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재개 논의가 속도를 높여가는 가운데 한국, 미국, 중국, 북한의 고위급 인사가 베이징에 모인 24일 이들의 행보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24일 현재 베이징에는 한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미국의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 북한의 김영일 노동당 국제부장이 체류하고 있다.
베이징에는 한미북중 고위급 인사들이 개별적으로 접촉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을 매개로 해서 6자회담 재개 논의가 다각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위 본부장과 보즈워스 대표는 각각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 특별대표를 만나 최근 이뤄졌던 북중간 협의 결과를 직접 설명 받고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우 대표는 한국과 미국에 북중 협의 결과를 설명하며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해 북미가 제시했던 조건을 절충한 중재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의견 접근은 이루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북한이 6자회담 복귀 조건으로 대북제재 해제와 ‘평화협정’ 회담 개시를 고수하고 있는 데 반해 한국과 미국은 여전히 “북한의 조건 없는 6자회담 복귀와 약속한 비핵화 조치 이행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북미간 조건을 조율한 타협안을 제시했다 해도 양측의 입장이 확고한 상황에서 쉽게 의견 접근을 이루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위 본부장은 이날 베이징 특파원들과 만나 이번 회담은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고 비핵화를 이행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며 “협의가 어떻게 이어질지는 확실치 않아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회담 재개를 모색하는 단계에서의 논의였다”고 평가했다.
위 본부장은 전날 우다웨이 대표에 이어 24일에는 장즈쥔(張志軍) 외교부 부부장과 남북관계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소개한 뒤 “중국 측의 입장을 듣고 6자회담 재개 방안을 논의한 것은 유익했다”고만 말하는 등 구체적인 답변은 피했다.
이 외에도 북한에서는 김영일 국제부장이 23일 베이징을 방문해 후진타오 국가주석을 예방했으며, 카운터파트인 왕자루이 부장과도 면담했다.
김 부장이 6자회담을 직접 담당하는 위치에 있지는 않지만, 중국의 최고위층 인사들과 면담을 가진 만큼 어떤 형태로든 6자회담과 관련한 논의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이며, 이 자리에서도 중국측이 제시한 중재안이 언급됐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보즈워스 대표는 25일과 26일 서울과 도쿄를 잇달아 방문해 북중 협의 이후 6자회담 재개 전략에 대한 세부 대책을 논의한다.
아직까지 베이징에서 이뤄진 한미중 간 협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전해진 바가 없기 때문에, 25일 위성락 본부장과 보즈워스 대표의 협의가 끝난 다음에야 관련 정황이 파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결과에 따라 6자회담의 3월 중 개최 여부도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성 김 미국 6자회담 수석대표는 보즈워스 대표와 서울까지만 동행하고 26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장관급 전략대화에 맞춰 조기 귀국한다.
힐러리 클린턴 장관은 성 김 대표로부터 북중 협의 내용과 관련국 조율 사항을 직접 보고 받은 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