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20년 넘게 살면서 ‘봉수교회’ 존재 몰랐다”

▲ 17일 북한인권시민연합은 고려대 국제관에서 ‘북한의 인권-종교의 자유와 고문’ 주제로 제30차 북한동포의 생명과 인권 학술토론회를 진행했다. ⓒ데일리NK

단순 탈북자들에 대한 북한 당국의 고문행위가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커진 2002년 말부터 완화되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북한인권시민연합(시민연합) 이영환 조사연구팀장은 17일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 대표단과 펠리스 게이어 유엔고문방지위원회 위원 방한을 기념해 시민연합이 주최한 제30회 북한인권 학술토론회에서 ‘북한의 고문 의혹에 대한 평가 및 권고’라는 주제로 발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팀장은 이날 국내 입국 탈북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이같이 분석하면서 “2002년 11월 ‘단순 도강자(탈북자)와 한국문제(한국행 시도)를 엄격하게 구분해 처벌하라’는 지시가 내려졌고, 같은 해 말 김정일이 ‘탈북해서 돈 벌어온 사람들의 돈을 빼앗으면 다시 중국에 가게 되니 빼앗지 말라’는 말을 했다는 다수의 증언도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2003년에는 각 지역 보위부(국가안전보위부)와 안전부(인민보안성) 등에 중앙당 성원들로 구성된 ‘비사그루빠 검열’(비사회주의 검열)이 시작되면서 단순 탈북자에 대한 불법조사나 구타 행위가 자제되는 등 2003년 이후의 여러 증언을 종합해 보면 단순 도강자들에 대해서는 이전에 비해 가혹한 고문이 실제로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외부로부터 인권개선 요구에 대해 표면적으로 강한 반발과 거부 입장으로 일관해 왔으나 새로운 인권규약에 가입하고 국내법을 개정하는 동시에 단순 탈북자에 대한 처벌 완화 방침을 내리는 등 긍정적 변화는 계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북한에서 종교 활동은 원천적으로 존재할 수 없지만, 중국을 오가는 주민들로부터 북한으로 종교(기독교)가 유입돼 실제 신앙인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통일연구원 임순희 선임연구위원은 “대부분 탈북자의 증언과 북한 종교단체의 대내외적인 정치 활동을 볼 때 북한에서의 진정한 종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고, “탈북자 647명 대상을 실시한 ‘북한에서 자유로운 종교 활동을 할 수 있는가’ 한 연구기관의 조사에서도 100%인 전원이 ‘할 수 없었다’는 답변이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해방 전 북한 지역의 종교인구 수와 교세는 매우 막강했던 점, 북한주민들 사이에 종교적 의식, 관습이 남아 있다는 점, 식량난 이래 중국을 오가는 주민들이 많아짐에 따라 북한당국은 특히 기독교에 대한 단속과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을 미뤄 볼 때, 자율적, 독자적인 종교 활동은 하지 못해도 나름대로 참 신앙을 지니고 사는 종교인의 현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서는 수령(김일성)에 대한 충실성을 절대화, 신격화, 신조화 한 이른바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원칙’은 수령외의 다른 대상을 믿고 따르는 것을 절대 허용되지 않고 있다

임 연구위원은 “헌법적으로 신앙의 자유를 명시하고 있으나, 초법적 성격을 갖는 노동당 규약에는 종교 및 신앙에 관련한 내용이 없다”며 “각 종교단체는 당의 외곽단체로서 종교단체 본연의 기능보다는 대외적 활용 가치가 높은 정치적 도구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실제 북한 당국은 중국을 오가는 북한 주민들 가운데 기독교 관련 책자를 갖고 있거나 관련 사람을 만난 주민들에 대해서는 강한 처벌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2001년 7월 제출한 제2차 국가인권보고서에서 북한에서 종교 인구는 기독교 1만 명, 천주교 3천명, 불교 1만 명, 천도교 1만5천명, 총 4만 명 정도이라고 밝히고 있고, 봉수교회, 칠골교회, 제일교회 등 3개의 교회와 500개의 가정 예배처소, 장충성당, 60여개의 사찰, 52개의 천도교당 등 공인된 성소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탈북자 정은혜(가명)씨는 이날 증언을 통해 “평양에 칠골교회와 봉수교회가 세워져 있고, 형식적인 예배가 열리기도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20년 넘게 살았던 저는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