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극단적 범죄 소개하며 체제 우월성 강조…”南은 인간생지옥”

북한 당국이 국경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한국에서 일어난 극단적 범죄를 소개하며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한국의 자본주의가 모성마저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인간생지옥’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이는 북한 당국이 일부 극단적인 사례를 제시하면서 주민들의 거부감을 이끌어내 자본주의 문화가 스며드는 것을 차단하고 동시에 체제결속을 높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최근 데일리NK가 입수한 지난달 진행된 ‘연선(국경)주민 정치사업 자료’는 한국을 “인간의 정이 깡그리 마르다 못해 모성애마저 찾아볼 수 없는 남조선(한국) 사회”라고 규정, “(한국이) 우리(북한) 내부에 자본주의에 대한 환상을 조성시켜보려고 악랄하게 책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료는 이어 “남조선에서는 자식들이 인생의 모범으로 삼을 만한 고상하고 훌륭한 어머니들의 모습을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다”면서 “어머니의 본능마저도 잊어버리고 변태적이며 타락된 생활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자료는 한국내에서도 심각한 문제로 충격을 줬던 일명 ‘원영이 사건(평택 아동 살해 암매장 사건)’, ‘목사부부, 중학생 딸 살인 사건’ 등을 마치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인 것처럼 소개했다.

이에 반해 자료는 북한에 대해서는 “우리 어머니들이 지닌 모성애는 결코 한 가정의 자그마한 울타리에 국한된 모성애가 아니다”며 “자식들을 당과 수령, 조국과 인민을 위해 헌신적으로 투쟁하는 참된 인간, 혁명가로 키우는 데 자기 가정의 행복도, 강성‧번영할 조국의 앞날도 있다는 것이 우리 어머니들이 지닌 고결한 행복관이며 후대관이다”고 설명했다.

이는 체제에 충성하는 자녀들을 제대로 양성하는 게 북한 당국이 바라는 여성상이라는 점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장화에 따라 ‘생활력’이 강한 방향으로 여성상이 변화하고 있지만 북한 당국은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북한 당국은 훌륭한 어머니상을 제시하면서 자발적 기부와 헌신적 모습을 보인 사례를 소개했다.

자료는 함경북도 라선시의 안영순 씨가 “당의 후대사랑, 미래사랑을 충정을 받들어나가는 우리 시대의 참된 공민”이라고 소개하면서 “(김정일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싶어하는) 외손녀의 소망대로 금수산 태양궁전에 성의껏 마련한 많은 정성비품들을 보내주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료는 “(그가)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 건설장과 삼지연 꾸리기를 비롯한 사회주의 건설장들에도 많은 물자를 보내주었다”고 덧붙였다.

이는 같은달 진행된 강연에도 담긴 내용으로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을 독려하기 위해 ‘숨은 영웅 따라배우기’를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北, 주민에 기부·헌신 강요…”부강조국 건설에 이바지해라”)

한편, 최근 북한 매체가 한국의 사회 문제에 대한 보도를 늘리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남조선 청년들이 불행하다는 여론조사 결과 발표’, 11일 ‘언제가도 이룰 수 없는 꿈(집값 문제)’, 13일 ‘로인(노인)들의 비참한 처지’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자본주의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