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ㆍ日 평양선언’ 3돌…관계개선 변화오나

북한 평양방송은 17일 ‘조(북).일 평양선언’ 발표 3돌을 맞아 “조-일 평양선언 이행과 조-일관계 개선에 차단봉을 내린 장본인은 일본 반동들”이라고 주장했다.

평양방송은 이날 북한 당국이 평양선언 이행을 위해 부단히 노력한 반면 일본은 대북 적대 일변도 정책을 취해왔다고 비판하고 성실한 과거청산을 촉구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2002년 9월17일 처음으로 방북,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2002년 10월중 양국간 국교정상화 교섭 재개 ▲북한의 미사일 발사실험 2003년 이후 계속 유예(모라토리엄) ▲국교 정상화 후 일본측의 대북 경제협력 ▲북한의 일본인 납치사건 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 등 4개항의 북.일 평양선언이 채택됐다.

평양선언 채택 이후 북한과 일본 사이에는 납치생존자 5명의 일본 일시 귀국과 2년만의 북.일 수교회담 본회담 재개로 잠시 훈풍이 부는 듯 했다. 그러나 북한 핵문제가 불거지고 일본 내 납치문제 강경 여론 등으로 냉랭한 관계로 빠져들었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해 5월 고이즈미 총리가 두 번째로 방북, 북한에 있던 피랍 일본인 자녀의 귀국을 실현하고 평양선언을 재확인했지만 그해 12월 북한이 전달한 일본인 납치피해자 요코타 메구미(실종당시 13세)유해의 진위 여부를 둘러싸고 북.일 간에 날카로운 신경전을 펼쳐 감정의 골만 깊어졌다.

일본 내에서 대북 제재론 등 강경 분위기가 일자 북한 외무성은 일본측의 ‘정치적 각본’에 따른 것이라며 정면으로 반발한 데다 일본이 대북 제재를 실시할 경우 이를 북한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 강력한 물리적 방법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북한은 일본의 군사대국화와 과거 일제에 의한 범죄행위를 거론하며 대일 비난 목소리를 높여 나가고 있다.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 진출에 강력히 반대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더욱이 4차 6자회담에서 일본이 납치문제를 거론하고 있는 데 반발, 6자회담 일본 배제를 거론하는가 하면 지난 7월말 열렸던 1단계 4차 6자회담에서는 철저히 일본 무시전략을 펴기도 했다.

북한은 일본인 납치문제는 북.일 평양선언으로 끝난 문제이며 일본이 평양선언 정신으로 되돌아오지 않는 한 북.일관계 개선이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북.일 국교정상회담 북측 단장이었던 정태화 북.일 교류협회 상임고문은 지난달 24일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와 회견에서 “일본이 조.일 평양선언 정신으로 되돌아오지 않는 한 조.일관계의 개선이란 있을 수 없다”며 “우리는 오로지 과거청산에 대한 일본의 자세와 입장을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납치문제와 관련, 고이즈미 총리의 두 차례 방문과 야부나카 국장을 단장으로 한 일본 정부대표단의 평양방문으로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고이즈미 총리가 우정민영화법안 부결에 따른 중의원 해산이라는 정치적 승부수를 던져 총선거에서 압승을 거둠에 따라 북.일 관계는 변화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고이즈미 총리는 북한과 관계 개선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남북 장관급회담에 참가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에게 북.일관계 정상화 회담 개최 메시지를 전달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임기 중 대북 국교정상화 노력을 강조했다.

북한도 일본을 철저하게 무시했던 1단계 4차 6자회담과 달리 이번 2단계 회담에서는 일본과 선뜻 장시간 양자접촉을 가져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일본과 접촉한 배경에 대해 총선 압승으로 권한이 대폭 강화된 고이즈미 총리가 정권을 잡고 있을 때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핵 포기에 따른 상응조치 이행과정에서 경제대국이자 인접국인 일본의 경제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도 감안된 조치라는 시각도 많다.

그렇다고 북.일관계에 당장 봄바람이 불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핵문제 향방이 북.일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북.일 간에 간극이 크기 때문이다.

정치적 입지가 커진 고이즈미 총리와 김정일 위원장이 앞으로 북.일관계를 어떻게 풀어 나갈지 주목된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