소문이 사실인가?
“사실이다. 신의주와 남포에 대한 경제특구 추진에 대한 중앙당의 내부 방침이 거의 결정되었다. 공식발표만 미루고 있을 뿐이다. 장성택 제1부부장이 귀국하면, 특구 계획안과 발표 시기가 결정될 것이다.”
-언제쯤 공식 발표가 있을 것으로 보는가?
“신의주와 남포는 올해 안에 발표될 것으로 본다. 신의주와 남포에 대한 계획을 동시에 발표할지 신의주에 대한 계획을 상반기에 발표하고, 남포에 대한 계획을 하반기에 발표할지는 장성택 제1부부장 귀국 후 논의될 것 같다”
-중앙당 내부 결정이 언제쯤 있었나?
“이건 짐작인데, 장군님(김정일)께서는 이미 해가 바뀌기 전(지난해 말)에 결심을 세우신 것 같다. 장군님께서 결심을 세우셨으니 1월에 중국에도 다녀가신 것이고, 장성택 부부장도 중국에 보내신 것 같다. 장군님께서 중국에 다녀가신 후로 중앙에서 외국과의 합영, 합작 사업을 더 다그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경제특구에 대한 내용도 전달됐다. 자세한 점은 더 말하기 곤란하다”
“장성택, 전면에 나설 것”
-장성택 부부장의 당 복귀와 중국방문이 경제특구 추진과 관련있나?
“다시 말하지만 전부터 결심을 굳히신 것이 확실하다. 그러니까 장성택 부부장을 다시 부르신 것이고… 중앙당에서는 앞으로 특구를 꾸리는 사업뿐 아니라 경제문제 전반을 장성택 부부장이 틀어쥐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제문제라면 내각의 박봉주 총리도 있지 않은가?
“글쎄, 그런 문제가 우리 공화국(북한)은 다른 나라와 좀 다르다. 박봉주 총리는 실제로 별 힘이 없다. 이런 일이 있었다. 한번은 군대에서 석탄을 캐서 중국에 수출하는 문제를 박봉주 총리가 장군님께 제기했다. ‘인민경제에 사용할 석탄도 부족한데 군대에서 자꾸만 석탄을 중국에 내다 파니까 나라 살림이 더욱 어려워진다’고 제기한 것이다. 그러자 장군님께서 ‘그러면 안 된다’는 응답을 주셨다. 이 말을 들은 박봉주 총리가 직접 군대쪽을 찾아가 석탄판매를 중단해달라고 요구했는데, 군대 쪽에서는 “우리는 장군님께 그런 지침을 받은 적이 없다”며 ‘인민군대에 모든 것을 첫 번째로 보장해줘야 한다’는 문건을 보여주더라는 것이다. 그후로 박봉주 총리는 군대에 대해서 아무것도 제기하지 못했다고 한다. 우리 공화국의 총리는 다른 나라의 총리들과는 많이 다르다. 힘이 별로 없다. 지금도 중국에 나가는 석탄의 절반은 군대쪽에서 수출하는 것으로 추측하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신의주와 남포가 경제특구로 내정된 이유가 궁금하다.
“신의주야 중국과 워낙 가까우니까 설명이 필요없을 것이고, 남포는 한국과 다른 나라들의 자본을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해 검토된 것 같다. 앞으로 우리 공화국은 중국 자본뿐 아니라 한국, 미국, 일본 등 세계 모든 자본을 다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다. 사실 라진-선봉을 경제특구로 꾸릴 당시에는 한국자본은 아예 안중에 없었다. 2002년 신의주 특구를 추진할 때도 우리는 중국만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이제 우리 공화국에서는 한국의 자본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고, 모든 국가의 투자를 기대하고 있다. 또 한가지, 저번(2002년 신의주 특구 무산)에 이놈(중국)들이 우리를 한번 망신주지 않았나?(웃음). 그래서 이번에는 신의주와 남포 두 곳을 추진하는 것 같다”
남포를 거점으로 한국자본 유인할 것
-그렇다면 남포 경제특구 추진은 한국 자본을 염두에 둔 것인가?
“한국 자본을 중점적으로 고려한다는 것이지, 한국 자본만을 유치한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공화국은 어떤 자본이라도 다 환영할 것이다. 경제특구의 기본 토대(조건)로만 보면 사실 신의주보다 남포가 더 훌륭하다. 남포화력발전소를 비롯해서 전기공급 능력도 괜찮고, 청년영웅도로가 있으니 평양과 바로 통하고, 개성, 신의주와 도로사정도 좋다. 교통의 요충지이면서도 남포항을 통해 바닷길도 보장된다. 작년 가을에 남포항에 현대식 짐함(컨테이너)부두 시설까지 꾸렸다. 남포를 경제특구로 꾸리면 개성공단도 더 커질 것이다. 내일 당장 (북한정부의) 특구 발표가 나도 곧바로 작동될 수 있는 곳이 바로 남포다.”
-남포에 대해 좀더 설명해달라.
“공화국의 첫째 도시는 수도 평양이다. 그 다음이 어디인지 아는가? 바로 남포다. 남포는 수령님(김일성)께서 살아계실 때부터 국가적으로 잘 키워온 도시다. 서해갑문과 청년영웅도로라는 국가적 사업을 벌여왔으며, 지금도 조금만 투자하면 바로 일어설 수 있는 연합기업소들이 주변에 많다. 주민들의 성분이나 생활수준도 평양과 비슷한 수준이다. 인구나 면적으로 보면 청진이나 신의주가 더 크지만, 집값은 남포가 훨씬 더 높다. 고난의 행군 시절(대아사 기간)에는 ‘그래도 남포에 가면 얻어 먹을 것이 있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다”
“남포는 수준급 도시”
-남포는 2004년 1월에 ‘직할시’에서 ‘특급시’로 격하되었다. 경제특구로 지정되면 다시 ‘직할시’로 승격되나?
“이치상 ‘경제특별구역’으로 지정되면 중앙당의 직할 통치를 받는다. 평남도당 차원에서 경제특구를 추진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니까. 그런 행정조치는 좀더 두고 봐야 한다.
남포가 몇 년전에 ‘특급시’로 격하되어 다시 평안남도로 편입된 것은 다 그만한 사연이 있었다. 그때 남포직할시 당비서가 리영복이었는데, 한마디로 말해 장성택 부부장이 뒤를 봐주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2003년 하반기에 장성택 부부장의 분파행위가 중앙당 차원에서 제기되자, 평안남도 도당일꾼들이 리영복이 국가의 재산을 횡령하고 있다고 장군님께 신소를 올린 것이다. 남포는 항상 외국의 원조물자가 넘치는 곳이니까 평안남도 도당에서 늘 눈독을 들여왔다. 그러다가 장성택 부부장이 온전치 못할 것 같으니까 그 아래 있던 리영복을 물고 늘어진 것이다. 결국 화가 난 장군님께서 장성택과 함께 리영복도 철직(해임)시키고 남포를 ‘특급시’로 격하시켜 평안남도로 편입시키라고 지시하신 것이다”
-남포는 평양과 가깝다. 남포를 통해 자본주의 바람이 평양까지 침투하면 어떻게 하나?
“사실 중앙당에서도 그 점을 가장 걱정했다고 들었다. 하지만 현재 공화국의 경제문제가 상당히 어려운 실정이고… 그래도 남포시민들이야 모두 성분도 훌륭하고 일정한 사상수준에 있기 때문에 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경제적으로야 한국이 우리보다 앞선다는 것은 일반 백성들도 다 아는 사실이니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
-북한에 투자를 권유할 때 어떻게 설명해주는가?
“조선(북한)은 지금 경제가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조금만 투자해도 큰 돈을 벌 수 있다. 한국사람들이 중국에 와서 투자를 많이 하는데 솔직히 중국사람들에게 노임을 얼마나 주고 있나? 조선에서는 한 달에 20달러만 줘도 일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줄을 설 것이다. 지금 조선에서는 1달러면 입쌀 3-4kg를 사고도 남는다. 이렇게 노임이 싸니까 얼마나 좋은가? 건설자재도 아주 싸다. 몰래 파는 가격으로 시멘트 1톤이 20달러도 안 된다.”
“후계자 문제로 정치불안 없을 것”
-북한당국의 지나친 통제 때문에 투자를 꺼리는 사람도 많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 우리 국가에서부터 바뀌었다는 점을 알아달라. 한국사람들의 경우 한국정부의 허가만 받아오면, ‘구두계약’ 단계에서도 신의주에 들어 올 수 있다. 우리 정부에서 그렇게 비자를 내준다. 중국에서도 전화 한 통화면 무역성 간부들과 바로 통화할 수 있다. 지금 연결해 줄 테니 통화해보겠나? 토론이 더 진척되면 투자할 장소도 맘껏 둘러볼 수 있다. 이런 일들은 우리 무역일꾼들이 알아서 다 해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또 문제가 생겨서 높은 사람을 만나 토론이 필요하면 원하는 사람(간부)를 불러 놓고 마음대로 이야기할 수 있다. 노동자를 뽑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돈 있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안정된 곳에 투자하기를 원한다. 북한의 후계자 문제로 정치가 혼란스러워질 가능성은 없나?
“전혀 없다. 내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큰 자제분(김정남)은 몇 년 전에 일본에서 사고를 저질러서 지금은 장군님께서 가까이 하지 않으신다고 한다. 다른 두 분은 아직 나이가 너무 어리고… 장군님께서 아직 건강하시고 밤낮으로 국가 일을 돌보고 계시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경제특구 추진이 미국의 금융제재와 연관이 있는가?
“나는 경제일꾼이다. 그런 정치문제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중국 단둥(丹東) = 권정현 특파원kjh@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