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봄철 농번기를 맞아 ‘밭갈이 전투’ 등 협동농장원들의 영농 활동을 적극 독려하고 있지만 정작 농장원들은 영농기계 고장과 당국의 지원 부족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원도 소식통은 31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봄철 영농기에 접어들면서 ‘밭갈이 전투’가 실시되고 있지만 밭갈이에 동원될 농기계의 대부분이 작동이 되지 않는데다가 부림소(짐 운반 및 밭을 갈기 위한 소)까지 부족해 협동농장의 상황은 최악이다”면서 “농장원들은 현 상황을 놓고 점점 ‘구석기 시대로 돌아간다’며 탄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소식통은 “2급(농장원 1,000여명) 협동농장은 뜨락또르(트랙터) 15대 정도를 보유하고 있지만 90%가 고장났거나 타이어가 없어 겨우 1~2대만 가동하고 있다”면서 “농장부림소는 8정보당 1마리씩 배정되는데 병(구제역)들어 죽거나 별도로 사육당해 턱없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소식통은 “고장난 트랙터는 부품을 교체해 가동시킬 수 있지만 타이어가 없어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커다란 뒤 타이어는 개당 수백 달러나 해 농장은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이 때문에 시내 공장기업소들 중, 2급(노동자 1,500명 정도)이하 공장들에 협동농장을 지원하게 해 노동자들이 밭갈이와 알곡파종을 하는 일에 동원되고 있다”면서 “논을 제외한 경사면 밭들에는 사람이 가대기를 메고 땅을 가는 웃기는 광경들이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소식통은 “최근 협동농장들에서 뜨락또르와 부림소대신 ‘가대기’로 밭을 가는 광경을 자주 볼 수 있고 전기가 없어 발로 탈곡을 하는 ‘족탈(곡)기’까지 등장했다”면서 “간부들은 이를 두고 오히려 ‘자력갱생정신’ 또는 새로운 ‘창안품’이라며 전국에 일반화할 것을 독려해 웃음꺼리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소식통은 “농촌지역 주민들은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옛날 모습이 현실로 보게 됐다’며 당국의 농업정책을 우회적으로 비난한다”면서 “농장 간부들도 ‘세월이 다시 거꾸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며 한탄한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족탈기’는 전기 없는 환경에서 농장원들이 낟알을 탈곡할 수 있는 ‘전쟁예비물자’다. 지역 전쟁예비물자 창고에 보관돼 있지만 2년 전부터 사용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