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달 하순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개최한다고 공표하면서 이번 회의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연말 시한’이 다가온 상황에서 전원회의가 개최되는 만큼, 이른바 ‘새로운 길’의 방향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현재 북한 내부적으로는 전원회의에서 천명할 ‘새로운 길’과 관련해 이미 두 가지 노선이 마련된 상태로 전해졌다. 다만 둘 중 어떤 노선을 천명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미국의 태도에 달려있어, 회의에 앞서 진행될 북미 간 접촉 결과에 따라 새로운 전략 노선의 향배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11일 데일리NK에 “우리 당은 12월에 당, 국가, 군대 전반에 걸친 연간 결산과 정치행사를 계획하고 있었으나, 당 중앙위원회의 중대한 결심에 따라 12월 전원회의 소집을 대내에 알렸다”며 “그 회의에서 어떤 입장을 천명할 것인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연말 미국의 획기적인 태도와 제안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번 회의를 통해 대내외적으로 천명할 ‘입장’은 두 가지로 나뉘어 있다는 전언이다. 이는 북한의 요구대로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는지 아닌지에 따라 갈리는 것으로, 사실상 현재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렀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를 모두 상정해놓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소식통은 “일단 내적으로 마련한 두 길 중 하나는 ‘자력부강, 자강력 강화, 자강번영의 길로 변함없이 가겠다’라는 것”이라며 “이는 핵과 대륙간탄도로케트(미사일) 보유국이자 우주강국이라는 점을 공고히 하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과의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에 취할 노선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경우 인민 생활 향상과 경제건설 국면에서 대북제재 장기화를 감내해야 한다는 난관이 존재해 내부 주민들을 설득하고 결속을 꾀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민생과는 동떨어진 핵능력 고도화 전략에 주민들의 불만이 표출될 가능성이 있고, 이에 따라 당이 강조하는 ‘일심단결’에도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북한 당국에게도 큰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인민 생활도 중시하면서 군수 분야를 계속 강화하려면 제국주의 연합세력들의 제재를 극복하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이 길로 간다면) 꾸바(쿠바)식도, 윁남(베트남)식도, 중국식도 아닌 우리식의 경제발전 전략으로 관광산업을 중심으로 틀어쥐고 가는 경제계획 구조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로 북한은 현재 당 내부적으로 미국의 태도 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제재를 우회하면서 경제강국 건설의 길로 나아가는 구상도 꾀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핵을 동결하는 수준에서 미국과 타협하면서 암묵적으로는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북한의 관점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대로 상황이 전개된다면 이러한 방향의 전략 노선을 천명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당장 전면적 제재 해제는 어려울 것이라는 현실적인 판단하에 북미 협상 타결 이후 제재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경제발전을 추구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소식통은 “이는 동북아의 평화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사회주의 기치의 중심에 서 있는 공화국의 지위를 입지화하며, 단기간에 경제건설을 끌어올릴 수 있는 수많은 계획을 고무적으로 추동할 수 있는 길”이라면서도 “그러나 미국의 태도가 쉽게 변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 상황에서 북한은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나올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미국이 완전한 비핵화라는 완강한 입장을 계속 고수함에 따라 또다시 협상이 결렬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번 5차 전원회의 날짜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은 채 소집 결정서가 내려진 상황에 당의 모든 사업을 조직·지도하는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성원(상무위원·위원·후보위원)들과 당 중앙위원회 위원 및 후보위원 등 전원회의 참가 대상자들 모두 대기하고 있는 상태로 전해졌다.
앞서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4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조선혁명 발전과 변화된 대내외적 정세의 요구에 맞게 중대한 문제들을 토의 결정하기 위하여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12월 하순에 소집할 것을 결정하였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이처럼 연말에 전원회의를 소집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소식통은 이번 회의 소집 배경과 관련, “기존 셈법을 고집하면서 다른 창의적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우리 당과 정부로서도 우리식의 길을 갈 것이라는 내용을 대외적으로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