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주민에 기부·헌신 강요…”부강조국 건설에 이바지해라”

北정치사업자료 입수..."백성된 도리 다해라" 애국헌납운동 유도

북한 당국이 주민들을 대상으로 경제 발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애국심에 기초한 자발적인 기부와 헌신을 강요하고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대북 제재로 통치 자금 확보에 빨간불이 켜지자 주민들의 주머닛돈을 노리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데일리NK가 입수한 지난달 진행된 ‘연선(국경)주민 정치사업 자료’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공화국(북한) 공민이라면 김정일애국주의를 소중히 간직하고 부강조국건설에 애국의 땀과 열정을 아낌없이 바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김정일애국주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시대에 새롭게 등장한 일종의 국가관이자 지도사상으로 평가된다. 김 위원장은 2012년 당 중앙위원회 책임일군들과의 담화에서 발표한 ‘김정일애국주의를 구현하여 부강조국건설을 다그치자’에서 “김정일애국주의는 사회주의적 애국주의의 최고정화” “고귀한 정신적 유산이며 실천의 본보기”라고 언급한 바 있다.

정치사업 자료는 이어 “지금 연선인민들 속에는 조국을 위하여 무엇을 바쳤는가라는 량심(양심)의 물음에 자기를 비추어보며 사회와 집단, 부강조국건설에 애국의 땀과 열정을 바쳐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양강도 혜산의 모란 상점 종업원들이 기부한 사례를 치켜세웠다.

자료는 “(혜산 모란 상점) 종업원들이 김일성‧김정일 기금기부 증서를 받았으며 모두가 애국의 마음 안고 떨쳐 나 20여t의 애국미를 나라에 바쳤다”면서 “수령님(김일성)과 위대한 장군님(김정일)의 동상을 모시는 사업에 많은 자금과 물자를 기증했다”고 강조했다.

김일성‧김정일 기금 회원이라는 선물을 제공하면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일종의 ‘애국헌납운동’을 유도하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특히 북한 당국은 자강도의 명예당원과 련로 보장자(은퇴노동자)들을 예를 들며 주민들의 자발적인 헌신도 요구했다.

자료에는 “(집에서 쉰다 해도 탓할 사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련로보장자들은) 부강조국건설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일을 하는 게 이 나라의 백성된 도리를 다하는 길이다”며 “모두가 집에서 누에를 쳐 지난해에만 2t 500kg의 누에고치를 생산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료는 “(자강도 련로보장자들이) 지난 2년간 수백여t의 질 좋은 거름을 군 복합미생물비료 공장에 보내주어 군 안의 농업생산을 추켜세우는 데 이바지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남의 힘을 바라거나 도와줄 것만을 기다리며 손 털고 나 앉아 있는다면 언제가도 사회주의 강국을 일떠(일어) 세울 수 없다”며 “강국 념원(염원)을 현실로 꽃피우기 위해 애써 노력하는 열렬한 애국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당국의 이 같은 선전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을 독려하기 위한 ‘숨은 영웅 따라배우기 운동’의 일환으로 보인다.

‘숨은 영웅 따라 배우기 운동’은 북한당국이 주민들을 일상적인 삶속에서도 당국에 충성하게끔 만들기 위한 독려하기 위해 진행하는 대중운동이다.

‘숨은 영웅 따라배우기 운동’은 1979년 식물학연구사 백설희 등 4명의 과학자에게 ‘노력영웅’ 칭호를 수여하면서 모든 근로자들이 따라 배우도록 강조한 데서 비롯됐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정춘실 운동’으로 1991년 북한 당국은 “정춘실의 당과 수령에 대한 충성심과 인민에 대한 헌신적 복무정신을 모든 일군들과 상업부문 종사자들이 따라 배우자”고 지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