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최근 중국에 주재하는 무역일꾼에 대한 검열을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중 국경 봉쇄 이후 주재원들의 중국 체류 기간이 길어지자 간부들의 사상 이완 및 일탈 행위를 우려한 당국이 관련 조치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9일 데일리NK 대북 소식통 등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지난달 중순경 주중 북한 대사관에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무역회사 사장 및 간부, 노동자 관리자, 북한 식당 사장 등 주재원을 대상으로 검열 사업을 개시하라는 지령을 하달했다.
이 같은 지시는 중국 각 지역 북한 영사관으로 전달돼 대사관과 영사관을 주축으로 검열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체류 중인 한 무역일꾼은 최근 “12월 초 영사관 간부가 찻집에서 보자길래 나갔더니 자리에 앉자마자 손전화(휴대전화)를 내놓으라고 했다”면서 “화면 잠금을 풀어주자 웨이신(위챗·모바일메신저)과 통화기록 등을 모두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자 다시 손전화를 돌려줬지만 이상한 인물과 만나거나 의심을 살만한 행동을 하지 말라는 주의를 줬다”고 전했다. 중국에 체류하면서 한국인과 접촉한다든지 당에 보고하지 않은 채 개인 행동을 하지 말라는 얘기다.
또 다른 무역일꾼도 같은 방법으로 영사관 직원에게 휴대전화 검열을 받았지만 손전화 2개를 들고 다니면서 잘 사용하지 않는 손전화를 보여줘 위기를 모면했다고 한다.
그는 이후 혹여나 불시 검열이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자주 사용하는 손전화는 아예 처분했다.
중국 내 대북 소식통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이번 검열은 북한 주민의 체류가 많은 지린(吉林)성과 랴오닝(遼寧)성 등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주재원 대다수가 지난 1월 국경봉쇄 이후 북한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어 당에서는 해외 파견자 관리가 잘 안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고 한다.
더욱이 해외에 체류하는 동안 한국인과 접촉하거나 외부정보를 접할 기회가 많다는 점에서 중국 파견 간부들의 기강해이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 중국 주재원은 “생활이 어렵다는 이유로 조국(북한) 내부 정보를 파는 사건이 최근에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면서 “이번 검열도 중국에 나와 있는 간부들이 저지른 불법행위 때문에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검열과 함께 주재원들을 대상으로 한 사상 교육도 강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랴오닝성의 경우 1주일에 1회씩 진행되던 내부 강연이 주 2회로 늘어났다고 한다.
다만 이번 검열에서 일반 공장 노동자나 식당 종업원들은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갑작스러운 중국 주재원 개인 검열 강화에 또 다른 목적이 내포돼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소식통은 “기강해이와 일탈을 점검하겠다는 건데 솔직히 중국에서 법을 지키면서 당자금 버는 사람이 누가 있겠냐”면서 “이번 기회에 당자금을 제대로 못 버는 능력 없는 간부를 제외시키고 새로운 무역일군(일꾼)들로 교체하기 위한 구실로 검열을 하는 게 아닌가하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