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용천역 폭발사건 이후 복구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연합 |
북한 당국은 질산암모늄 비료를 실은 화차와 유류를 실은 화차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났다고 공식 발표했다. 국내에서는 이에 대해 큰 의혹을 제기하지 않았지만 ’20년간 폭약을 모아온 70대 노파의 암살 시도’ 등 괴소문이 끊이질 않았다.
용천 출신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 역시 용천군 안전부장과 보위부장이 별안간 사라진 것을 보고 이것이 김정일을 겨냥한 암살 시도였다는 소문이 은밀히 퍼졌다. 하지만 모든 정보가 철저히 통제되고 있는 북한의 현실에서 이것을 입증할 방법은 사실상 없었다.
그런데 김정일의 입에서 용천 폭발이 자신을 겨냥한 암살시도였다는 말이 나와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의 만남에서 한 발언이지만 김정일이 자신들에게 손해가 될 이런 말을 꾸며 말할 이유가 없고, 현정은 회장도 없는 사실을 지어내 김정일을 모함할 이유는 없는 것으로 볼 때 사실일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김정일의 발언이 사실에 기초한다면, 과연 누가 김정일을 죽이려고 했을까? 용천역 폭파사건을 일개인이나 평범한 주민이 시도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밀 중에서도 최고라 할 수 있는 김정일의 동선을 파악하고 있었고, 1호 경비의 보안을 뚫고 역 주변에 폭발물을 설치했으며, 당시의 폭발 규모로 봤을 때 상당기간 치밀한 준비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당시 폭발 규모에 대해 조선중앙통신은 “1t짜리 폭탄 100여개가 순간에 한 지점에 떨어진 것과 같은 위력”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강한 폭음과 폭풍으로 실명되거나 귀가 먹은 사람들이 많고, 폭발지점에서 1km 주변은 완전히 폐허가 됐다”고 밝혔다. 이런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용천폭발은 엘리트가 가담한 지하조직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현실에서 반김정일 조직의 결성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일견 맞는 말이다. 당사자 뿐 아니라 사돈의 팔촌까지 죽이거나 정치범수용소에 가두는 상황에서 반김정일 조직 결성은 쉽지 않다.
하지만 아예 불가능하다는 것과 쉽지 않다는 것은 전혀 다른 말이다. 우리는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가 생전에 증언한 김일성대 반체제 활동 도모 사건, 평양 ‘우리들의 투쟁’, 6군단 사건 등 조직적인 반체제 활동에 대해 익히 알고 있다.
현재 북한 사회는 이전과 또 다른 길로 가고 있다. 이 변화의 핵심은 바로 주민들이다. 과거 통제적응형이던 주민들의 태도가 체제반감형으로 급속히 변하고 있다. 공개적인 장소에서 낮은 수준의 국가비난도 가능하다고 북한 주민들은 말하고 있다. 주민들은 김정일 체제의 공포를 인정하면서 위장충성하고 있지만 반체제 활동이 태동할 경우 폭발력은 순식간에 북한 전역을 뒤덮을 수 있다.
특히 화폐교환조치는 지도자에 대한 주민들의 막연한 기대에 결정적인 틈새를 만들었다. 하루하루 생존에 허덕이며 정치문제에 관심을 끊었던 주민들에게 화폐교환 조치는 자신들의 적이 누군지 깨닫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 이후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는 낙서투쟁 등이 이를 잘 말해준다. 북한 사회가 지금은 평온해 보이지만 밑바닥은 그렇지 않다. 제2, 제3의 용천폭발이 다른 형태로 발생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용천에서 김정일 암살을 시도했던 지하성원들이 일망타진되지 않았다면 지금은 또 다른 목표를 향해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전국 각처의 북한의 혁명가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동지들을 규합하며 때를 기다리고 있다.
북한의 미래가 이들의 손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도 제한적이지만 없지 않다고 본다. 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진정한 변화를 바란다면 이미 다 무너져가고 있는 3대세습 정권에 대한 미련을 빨리 버리고 북한민주화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