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간부 아내, ‘별에서 온 그대 구해달라’ 떼쓴다는데…



▲북한에서 유행하고 있는 영상재상기 노트텔 모습.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북한 당국이 불법영상물에 대한 각종 검열과 처벌을 강화하는 데도 한국 드라마 시청 열풍이 사그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류에 대한 일반 주민들의 사랑도 중요한 요인이지만, 특권을 활용해 보다 자유롭게 시청하는 간부들 때문에 실효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내부 소식통들의 진단이다.

북한 양강도 소식통은 15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잘 아는 보안국(경찰) 간부의 생일날 초대받아 갔다가 한국 영상물을 실컷 보고 왔다”면서 “CD 겉면에 중국 영화 ‘정무영웅’이라고 씌어져 있어서 그런 줄 알았더니 정작 내용물은 모두 한국 영상물이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시퍼런 대낮에 보안 간부가 한국 영상을 보는 것도 신기해 표지와 내용이 다른 알판(CD)은 어디서 얼마에 살 수 있냐고 물어봤는데 돌아온 대답은 ‘모른다’였다”고 덧붙였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간부는 이후 ‘단속 때 빼돌린 것들이어서 당연히 가격을 모른다’ ‘단속해서 돈 안내고도 볼 수 있는데 굳이 살 필요는 없잖은가’라고 답했다고 한다. 검열조직 마저 부정부패와 뇌물에 얼룩질 정도로 한류 양상이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북한 한류 통제의 가장 대표적 기구는 ‘109상무(그루빠)’로 알려져 있다. 외국 영화나 노래 등을 접하거나 유통시키는 주민들을 색출하기 위한 조직으로 국가안전보위부(성), 인민보안부(성), 검찰 등에서 차출된 요원들로 구성됐다.

그러나 이 조직이 단속을 눈감아 주거나 압수한 영상물을 다시 되파는 등 비리가 성행하자 필요에 따라 114상무, 727상무 등 특별조직을 만드는 조치도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일정 시기만 지나면 조직원들이 타락하기 일쑤이고, 단속도 흐지부지 되곤 한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주민들은 고달프게 벌어 한국 드라마 메모리를 구매하는데, 단속원들은 회수해서는 저들의 이속만 챙기고 있다”면서 “간부들조차 한국 영상물로 ‘자본주의 날라리풍’에 빠졌는데 제대로 된 단속·검열이 이뤄질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국 영상물 단속은 시도 때도 없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은 한 편을 보는 것도 전투”라면서 “하지만 간부들은 단속도 당당하게, 시청도 당당하게 하고 있어 주민들의 불만이 많다”고 전했다.

또한 한국 영상물 시청을 하겠다는 주민들이 늘어나면서 CD, USB 가격은 해마다 ‘껑충’ 뛴다. 현재 양강도 혜산과 위연 시장에서 팔리고 있는 한국영화 7편이 삽입된 USB 가격은 지난해보다 3만 원 오른 가격인 25만 원에 팔리고 있다.

소식통은 “한국 영상물은 생활난에 지친 주민들에게 희망을 주기도 하지만 탈북을 결심하게 만드는 촉매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면서 “실제 한국 영상물을 많이 본 사람치고 한국을 동경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주민들은 식량 살 돈을 아껴가면서 한국 영상물이 들어 있는 USB를 구매하고 있다”면서 “한국 영상만을 넣은 USB도 있지만 단속을 피하기 위해 처음과 중간, 마지막 부분에 중국 영화를 넣은 USB도 판매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편 최근 북한 국경지역에서 유통되는 한국 드라마는 ‘해를 품은 달’, ‘별에서 온 그대’ 등 지난 2010년 이후 방영된 것들이다. 소식통은 “간부 아내들은 ‘별에서 온 그대’라는 드라마를 구해오라고 남편들에게 간청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지구인이 아닌 별행성에서 온 남자와의 연애이야기는 일반 여성들 사이에서도 인기”라고 전했다.

강미진 기자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