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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은 올 한해 2차례의 핵시험(실험)과 6차례의 미사일 발사시험으로 집권 6년차에 들어선 김정은 정권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은 생계 문제에 집중하면서 북한 당국의 의도와는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다. 특히 눈여겨 볼 부분은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 속에서도 외부 정보 유입이 북한의 변화를 추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한류(韓流)는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한국 드라마나 영화가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새것에 민감하고 진취성이 강한 북한 청소년들 속에서의 확산 속도는 상상 이상이다. 모든 것이 폐쇄된 북한에서 한류는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고 미래에 대해 꿈을 꿀 수 있게 하는 유일한 매개체다.
또한 한류는 북한 주민들에게 김 씨 일가 3대세습의 허구성과 현 김정은 정권에 난폭하게 짓밟히고 있는 인권침해 실상을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때문에 북한 당국은 체제를 위협할 수 있는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엄격히 통제하고 배포 및 확산 관련된 자들을 엄격히 처벌하는 것이다.
“‘(평양)문화어 쓰자’는 北당국 호소, 평양 젊은이들 마음 흔들지 못해”
북한 평양에서 당국의 엄격한 통제와 감시 속에서도 한국 가요나 드라마를 향유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북한에서도 충성분자들이 집결되어 있는 평양에서 한류 열풍은 놀라운 일이다.
평양 소식통에 따르면, 평양의 청년들은 북한 춤이 아닌 한국의 최신 댄스를 즐기고 있다고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한류열풍은 평양 청년들의 옷차림이나 걸음걸이, 억양까지도 바꿔 놓았다고 한다.
그러니까 청년들 속에서는 ‘동무’를 “친구”로, “습니다”를 “거에요”로 말하는 등 서울 말투가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에 북한 당국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우리 말(평양말)이 아닌 다른 나라 말이나 표준어가 아닌 말을 절대 쓰지 말 데 대하여”라는 강연회를 진행하고 있지만,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다.
한국말이나 외래어를 섞어 쓰지 않도록 함으로써 주체성과 민족성을 높이 발양하자고 호소하지만, 충성도가 하락한 ‘장마당 세대’들의 마음을 되돌리지는 못하고 있다.
“北, 南드라마에 유독 민감 반응…영상 시청 적발에 자살 선택하기도”
북한 감시 요원들은 한류 콘텐츠 색출 용도로 금속탐지기도 지니고 다닌다. 또한 USB나 SD카드를 검열하는 등 한류 열풍을 차단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을 하고 있다.
또한 북한 평양시 보안원들과 보위원들은 한류 확산 통로로 시장도 주목한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시장에서 팔고 사는 물건에 남한 상품 표시가 돼있는지를 통제·감시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시장에서 한국 드라마나 영화 매체 유통자들을 색출하기 위해 혈안이다. 최근엔 중국 영화 단속도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그나마 중국영화는 한국영화보다 처벌이 약하다. ‘중국은 형제국가’라는 점이 그나마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행위에 대해서는 사회주의 보루인 조선(북한)을 말살하려는 역적행위로 규제하고 있다.
때문에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보다가 관리소(정치범 수용소)나 교화소로 끌려가는 등 가혹한 법적 처벌을 받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소식통의 설명이다. 또한 북한 당국은 한국 영화는 주민들의 의식을 좀 먹는 마약과 같은 아주 위험한 적대 행위라고 규정하는 등 의식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이 같은 강도 높은 단속과 처벌에 공포 분위기는 지속 고조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 드라마를 보다가 적발된 한 청년이 자살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고 한다. 이 청년은 예전에 유사한 사건으로 수년간 교화생활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법망에 걸려들었다. 이에 청년은 ‘끔찍한 교화소에 다시 가느니 죽는 게 낫다’면서 자살을 선택했다는 것.
소식통은 “똑똑한 아이가 죽었다고 주위에서 불쌍하다고 안타까워했다”면서 “이처럼 한국 영화 때문에 숱한 사람이 혼났는데도 유사한 사건은 지속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위원들도 南드라마 애청자…“北 유일사상영도체계 흔들린다”
이런 처벌 범주엔 보위원, 보안원들도 예외는 아니다. 가끔씩 본보기로 공개처형을 단행하곤 한다. 김정은이 천만의 대적보다 외부세계의 정보를 더 두려워하는지를 들여다 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때문에 보위부, 보안서, 검찰, 당(黨) 기관까지 살아남기 위해 한국 드라마 색출에 나선다. 하지만 여기서도 맹점은 존재한다. 바로 이들은 한국 드라마 단속자이면서도 동시에 애청자이기도 하다.
평양 소식통에 따르면, 법과 원칙을 떠드는 간부들은 남들 시선을 피할 수 있는 집에서는 한국 드라마를 몰래 즐긴다. 그러다가 보위원들은 화교(華僑)들의 집에 불시에 들러 “한국 것 좀 보자”고 유도하기도 한다. 걸려들면 같이 보다가 압수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와 관련 보위원은 “심장이 두 개있다”고 말하곤 한다. 이는 본인이 단속하는 비법 행위를 정작 본인이 남들 눈에 띄지 않게 몰래 향유한다는 것에서 유래됐다. 김 씨 일가가 구축한 유일영도체계가 제1선에서 수호하는 보위원들에게도 뿌리 깊게 스며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