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시장 외화 거래 일상화…中 위안화가 가격 기준”


2009년 화폐개혁 이후 북한 원화의 가치가 대폭 하락해 북중 국경지역 장마당에서는 대부분 위안화(元)가 통용되고 있으며 중국 상품의 시장 점유율도 8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데일리NK가 최근 입수한 양강도 혜산과 고읍 지역 장마당 동영상에 의하면, 상인들 대부분이 북한돈이 아닌 중국 위안화 가격으로 흥정과 거래를 했다. 특히 북한 물가의 기준 지표가 되는 쌀도 위안화로 거래됐다. 이는 북한 원화의 가치가 하락하는 하이퍼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주민들이 화폐가치가 안정된 위안화를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일부 북한산 쌀·채소(남새)와 수산물을 제외한 공산품과 생필품·식료품·제과 등 모두 중국산이었으며 한국산 라면·초코파이·부탄가스도 공공연하게 판매되고 있다.   


국경지역 주민들은 그동안 중국으로부터의 무역과 밀무역을 통해 중국 상품을 구입해 장사해왔기 때문에 위안화를 내륙 지역보다 많이 사용해 왔다. 하지만 화폐개혁 이후 북한 원화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 3년간 위안화 사용이 대폭 늘었다는 것이 소식통의 설명이다. 북한돈으로 상품을 구입하려면 위안화 대비 환율을 적용해 지불해야 한다.


4월 중순 현재 100위안이 조선돈 13만 원 선이기 때문에 200위안 코트 한 벌을 사려면 26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 반면 함경남도 함흥 이남 지역인 평성과 평양 등지에서는 위안화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대부분 달러와 조선돈이 대략 50대 50 비율로 사용된다.


내부 소식통이 촬영한 영상에는 혜산시장과 주변 골목장(골목에서 장사하는 곳), 김형직군 고읍시장 등의 풍경이 담겨 있다. 영상에 의하면, 쌀을 비롯해 점퍼, 머플러, 장갑, 동복(코트) 등 겨울의류에서 화장품, 향수, 치약, 칫솔 등 생필품까지 모두 위안화로 거래된다. 영상이 촬영된 2월 중순 현재 혜산시장에서 중국산 쌀 가격은 4.6∼5위안, 조선 쌀은 4.8∼5위안에 거래되고 있다.


촬영자가 곡식 매대(좌판)에 다가가 “중국 쌀은 얼마고 우리 쌀은 얼마요”라고 묻자 주인은 “중국쌀은 4.6위안짜리가 있고 우리(조선) 쌀은 4.8위안부터 5위안까지 있다”고 답했다. 촬영자가 재차 “우리 돈으로 얼마요?”라고 하자 주인은 “중국 쌀은 우리 돈으로 6600원 우리 쌀은 우리 돈으로 7000(원)에서 7400까지 있다”고 말했다.


겨울의류 매대에선 중국산 아동 동복은 140위안, 성인 신발은 250위안에 거래됐다. 중고옷 매대에서도 중국산이 대부분이었으며, 아동 동복이 65위안이었다. 또 중국 창바이(長白)산 바지는 80위안, 조끼는 100위안, 중국 향수는 60위안 등으로 거래됐다.


이러한 장마당에서의 위안화 사용에 대해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장사꾼들의 위안화 사용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장사꾼들은 위안화를 숨겨 소지하고 북한돈으로 거래하는 것처럼 위장한다.


혜산시장 주변 골목장 장갑 매대에서의 위안화 거래 장면에선 촬영자가 “장갑 얼마요”라고 묻자 매대 여인은 “이건 8원(위안)짜리고 10원(위안)짜리도 있다”고 답했다. 이어 촬영자가 50위안을 건네고 “잔돈 달라”고 하자, 여인은 주위를 살피고 조심스럽게 잔돈을 촬영자에게 건네면서 “너무 단속해서 (공식시장에서 골목장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현재 혜산에서는 90%이상의 장사꾼들이 위안화로 거래한다. 특히 장마당은 쌀까지도 중국처럼 4~5위안하면서 사고판다”면서 “통제를 심하게 하지만 그래도 위안화를 다 사용한다. 조선돈을 믿지 않은지는 오래됐다”고 말했다.


장마당에서 중국산 상품이 거래되는 첫 번째 이유는 인민경제 생산 시스템이 1990년대 말 ‘고난의 행군’ 이후 붕괴되고 북한 당국의 과도한 군수분야 투자로 북한이 공산품과 생필품을 생산해 공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 주민들의 가내수공업이나 공장기업소에서의 8·3인민소비품(각 공장기업소의 유휴자재를 활용해 생산한 재활용품) 등을 통해 북한산 상품들이 장마당에 나오기도 하지만 이렇게 생산된 것은 품질이 떨어져 주민들 대부분은 중국 상품을 선호한다.


일부 부유층들은 중국산 보다 품질이 좋은 한국산 생필품을 구입한다. 매대에서 한국산을 요구하면 매대 주인들은 숨겨놓은 한국 상품을 내놓는다. 이와 함께 혜산 장마당 곳곳의 당과류 매대에서 개성공단 근로자들에게 간식으로 제공된 한국산 초코파이와 라면 등이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한국 상품은 단속되지만 초코파이 등은 개성을 통해 유통되기 때문에 단속하지 않는다는 것이 소식통의 설명이다. 개성공단 내 5만여 명에 달하는 근로자들 대부분이 간식을 먹지 않고 공공연하게 장마당에 내다팔고 있다. 이렇게 공급된 초코파이 등이 국경지역인 양강도 혜산에서까지 판매되고 있는 것이다.


개성공단 근로자 5만 명 모두가 장마당에 내다 판다고 할 때, 하루에 5만개가 넘는 초코파이가 장마당에 유통되는 것이다. 보통 하루에 개성 우리 기업들이 근로자들에게 2개에서 많게는 5개까지 제공되는 경우가 있어, 하루에 수십만 개에 달하는 초코파이가 유통된다고 볼 수 있다.


개성공단이 본격 가동되기 시작한 2005년부터 초코파이가 간식으로 제공되기 시작했고 이후 라면과 커피 믹스 등도 제공됐다. 이때부터 초코파이 등이 장마당에서 각광을 받게 되면서 개성지역뿐 아니라 북한 전역에 유통되기 시작했다. 개성지역 도매상들은 4월 기준 5600원 선에서 각 지역 도매상들에게 넘기고 도매상에게 공급받은 장사꾼들은 2000원 선에서 초코파이를 판매한다.


이외 혜산시장에서는 한국 상표를 달고 있는 휴대용 부탄가스가 매대에 진열돼 있으며, 인근 골목시장 중국 당과류 매대에는 초코파이를 비롯해 한국산 소고기면, 찰떡 초코파이가 판매되고 있었다.


소식통은 “당국은 개성에서 나오는 초코파이 등을 제외하고 한국 상품 판매에 대해 단속을 심하게 하기 때문에 한글이 적힌 상표를 떼고 판매하는 식으로 단속을 피하고 있다”면서 “치약과 칫솔, 비누 등은 개인거래를 통해 유통되지만 한국 상품은 세관에서 단속되기 때문에 대체로 밀수를 통해 들여온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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