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령주민전화통화]“모내기 끝날 때까지 장사금지”

5월 25일 함경북도 남양노동자구 주민들이 모내기 동원된 현장의 모습 <사진@dailynk>

북한 당국은 5월 20일부터 7월 30일까지를 ‘모내기 70일 전투’로 지정하는 주민 총동원령을 공표하고 주민들을 각급 농장으로 강제 동원하고 있다.

주민총동원령에 따라 5월 20일부터 각 시, 군 장마당을 통제하고, 주민들이 거주지 시(市)∙군(郡) 범위 밖으로 여행하는 것을 단속하는 등 집중 검열이 진행되고 있다.

장마당 통제, 상인들 집중 단속

함경북도 국경지역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20일부터 장마당을 일시 폐쇄하고 상인들의 출입을 금지시켰으며, 청진 수남시장의 경우 식량 및 생활필수품에 대한 매매행위를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령시에 거주하고 있는 최 모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5월 초에 각 기업소, 농장, 인민반 주민 교양에서 ‘모내기 전투가 끝날 때까지는 장마당에 나가서 장사를 하는 것은 물론 물건을 사는 행위도 처벌 대상이 된다’는 국가방침이 전달됐다”며 “실제로 지난 22일에는 회령 1중학교 부근에서 옥수수를 팔던 사람이 안전부에 끌려가는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함경북도 종성군에 거주하는 김 모씨는 “인민반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모내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때에 개인들이 혼자 먹고 살겠다고 모내기 외에 다른 일을 하는 것은 반국가적 행위로 간주될 것’이라며 주민들에게 겁을 줘 지금은 장마당에 나서는 사람들이 아예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종성군에서는 지난 4월 장마당에서 1kg당 750원~800원에 거래되던 쌀값이 현재는 1천원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장증명서’ 없으면 노동단련형 받기도

‘모내기 70일 전투’ 동원령에 따라 일반주민들은 기업소가 발급한 ‘출장증명서’가 있어야 시∙군 외의 지역을 여행할 수 있다. 기업소의 ‘출장증명서’ 없이 여행하다 안전부에 적발되면 해당지역 안전부가 임의로 지정한 농장으로 끌려가 1주일 이상 노력동원을 마쳐야 풀려 날 수 있다.

함경북도 청진에 거주하는 강 모씨는 “안전부에 적발되어 농장에 끌려가는 것은 그나마 운 좋은 경우”라며 “운이 나쁜 사람들은 ‘본보기’로 찍혀 노동단련형을 받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또 “결혼, 사망, 친척방문과 관련된 주민 여행증명서 발급이 중단된 상태됐으며 일부 외화벌이 기업소에서나 ‘출장증명서’를 발급한다”며 “지금은 들판에 나가 논에 두 발을 담그고 있는 것이 가장 속편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강제 동원에 주민들 불만 높아져

오전수업을 마친 남양중학교 학생들이 모내기 동원에 나서고 있다<사진@dailynk>

지난 5월 초 중국으로 탈북한 김영태(가명.31세)씨는 당국의 농촌동원 방침에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가뜩이나 봄철 춘궁기가 오면 장마당 쌀값이 올라 백성들 생활이 힘들어지는 판에 장사까지 못하게 하니 식량가격이 더 오른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식량 사먹기 어렵지, 장사하는 사람들은 장사를 못하니 살기 어렵지, 학생들은 제대로 공부도 못하지…… 정작 농촌지원에 나가보면 농장원들은 자기들 소토지(개인 경작지) 관리에만 신경쓰고 농장일은 동원 나온 사람들에게 모두 떠넘기니 도대체 누구를 위해 들판으로 몰아 부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한편, 최근 노동신문은 “적들의 경제봉쇄가 갈수록 악랄해지고 있는 오늘, 농사를 잘 짓지 못하면 사회주의 제도를 지켜낼 수 없다”며 “어디서 무슨 일을 하건 농사문제를 두고 뛰고 또 뛰는 사람이 당이 바라는 진짜배기 애국자”라며 주민총동원을 강조해 왔다.

중국 투먼(圖們) = 김영진 특파원kyj@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