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12일 평화적 핵사용 여부에 대한 검증만 보장된다면 대북 경수로 제공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엘바라데이 총장은 이날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털 호텔에서 열린 한-IAEA 기술협력 50주년 기념 기자회견에서 대북 경수로 제공에 대한 미국 일각의 우려와 관련, “경수로가 됐건 다른 원자로가 됐건 간에 중요한 것은 충분한 검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수로에서 나오는 사용후 핵연료도 핵무기 제조에 쓰일 수 있는 만큼 북한에 경수로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미측 일각의 주장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6자회담 공동성명에 북한이 향후 원자력을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엘바라데이 총장은 오는 14일 IAEA감시.검증단이 2.13 합의에 따라 북한에 들어갈 것이라고 소개한 뒤 “5개 핵시설 폐쇄 등 북한 비핵화 초기단계 이행에 대해 낙관적으로 본다”면서 “핵시설 폐쇄는 시작되는 때부터 1개월 후면 완전히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은 엘바라데이 총장과의 일문일답.

–주말에 방북하는 사찰단이 가장 먼저 취할 조치는 무엇인가.

▲북한측과 방북에 대해 2주전에 이미 합의했기 때문에 핵시설 폐쇄 등 절차에는 문제가 없다. 5개 핵시설 폐쇄 등 북한 비핵화 초기단계 이행에 대해 낙관적으로 본다. 핵시설 폐쇄는 시작 시점부터 1개월 후면 완전히 이뤄질 것으로 본다.

문제는 2단계 조치로, 향후 핵 폐기물 처리 등을 어떻게 할지는 6자회담에서 논의해야할 것이다. 개인적 견해로는 전반적으로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 긴 과정이 되겠지만 잘 될 것이다. 15년 전에 불거진 문제인 만큼 시간을 두고 종합적인 관점에서의 대책이 필요하다. 6자 모두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 향후 문제가 잘 풀려서 북한이 다시 NPT(핵비확산조약)에 가입한다든지, IAEA의 세이프가드를 받아들인다면 더 좋을 것이다. 이는 북한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와 전세계에 크게 이로운 결과가 될 것이다.

–북한이 고농축우라늄(HEU)을 보유하고 있다는 일각의 의혹이 있는데.

▲2단계 조치에서 북한으로부터 핵물질 및 핵 프로그램을 제출받을 것이다. 이 단계에서 북한의 제출 목록이 얼마나 정확하고 투명한지에 따라 사찰 진행이 달라질 것이다. HEU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 되겠지만 궁극적으로 북한이 IAEA의 세이프가드를 준수하고 궁극적으로 NPT에 복귀하기를 희망한다.

–상황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낙관적인데 그 근거가 궁금하다.

▲상황이 긍정적이라는 것은 초기단계에 국한된 표현이었다. 물론 이후의 과정이 얼마나 원활할지는 6자회담의 성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궁극적으로 북한이 세이프가드를 받아들이고 NPT로 복귀할지는 두고봐야 한다. 이번 사찰은 북한이 요청하고 이를 IAEA 특별이사회가 결정한 것이다. 사찰단이 얼마나 투명하고 협조적인 분위기에서 북핵을 검증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원활히 진행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신뢰구축에 문제가 생길 것이다. 6자회담 등을 통해 대화와 협력이 있었기에 현재 상황까지 왔다. 하지만 핵문제는 전체 문제의 빙산의 일각이다. 관련된 모든 사항을 검토하고 해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IAEA의 경수로에 대한 기술적 판단은.

▲6자회담에서 논의중인 사안으로 알고 있다. 다만 6자회담에서 북한이 향후 원자력을 사용할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공동성명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검증만 가능하다면 평화적 목적이라는 것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가지 우려가 있겠지만 이는 미래의 특정국가가 핵 관련 의무를 위반하거나 검증을 받지 않을 경우를 가정한 시나리오일뿐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 원자로 자체는 핵확산의 위험이 되지 않는다. 위험은 플루토늄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이다. 이 과정을 감시, 통제해야 하는 것이다.

–북한에 대해 NPT 복귀를 권유한 적이 있는지.

▲이 역시 6자회담에서 다룰 문제다. 굳이 답하자면, NPT는 개별국가가 자발적으로 참여 여부를 결정할 문제지, 누가 강요하거나 권유할 수는 없다. IAEA의 역할은 NPT 체제의 국가를 돕는 것에 한정된다. 게다가 NPT에 북한이 들어오는 것은 6자회담에서도 향후 단계에 다뤄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야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북한이 NPT에 복귀하길 바란다. 하지만 이를 강요하거나 권유할 권한은 없다. 국제사회와 당사국이 논의할 문제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