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함경북도에서 홍수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회령시 부근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김일성·김정일 ‘초상화’와 우상화 작품을 건지려다 급류에 휘말려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5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회령시 인근 마을에 있는 송학 고급중학교(고등학교) 부교장 외 7명의 교원(교사)과 학생 6명이 초상화, 유화작품을 건지러 들어갔다가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홍수에 물이 불어나기 시작하자 우상화물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비난과 처벌을 우려한 부교장이 학교에 ‘비상’을 걸었다”면서 “여기에 동원됐던 교사들과 학생들이 모두 희생을 당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김 씨 일가의 초상화를 먼저 구해내는 주민은 영웅으로 치켜세우고, 사람이나 살림살이를 구해내면 사상적 비판을 진행하고 있다. ‘결사옹위’라는 관념으로 부모·자식보다 초상화 보위를 우선해야 한다는 황당한 인식을 세뇌시키고 있는 셈이다.
초상화를 구하지 못한 사람은 이력 문건에 평가가 남아 평생 꼬리표를 붙이고 다녀야 한다. 또한 노동당 출당 등 정치적 처벌을 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자연스럽게 충성을 유도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억지로 ‘충성심’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소식통은 “부교장의 ‘아첨 충성’만 아니었다면 그들이 생죽음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결국 당(黨)에서 강요하는 ‘충성경쟁’이 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당국이 이들에 대한 ‘충성’ 평가사업도 제대로 하지 않지 않고 있다”면서 “주민들 속에서는 ‘죽은 사람만 불쌍하다’ ‘이제는 무슨 일이 생기면 자기 목숨부터 건져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현지 반응을 전했다.
또한 최근까지 교사들과 학생들의 시신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당국은 “수해사망피해자가 너네만 아니다”는 식으로 우상화물이나 살림집 건설에만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북한 당국의 모르쇠 일관에도 가족들은 비난의 화살을 당국에 직접 돌리지도 못 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부모들은 수령(김정은)의 권위와 관련된 부분이어서 하소연 한 마디 못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가족들은 ‘물이 불어나는데 급류에 왜 아이들까지 데리고 갔는가’ ‘애꿎은 어린 아이들을 그 험한 곳에 데려가 제대로 눈이나 감았겠느냐’면서 당국을 향한 화풀이를 사망한 부교장에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