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서 핸드폰으로 일공(日工)모집…30분만에 수십명 몰려”

진행 : 북한 경제에 대해 알아보는 ‘장마당 동향’ 시간입니다. 말복이 지나 폭염도 조금은 수그러진 듯 한데요. 오늘 이 시간에는 복잡한 형태를 보이고 있는 북한 노동자 월급 문제를 설송아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설 기자,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북한에서 월급이 차이가 나는 게 가능한 일인가요? 

기자 : 네. 북한 시장화가 불러온 구조라고 볼 수 있는데요. 국영공장과 시장에서 월급이 차이가 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제는 노동자도 국영공장 노동자, 외화벌이회사 노동자, 시장 노동자 등 여러 가지 형태로 나눠지게 되거든요. 그렇다고 사회주의 계획경제가 무너졌다는 건 아니고요. 공생관계인 것이죠. 국영공장은 자금을 원하고, 시장경제는 국영소속이라는 보호를 받으며 손잡고 가는 겁니다.

지금 북한 노동자들의 월급이 단편적이 아니라 복잡한 형태를 띄고 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닌데요. 국영공장이지만 평양방직공장, 무산광산 경우 월급 100배 인상은 이미 알려졌거든요. 시장가치에 따라 월급이 책정되는 것인데요. 행정시스템도 시장화가 된 것이죠. 그러고 보니 최근 북한 상황을 이해하시는 데 월급만한 것도 없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오늘 이 시간에는 월급형태로 짚어보는 노동자실태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 : 국영공장에서도 월급이 차이가 난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그 실태에 대해 자세히 전해주시죠.

기자 : 우선 국영공장은 내각 노동성에서 규정한 월급을 각 노동자에게 적용하는데요. 중노동과 경노동, 기술노동에 따라 월급이 매겨져 있습니다. 월급은 일단 국정가격으로 책정을 하고, 쌀과 식품으로 한 달간 살 수 있도록 계산한 건데요. 2002년 경제관리개선조치로 월급이 대폭 올라갔을 때 쌀 한 키로(kg)가 국정가격으로 42원 정도였고, 노동자 월급은 2000원이었습니다. 만가동 출근해야 배급과 월급을 받아 가정생계를 유지하도록 만들어진 경제시스템인데요. 국영공장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죠.

여기서 잘못 이해하시면 안 됩니다. 배급이 제대로 이뤄질 때 북한 주민들의 삶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하시면 오산이라는 것이죠. 당국은 사람이 죽지 않을 정도만 배급했습니다. 예를 들어 한 세대를 4명이라고 봅시다. 1인*500그람(g)*4인=2kg으로 계산하면 월 식량은 60kg인데요. 월급 2000원은 국정가격으로 쌀만 겨우 살 수 있는 돈입니다. 월급쟁이 노동자는 자녀들에게 떡 한 번 해주지 못하고, 밥양도 저울로 떠야 할 만큼 생존 문제가 처절했습니다.

진행 : 그런데 무산광산이나 평양방직공장은 국영이지만, 노동자 월급은 30만 원이라면서요. 이유가 무엇인가요?

기자 : 국제시장과 손을 잡은 것이죠. 자본주의시스템으로 운영하면 월급 인상은 이상한 일도 아니라는 겁니다. 무산광산을 예를 듭시다. 이 광산에서 생산되는 정광은 국가계획경제로 한다면 김책제철소로 보내야 합니다. 하지만 2000년부터 중국과의 무역이 활성화되면서 광산 생산량의 80%를 중국으로 수출했고, 10%정도만 김책제철소로 보내졌거든요. 중국 직거래시장이라는 우스갯말도 그래서 나왔죠.

또한 광산 노동자들에게 하루 700그람(g), 가족까지 모두 배급되었는데요. 배급도 국가양정소를 거치지 않고 ‘무산광산연합기업소 후방부 식량과’라는 새로운 부서를 만들어 ‘광산식량공급소’에서 배급했습니다. 이 부분이 중요하죠. 사회주의 경제체제에서 독립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인데요. 자연히 무산광산노동자들의 월급도 수십 배 오른 겁니다. 

2010년부터 내각에서 무산광산 정광을 국가계획에 따라 수입·수출하라는 지시가 하달됐지만, 중요 판로가 중국 시장이다 보니 겉모습은 국영경제, 내부구조는 시장경제를 띠게 된 것입니다. 

진행 : 그러면 외화벌이회사에 소속된 노동자를 어떻게 규정해야 할까요? 국영, 아니면 시장 노동자라고 해야 되는지 약간 혼돈됩니다.

기자 : 국영에 소속된 시장 노동자라고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외화벌이회사는 개인 돈주(신흥부유층)가 국영명의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죠. 회사 사장 능력에 따라 월급기준도 달라지는데요. 해외시장판로가 정상적일수록 노동자들의 월급과 우대물자 공급은 높아집니다. 다만 어느 회사든지 좀 전에 예를 들었던 무산광산 노동자들의 월급보다는 안정적이지 못하죠. 회사가 언제 부도날지 모르거든요.

진행 : 외화벌이회사 노동자는 철밥통인줄 알았는데, 해고될 수도 있다는 말씀이군요? 그렇다면 시장 노동자들은 봉급을 어떤 식으로 받는 건가요?

기자 : 네. 시장노동자는 일공(日工)이라는 말로 북한에선 통하는데요. 시장 일공은 월급, 일급, 시급으로 나눠집니다. 월급을 받는다면 고용주에게 장기적으로 고용되는 경우가 있겠죠. 예를 들면 중유에서 연유를 뽑는 개인기업에 고용된 일공은 국영공장에 8·3돈(직장에 출근하지 않는 조건으로 매달 일정액을 직장에 납부하는 돈)을 내고 장기적으로 일하게 되는데요. 중노동이기 때문에 일반 시장일공들보다 두 배 높은 월급을 받게 됩니다. 대체로 숙련공을 필요로 하는 시장에서는 월급제 일공을 고용합니다.

일급노동자는 노동력을 수요로 하는 돈주가 그날그날 고용해서 돈을 주는데요. 시장 쌀 한키로 가격이 일급입니다. 최근에는 손전화(핸드폰)으로 노동시장을 주관한다는 정보도 있는데요. 갑자기 수십 명 노력 모집을 거간꾼(중개인)에게 의뢰하면 핸드폰을 이용해 30분 이내 노동자들을 모아온다고 합니다. 이미 연락망이 구축되어 있는 것이고, 어떻게 보면 대단한 조직능력이거든요. 국영공장노동자들에게 사상사업을 아무리 주입시켜도 시장노동자 모집속도를 따라가지는 못할 겁니다. 현실성 있게 돈을 지급하는 것이 노동시장의 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진행 : 북한도 한국처럼 일공이 필요한 사장과 돈이 필요한 노동자를 연결해 주는 시스템이 도입됐다니, 흥미로운 일입니다. 그렇다면 시급 노동자 같은 경우에는 비용을 어떻게 책정하는 건가요?

기자 : 우선 시장에서는 국영공장과 국영소속 외화벌이회사처럼 일방적으로 월급이 책정되지 않는다는 점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시급 노동자들은 고용주와 합의가 중요한데요. 예를 들어 화차(열차)에서 시멘트를 1시간에 하차해야 한다면 시장 노동자는 1시간 비용이 아니라 일당비용을 요구합니다. 하루 10시간에 5천원이 일당비용이라면 시간당 500원이 정확하지만 시간제 노동은 기회비용이 작용하는 것입니다.

오히려 제 시간에 일을 끝내지 못하면 엄청난 손해를 보거든요. 때문에 고용주는 시간제 노동자들에게 일당비용을 지불하면서도 자신이 손해를 봤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진행 : 북한 노동자 월급이야기를 듣다보니 ‘자본주의 노동시장과 별반 다르지 않구나’라는 느낌입니다. 마지막으로 최근 북한 시장 물가동향 전해주시죠.

기자 : 지난주 북한의 쌀값과 환율을 비롯해 최근 북한 장마당에서의 물가 동향 알려드립니다. 여전히 쌀 가격은 5000원선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요.

먼저 쌀 가격입니다. 1kg당 평양 5290원, 신의주 5370원, 혜산 5500원에 거래되고 있고 옥수수1kg당 평양 1290원, 신의주 1150원, 혜산 118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환율정보입니다. 1달러 당 평양 8160원, 신의주 8185원, 혜산은 8205원이구요, 1위안 당 평양 1200원, 신의주는 1220원, 혜산 1200원으로,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어서 일부 품목들에 대한 가격입니다. 돼지고기는 1kg당 평양 10000원, 신의주 10500원, 혜산 10200원, 휘발유는 1kg당 평양 7000원, 신의주 7500원, 혜산에서는 7550원, 디젤유는 1kg당 평양 5600원, 신의주 5940원, 혜산은 559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설송아 기자
북한 경제 IT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