先 북한민주화→後 자동 核폐기가 해법이다

지금 북한 김정일은 두 가지 국제 이슈를 냉정하게 관찰하고 있을 것이다.


첫째, 중동의 변화다. 김정일은 재스민 혁명과 이집트의 무바라크 축출, 리비아 내전 사태를 불안한 심리상태에서 예의주시 하고 있을 것이다. 리비아 군사개입의 적절한 시기를 놓친 감이 있지만, 프랑스 영국 미국 공군의 공습이 카다피군 기세를 크게 약화시키고 있다. 


김정일은 리비아 사태 전개과정을 보면서 적어도 두 가지는 재확인하고 있을 것이다. 첫째는 핵무기를 절대 포기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22일 “리비아 핵포기 방식이 사탕발림이었다”며  “우리의 자위(自衛)적 국방력(핵개발)은 조선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는 더없이 소중한 억제력으로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둘째는 이집트 사태든, 리비아 사태든 민주혁명은 철저하고 무자비하게 진압해야 하고 초기에 싹을 잘라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독재제도와 독재기구의 체계화, 응용 능력 면에서 카디피는 김정일에게 ‘게임’이 되지 않는다. 계급독재에 기반하여 1967년부터 전개된 김일성 절대화와 당의 유일사상체계확립의 10대 원칙, 주체사상 영도론, 유치원 높은 반부터 시작되는 끊임없는 김일성 김정일 세뇌화 등에서, 독재의 ‘창조성’과 ‘과학성’은 중동의 어설픈 독재자들이 따라오기 어렵다.


과거 루마니아, 알바니아, 인도네시아 등의 독재자들도 김일성 김정일 따라배우기를 시도했지만 끝내 족탈불급(足奪不及)이었다. (아직도 비교할 대상을 찾지 못해 과거 박정희 독재와 북한의 독재를 비교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는데, 이들은 북한의 계급독재-수령독재가 뭔지도 모르는 하류들이다).    


김정일의 독재체계를 컴퓨터에 비유하면,  당 군 국가 전반에 건축된 독재의 조직토대는 윈도우나 리눅스 같은 ‘운영 체계’에 해당한다. 김일성 김정일 우상화 등 교육 선전 분야는 독재의 응용 프로그램이다.


그렇다면, 조직토대와 교육 선전의 응용 프로그램의 ‘보호자’는 무엇인가? 그것은 군사력이다. 그 정점에 핵무기가 있다. 김정일은 이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김정일은 카디피군에 대한 연합군의 공격을 보면서, ‘핵무기 없는 카디피의 처지’를 불쌍히 여기면서, 다시 한번  핵무기를 개발한 자신의 ‘천재적 혜안’을 자화자찬할 것이다.


김정일이 지켜보는 두번째 국제이슈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태다. 김정일에게 후쿠시마 원전사태는 양면적이다. 


첫째는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전 세계적으로 반핵(反核) 여론을 조성하면서 북한 핵에 대한 여론도 매우 나빠지는 경우, 특히 ‘남조선’에서 ‘북핵 폐기’ 여론이 거세게 타오르는 현상을 제어해야 한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북한이 백두산 화산활동 가능성 문제를 남북이 공동조사하자는 제의를 해온 배경도, 기본적으로는 대남 대화공세와 유화전술의 일환이지만, 구체적으로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폭발할 수 있는 북한 핵에 대한 남한 내부의 비판 여론을 백두산 화산 공동조사로 돌리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백두산은 남이든 북이든, 민족의 성산(聖山)이며 김정일이 ‘우리민족끼리’의 틀 안으로 남한을 묶어서 갈 수 있는 소재가 된다. 백두산 공동조사에 한국사회의 관심이 커질 경우 대남 전술에서 좀더 유리해진다. 친북 좌파들에게는 ‘장군님’이 좋은 소재를 던져준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정부가 백두산 공동조사 제의를 거부할 필요는 전혀 없다. 받아들인 정부의 결정이 옳다. 우리는 김정일이 백두산에 ‘정일봉’ 같은 낙서질을 한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남한 국민들이 북한정권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백두산 폭발이나, 북한 핵이나 다 같이 한반도에 재앙적 상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공통성이 있기 때문에 북핵의 심각성을 피해가기는 어렵다.      


하지만 김정일 입장에서는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남한내에서 ‘북핵 폐기’의 여론이 마치 2002년 월드컵 응원 때처럼 전국민의 거센 열기로 타오르는 현상은 절대로 막아야 한다.


김정일이 늘 긴장해 있는 대목이 어떤 사회적 아젠다, 또는 우연한 사건사고로  대한민국 전 국민이 하나로 똘똘 뭉쳐서 “김일성 김정일 타도!”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항상 남한사회를 둘로 나누는 대남 전략 전술이 김정일에게는 사활적인 일이다.


이미 김일성이 1960, 70년대에 되풀이한 ‘매우 현실적인’ 발언이 있다. 김일성은 “우리는 2000만, 남조선은 4000만이니, 남조선을 둘로 갈라 한쪽을 우리쪽에 붙이면 우리가 이긴다”고 했다. 이보다 더 ‘명료한’ 계산이 어디 있는가?


지식인들은 말에 의미를 담는 데 익숙해져 있지만, 전쟁을 해본 사람, 장사를 잘 하는 사람, 조폭과 같은 ‘확실한 유물론자’들은 말이 갖는 허상에 절대 속지 않는다. 김일성 김정일은 스탈린적 군사주의자보다 내용적으로 더 철저하다. 문제는 이같은 김정일의 인식을 우리 사회가 너무 안이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까지 목격하면서도 한국사회가 보여주는 북한 핵에 대한 ‘초연함’은 도대체 무엇으로도 설명할 길이 없다. 모두 득도(得道)한 사람들 같다.      


북한 핵문제에 대해 남한의 환경단체들은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조차 모르고 있다. 환경단체들이야말로 ‘북핵 결사반대’를 외치며 “북한 핵 폐기까지 끝장 단식투쟁” “한라에서 백두까지 삼보일배”에 벌써 들어갔어야 했지만, 이들 환경단체들이 대체로 ‘속칭 진보’들이라, 머리 속이 안개 속처럼 뿌연 사람들이 거의 태반이다. 더욱이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르고 있다.    


이들은 또 “북핵 반대는 보수들이 하고 있는데 굳이 우리 진보들이 나설 필요가 있느냐?”는 괴상한 생각까지 하고 있다. 문제의 본질과 핵심은 전혀 보지 못하고, 보수를 반대하고 보수와 생각을 달리하기만 하면 그것이 ‘진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전형적인 이분법적 대립형 사고방식, 쉽게 표현해서  ‘단순 무식형’ 사고방식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김정일에게 주는 또다른 양면성은 자신이 갖고 있는 핵무기가 ‘남조선’에 던져줄 수 있는 ‘공포감의 그늘’이다.


김정일에게는 남한 후방의 원전 폭파시 한국사회 내부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사태가 발생할 것인지, 이보다 더 좋은 도상(途上) 훈련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원전 피해의 구체적인 양상, 사회 혼란, 극심한 공포감, 외국인과 해외자본 이탈, 주식 물가 금리의 변동 등등 정치 경제 사회문화 전반에 이보다 더좋은 ‘국가적 생체 실험’은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앞으로 일정한 시간이 지나 “조선반도 핵 참사” “핵전쟁의 먹구름이 몰려올 것”이라는 식의 대남 핵 위협이 남조선 인민들에게 확실히 피부에 와닿게  먹혀들 것이라고 타산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적극적으로 대미 대남  대일 유화책으로 가면서 대외 국면을 유리하게 조성하고, 특히 남한 내부의 종북 친북  각종 찌질이들로 하여금 “남북관계는 ‘평화’가 제일이다”고 자신있게 외칠 수 있도록 환경과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좋다고 판단할 것이다.


그리고 김정일은 설사 최악의 경우라 해도 앞으로 미국이 군사공격의 방법으로 북한의 핵시설을 없애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확신할 것이다. 왜?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본 ‘남조선 인민’들이 먼저 나서서 결사반대할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지금 김정일이 할 일은 자세를 낮추면서 겸손하게 처신하면 된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에게 유리해질 것이므로.


리비아 사태와 후쿠시마 원전사고에는 핵을 가진 독재자 김정일의 두 얼굴이 겹쳐져 있다. 김정일은 앞으로 대남 핵 심리전을 전개하기 유리해졌다. 시간이 좀 지나면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어차피 북한 핵을 현실로서 인정할 수밖에 없고, 그 주어진 현실 안에서 남북간 최대치의 평화를 확보해야 한다”는 식의 말장난과 궤변이 등장할 수 있다. 얼치기 북한전문가, 회색 지식인들이 그런 궤변들을 생산할 것이며, 여기에 MBC 같은 방송이나 3류 언론들이 그런 소재도 “일단 기계적 형평이라도 이루면” 객관적 찬반 토론이 가능하다고 볼 것이다. 


2011년 하반기부터 2012년 총선, 대선 기간을 통과하면서 우리사회 어느 한쪽에서는 기필코 ‘평화냐? 전쟁이냐?’라는, 논리적으로 볼 때 도저히 대치가 안 되는 대치 구도, 또 대치해서는 대한민국에 이익이 안되는 대치 구도를 끝내 만들어 내려고 할 것이다. 


2012년 말까지 한국사회 내부의 극심한 분열, 적아(敵我)가 구분되지 않는 투쟁과 혼란이 거의 내전 수준으로 가게 될 것이다. 앞으로 한국사회가 한번은 맞닥뜨려야 할 국가적 어려움과 혼란이 아마도 2012년에 그 입구에 들어서게 될 것 같다.          


중동 민주화 전개 과정을 보면서 북한의 미래를 다시 생각해본다.


민주주의는 그 본질에서 인류보편주의이며 세계주의이다. 인류의 발전역사는 곧 민주주의 발전역사이다. 20세기 들어 파시즘, 군국주의 때문에 인류는 큰 피해를 입었다. 여기에 더하여 유물사관의 오류, 경제중심 계급주의 역사관으로 지구 반쪽의 수많은 사람들이 억울하게 죽거나 심한 고생을 겪었다. 그렇게 20세기를 보냈다. 


인류는 21세기에 민주주의의 세계화, 세계의 민주주의화를 달성해야 한다. 독재, 기아, 폭력, 반(反)자유, 반(反)시장, 반지성, 반문화는 ‘민주주의의 빈곤’에 그 뿌리가 닿는다. 유교민주주의니, 중국적 민주주의 식의 표현은 그냥 유사(類似)민주주의이며 본질에서 허구이다. 


민주주의가 더 잘 발전되어 있는가, 덜 발전되어 있는가, 그 수준의 차이, 질적 차이가 존재할 뿐이다. 탈레반 문화도 이슬람 요인이라는 특수성 보다는 민주주의의 극단적인 부재가 본질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북한의 세습 수령독재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리비아 사태도, 탈레반도, 김정일 세습독재도 해결의 기본 방향은 ‘민주주의’인 것이다.    


민주주의를 획득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한국의 민주화도 이승만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세우고,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적 물적 토대를 만듦으로써 비로소 민주화 진보가 가능했다. 분단된 한국의 입장에서 그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고, 짧은 기간 안에 이루어낸 기적에 가까운 ‘인류사적 사건’이었다.(이러한 기초적인 사실들을 무시해버리면 한국사회와 향후 한반도의 진보문제를 놓고 토론을 할 여지도 없어진다).     


한반도의 진보를 위해 한국사회 내부의 힘을 모으는 일을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 북한 2400만 형제들을 대한민국 5천만의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북한 민주화 작업을 가속화 하는 것이다. 북한인권과 민주화의 깃발을 더 높이 드는 일이다. 그 길이 김정일 정권을 약화시키고 북한 주민들을 강화시키는 길이며, 결국 북한 핵을 해결하는 길이다.


한국과 국제사회는 북한 핵문제는 두들기면 두들길수록 더 단단해진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북한 핵의 소유권자는 어차피 김정일이며, 북핵문제는 김정일의 강한 고리에 해당한다. 북핵 문제를 키우면 김정일의 몸값도 커진다. 6자회담을 통해 북핵 폐기를 실천해가는 것이 중요하지만, 6자회담은 NPT 체제 유지와 나중에 동북아 다자 안보체제로 가는 기초로서 활용할 수 있을 뿐 실제 북한 핵을 폐기시키는 장(場)으로서는 아무런 효력도 없다. 이것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북한 핵을 폐기시키는 길은 근본적으로 북한에 핵이 필요 없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것은 북한 민주화이며, 개혁개방이다. 북한 주민들이 김씨 왕조로부터 주권을 회수하여 스스로 정권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북한 핵은 김정일 세습정권의 독재를 위해 필요한 것이지, 2400만 주민들의 개혁개방과 먹고 사는 데 필요한 물건이 결코 아니다. 시쳇말로 북한 주민들이 핵무기로 국 끓여 먹을 수 있는가? 그래서 김정일 정권을 교체해주면 북한 핵도 자동적으로 폐기의 길로 가게 된다. 또 북한 민주화 이후 한국과 북한의 과도적 새 정권이 1992년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실천에 옮겨버리면 되는 것이다. 김정일이 없는 한반도에서 그 누구도 핵 보유를 원치 않는데 누가 핵무기 들고 장난 치겠는가?


북한 핵폐기는 ‘先 김정일 정권교체, 後 자동 폐기’의 길이 가장 현실적이며, 가장 확실한 방안이다. 김정일 세습정권이 민주주의 정권, 개혁개방 정권으로 바뀌지 않는 한, 앞으로도 북한 핵문제는 두들기면 두들길수록 더 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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