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서 휘발유(1kg) 2만원으로 껑충…“오토바이 자취 감춰”


▲대북 송유관이 위치한 중국 랴오닝성(遼寧) 단둥(丹東) 기지 내의 가압시설.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이달 초 평양을 중심으로 휘발유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고, 지방에서도 연유(燃油)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지난달 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신규 대북제재 결의 2371호를 채택한 이후 3주 정도는 되레 물가가 하락세를 보이는 등 큰 동요는 없었지만, 6차 핵실험 강행 이후 일부 지역에서 원유 가격 상승 조짐이 감지되는 것이다.

복수의 데일리NK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달 초 휘발유 가격이 평양에서 1kg당 18000원(이하 북한돈)으로 급등하더니 7일 기준 1kg당 23000원까지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경유도 1kg당 12000원대를 웃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넷째 주까지만 해도 평양에서 거래되는 휘발유 가격은 1kg당 12800원으로, 월 초 가격인 15100원에 비해 부쩍 하락했었다. (▶관련기사 : 北장마당, 거듭된 강력한 제재에도 물가 동요 없이 잠잠) 그러다가 8월 마지막 주가 되자 평양 휘발유 가격은 1kg당 14100원을 기록하면서 상승세로 돌아섰고, 일주일이 지나선 20000원대를 넘어선 것이다.

이와 관련, 평양 소식통은 7일 데일리NK에 “지난달 말 휘발유 값이 1kg당 18000원까지 오르더니 이달 초부터는 20000원을 웃돌기 시작했다”면서 “휘발유 값 폭등으로 평양에선 오토바이가 자취를 감췄다. 택시 등 자동차도 절반 이상 운행을 못해 거리가 텅텅 비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오토바이와 자동차로 사람이나 물건을 옮겨주며 벌어먹고 사는 사람들은 휘발유 값 폭등에 생계 걱정이 크다. 관련 사업들도 줄지어 타격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휘발유 값 폭등 조짐은 양강도 혜산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양강도 소식통은 “혜산에서도 휘발유 가격이 1kg당 21600원까지 올랐다”고 전했다. 지난달 셋째 주까지만 해도 혜산 휘발유 가격은 1kg당 12050원까지 하락했지만, 넷째 주 14400원으로 상승세로 돌아서더니 이달 초 20000원대를 넘긴 셈이다.

그는 이어 “지방에서도 휘발유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혜산 이외 지역에서도 조만간 휘발유 값이 20000원대에 육박하거나 넘어설 것”이라면서 “며칠 사이에 가격이 크게 내렸다가 올랐다가 해서 장사꾼들도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올해 3월 초에 촬영한 함경북도 청진시 수남시장 근처에 새로 건설되고 있는 주유소 모습.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일주일 만에 휘발유 가격 2배가량 ‘폭등’한 이유?…‘원유 공급 중단’ 소문·밀수 차단 영향

평양을 중심으로 휘발유 가격이 급등하는 원인으로 우선 북한 당국의 연유 공급량 통제 가능성이 제기된다. 유엔 안보리가 북한 6차 핵실험에 대응해 새로 채택할 대북제재안에 ‘원유 공급 중단’이 포함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자, 북한 당국이 원유 비축을 위해 일반 주민을 대상으로 한 연유 공급량을 줄이기에 나선 것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전에도 북한 당국은 국가 건설 사업을 실시하거나 주요 기념일을 맞아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할 때마다 비공식적으로 기름 공급량을 줄이는 조치를 시행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통상 북한 당국은 각 지역에 연유를 분배하는 국영연유공급소들에게 일반 주민을 대상으로 한 기름 공급량을 줄일 것을 지시하거나, 보안서를 통해 개인 기름장사꾼들을 통제하는 식으로 조치를 취해왔다고 전해진다.

다만 아직까지 북한 당국이 국영연유공급소들이나 개인 기름장사꾼들에게 공급량 축소를 지시했는지의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대신 시장을 중심으로 신규 대북제재에 원유 공급 중단 조치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자체적으로 공급량을 줄이는 기름장사꾼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원유 공급이 중단될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휘발유 장사를 해오던 사람들이 공급량을 크게 줄였다. 값이 더 오를 때를 기다리는 것”이라면서 “당국의 통제 때문이라기 보단 시장에서 자연적으로 값이 오른 것이라 본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6차 핵실험 이후 북중 간 밀무역이 마비된 것도 기름 공급량을 줄이고 가격을 오르게 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북한은 중국이나 러시아로부터 송유관이나 선박을 통해 공급받던 원유 외에도 북중 접경지역서 ‘빵통(화물열차)’ 등으로 적지 않은 양의 원유를 들여온 것으로 전해진다. 밀무역을 통한 원유 수입량이 상당했던 것.

하지만 안보리 제재 2371호 시행 이후 북중 밀무역 단속이 강화된 데다, 6차 핵실험 이후에는 사실상 밀무역 전면 차단되면서 북한이 비공식적으로 들여오던 원유량이 급격히 줄어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데일리NK는 7일 중국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당국이 단둥의 소규모 개인 밀수까지 집중단속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中 단둥서 북중 밀수 사실상 마비…“소규모도 다 걸려”)

이처럼 휘발유를 중심으로 북한 시장 물가가 폭등할 조짐이 나타나면서 쌀이나 옥수수 등 민생 품목의 가격도 함께 상승할지 주목된다. 아직 장마당 물가와 관련해 특이 동향은 발견되지 않고 있지만, 혜산 등 일부 지역에선 옥수수 가격이 부쩍 오르기 시작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