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특파원 3개월 추적④] 양강도 ‘문둥병’ 정체를 알 수 없다

▲ 북한 장마당 풍경

북한의 양강도 혜산시와 김형직군(후창군) 일대에는 주민들이 ‘문둥병’으로 부르는 ‘괴질’이 돌고 있다.

14일 중국의 옌벤 자치주 옌지(延吉)에서 만난 탈북자 이성희(가명, 25세)씨는 “병으로 강제도축된 장마당 고기를 사먹은 사람들 중에 마치 문둥병에 걸린 환자처럼 피부가 헐고 진물이 나며 살점이 떨어지는 환자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병명은 확실치 않고, 증상은 문둥병과 비슷해 사람들이 그냥’ 문둥병’으로 부른다”며 “이 때문에 당국이 양강도 일대 괴전염병 발생지역을 봉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양강도 일대에 구제역이 발생한 사실이 있어, 당시에도 그 일대를 봉쇄했다. 그러나 수의과 의사들은 “구제역에 걸린 소고기를 먹었다 해도 사람에게 그런 증상이 나타날 수 없다”는 견해를 보였다.

따라서 양강도 일대 괴질의 정체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편,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 박정화(가명. 36세)씨는 “최근 북에 있는 가족과 통화했는데, 북부 국경지대에 ‘살 썩는 병이 돈다’는 소문을 들었다”며 “인민위원회 2부에서 여행증명서를 승인할 때 위생방역소가 발급한 ‘위생 통과증’을 요구하고 있다”고 17일 데일리NK에 전했다.

북한당국은 소 밀도살 행위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소는 트랙터와 같이 ‘국가소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죽은 소를 장마당에서 판매하는 행위는 막지 않는다.

현재 양강도 일대에는 소고기 판매금지는 물론 다른 시, 군 유출도 통제하고 있다. 이씨는 “지역 보안서(경찰)가 고기 판매를 통제한다”며 “특히 혜산과 김형직군, 김정숙군, 보천군 일대의 소고기가 외부로 유출되지 못하도록 단속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축 위생검역 시스템 붕괴가 원인일 수도

양강도 일대의 괴질이 소나 돼지에 의한 전염이 사실일 경우, 가축 위생검역 시스템이 오래 전부터 붕괴된 사실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주민에 대한 의료체계도 붕괴된 지 이미 10년이 넘었기 때문에 가축 검역시스템의 붕괴는 복구를 생각할 수도 없다.

중국에서 만난 북한주민들은 ▲ 축산용 사료가 없기 때문에 비위생적인 사료로 가축을 키우고 ▲가축에 대한 수의방역은 생각할 수도 없으며 ▲밀도축된 고기에 대한 위생검역이 전무하기 때문에 이러한 전염병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90년대 중반 식량난 시기 이전 북한당국은 주민들이 기른 돼지를 국가가 수매하고, 당국의 검역을 거친 다음 판매하도록 했다. 만약 밀매가 적발될 경우, 벌금을 물리고 전량 회수해 탄광, 광산, 군대지원으로 돌렸다.

그러나 90년대 후반 이후 밀도살 행위가 늘어나 구제역을 비롯한 각종 질병으로 강제 도축된 소, 돼지 고기들이 장마당에 유통되었다.

또 북한주민들은 희귀 전염병으로 강제 도축된 고기도 “섭씨 100도 이상 끓이면 먹을 수 있다”고 막연하게 생각하는 실정이다.

중국 옌지(延吉)= 김영진 특파원hyj@dailynk.com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hyj@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