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들의 남한 드라마 시청이 꾸준히 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단속해야할 간부들 사이에서도 남한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드라마에 빠진 간부들이 퇴근 후 밤새도록 시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16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요즘 중앙(평양)과 지방의 당 및 행정기관(보안부, 국가안전보위부) 간부들도 한국 드라마를 매우 즐겨 본다”면서 “대다수 간부들은 퇴근 후 ‘머리쉼’(스트레스해소) 명목으로 밤늦도록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소식통은 “간부들은 여유로운 생활과 가택수색 대상이 아닌 점을 이용해 조용히 가족끼리 모여 시청한다”며 “시청드라마는 대체로 체제비방이나 정치적 색채가 없는 ‘징비록’, ‘정도전’ 등 역사드라마와 ‘왕가네 식구들’과 같은 생활 드라마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일반 주민들의 집과 달리 간부사택에는 전기 공급이 원활한 편이고 109상무(불순녹화 물 검열 구루빠)의 검열대상 아닌 점을 이용해 아주 편하게 시청한다”면서 “이들은 밤늦도록 드라마에 푹 빠져 시청하고는 대신 점심시간을 이용해 사무실 오침으로 피곤을 풀곤 한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109상무는 마을 인민반장들을 앞세워 수시로 불시 가택수색을 벌이곤 하지만 간부집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한 평양에는 중앙기관 간부 아파트가 있고 지방에도 도당아파트, 보안국 아파트 등 간부사택이 밀집되어 있다. 이곳 간부들 대부분이 남한 드라마를 애청한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무역관계자들이 중국측 대방(무역업자)을 통해 여러 편의 드라마가 복제된 USB를 구입한 뒤 간부들에게 뇌물로 건네주는가 하면 보위, 보안원들은 압수한 영치품을 복사해 넘겨주기도 한다”면서 “간부들 사이에는 ‘또 밤을 팻(밤을 새워)구만, 혼자만 즐기지 맙시다’는 농말이 자주 오간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중국측 무역대방들은 최근 중국TV에서 방영중인 한국드라마 수십편을 극소형 ‘메모리’ 혹은 ‘USB’에 담아 넘겨주기 때문에 새로 나온 최신 남한 드라마가 북한 전역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