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관광’에는 뭔가 특별한 게 있는 것 같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지난해 12월 5일부터 현대아산은 개성관광 사업을 시작했다. 매일 300여 명의 남한 관광객들이 개성에 와서 이 도시를 구경하게 되었다.

얼마 전 필자도 개성관광을 다녀 왔다. 필자의 관심은 정몽주 선생의 피가 흘러내린 선죽교도 아니고, 고려활자가 보관된 성균관박물관도 아니었다. 필자의 관심은 개성관광이 갖는 정치적, 사회적 의미이다. 이 입장에서 보면 개성관광의 탄생은 남북관계 역사에서 정말 획기적인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광은 시작된 지 꽤 되었다. 현대아산이 금강산 관광을 1998년에 시작한 지 10년이 되었다. 하지만 개성관광은 현대아산이 원래 했던 금강산 관광과 중요한 차이점이 많다.

금강산과 개성, 다른 게 있다

필자 보기엔 개성관광이 남북한 관광교류 (더 엄밀하게 말하면 남한의 ‘대북관광’)의 참된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강산 관광은 참된 ‘대북관광’으로 보기 어렵다. 관광이란 활동의 목적은 다른 나라, 다른 지역에 대해 자신의 체험으로 배우는 것이니까 직접적인 인간교류 있어야 이 목적을 이룩할 수 있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의 경우에 이러한 인간교류가 생길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사실상 금강산 관광 지역은 “북한 안의 작은 남한”에 불과했다.

금강산 관광구역은 지리적으로 비무장지대 이북에 위치하지만 시설과 분위기가 남한의 설악산이나 제주도와 같은 휴양지와 별 차이가 없다. 남한 사람은 북한 사람들의 생활을 볼 기회가 전혀 없다. 그들이 볼 수 있는 북한 사람들은 “안내원”으로 위장한 보위원들 뿐이다. 물론 보위원이라 해도 어느 정도 북한 사람들의 생각과 세계관을 짐작할 수도 있지만 남한 관광객 대부분은 북한 사회의 현실을 느끼는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래서 금강산관광이 상업적으로 잘 되지 않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금강산 사업을 시작하자 1999년 1월 현대아산은 2004년이면 매년 방문객 숫자가 120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 2004년에는 방문객의 숫자가 27만 명에 불과했고 지난 2007년 35만 명에 달했다. 금강산은 서울에서 좀 멀고 자연미밖에 볼 것이 없어서 한국 관광객들은 같은 돈으로 중국이나 베트남을 방문하면 더 좋은 선택이라고 판단한다. 그래서 금강산 관광사업은 직간접적으로 국가의 지원을 안 받으면 계속 생존하기 어렵다.

물론 이것은 현대아산에 대한 비판이 결코 아니다. 현대아산 경영자들의 주관적인 의도와 무관하게 그들이 하는 사업은 북한 독재의 기반을 약화시키고 북한의 자유화를 촉진하는 활동이다. 금강산의 경우에 현대아산은 북측의 요구를 받아들 수밖에 없었다. 평양 당국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북한의 정보폐쇄을 유지하는 것은 제일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이니까, 이러한 제한된 지역에서만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개성관광의 본질은 금강산관광과 너무 다르다. 제일 중요한 차이는 개성관광으로 가는 방문객들은 아직 극소수의 남한 사람들이 과거에 볼 수 있었던 북한 도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들이 방문하는 성균관, 선죽교, 숭양서원 등은 모두 시내에 있다. 그래서 그들은 버스 창문으로 개성의 풍경을 구경할 수 있다.

물론 북한측은 정권유지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남북 주민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무엇이든 다 한다. 버스마다 보위원 두 명식 탑승하는데, 그들이 방문객들을 계속 감시한다. 그들의 최대 목적은 방문객들이 외부 사진촬영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버스가 통과하는 노선에 따라 배치된 군인들은 방문객들도, 개성 주민들도 경계한다. 현대아산 직원들은 버스가 북한으로 들어갈 때 남한 출판물, 전자 자료, 이동통신 등을 소지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반복해서 말한다. 숭양서원에서 관광버스가 주차할 동안 멀리서 군인들은 개성 주민들이 가까이 올 수 없도록 조치했다. 바꾸어 말하면 일반 세계적 기준으로 개성관광은 통제와 제한이 예외적으로 엄격한 상품이다.

그래도 금강산관광보다 큰 차이가 있다. 현대아산 관광버스 10대가 시내를 통과하니, 북한 사람들이 사는 도시의 모습을 어느 정도 볼 수 있다. 개성은 평양에 이어 제일 잘 산다고 하는 도시이지만 남한 사람들이 보기에 1960년대 남한의 지방도시와 비슷하다. 차량이 거의 없는 도로에 멀리 소달구지가 보이기도 하고, 원시적인 기중기밖에 다른 기계가 없는 건설현장이 보이기도 하고, 위태위태한 건물도 보인다. 38세라고 하는 안내원이 키도 작고 주름살이 너무 많다는 것도, 아름다운 바위에 김父子를 찬양하는 붉은 글씨가 많이 새겨져 있다는 것도, 국보로 여기는 문화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것도, 산에 나무가 없는 사실 등등은, 아무리 사진촬영을 금지해도 방문객들의 주목을 피하지 못한다.

사진촬영에 대한 금지는 엄격하다. 방문객들은 버스 안에서도 감시를 받을 뿐만 아니라 남쪽 분계선으로 다시 넘어오기 전에 북한 경찰들이 카메라 사진을 한 장 한 장 모두 확인한다. 북측 당국자들은 이런 사진이 북한의 낙후성과 빈곤을 보여 줄 수 있으니까 촬영금지를 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런 행위들이 결국 나중에는 부작용을 가져올지 모른다.

개성에 가면 ‘북한 무관심’ 사라질 것

개성관광의 중요한 특징은 시간과 돈을 낭비하지 않은 상품이라는 것이다. 물론 당일관광이니까 18만원이 결코 싼 가격이 아니다. 그러나 금강산관광과 비교하면 시장성이 있는 것 같다. 금강산으로 가려면 40-50만원의 돈, 그리고 3-4일 정도 시간이 필요하니, 가고 싶어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개성관광은 18만원만 내면 쉽게 하루 동안 갖다올 수 있으니, 가고 싶은 수도권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규모는 매월 1만명 정도이니까 앞으로 커질 수도 있다.

필자가 보기엔 사회적 영향이 거의 없는 금강산관광과 달리 개성관광은 이북에도, 이남에도 남북 주민들 의식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잠재력이 있다.

남한 사람들은 자기 눈으로 직접 북한의 상태를 볼 수 있으니 북한에 대한 의식이 변화할 수 있다. 극소수의 전문가들을 제외하고 최근까지 남한 사람들은 북한 생활상을 출판물이나 영상 이미지 같은 2차 자료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이 자료를 믿지 않을 수도 있는데, 설사 믿는다고 해도 직접 보는 것만 못하다. 필자가 아는 몇 개국 언어 중에 백문이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 백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게 낫다)의 의미와 비슷한 속담이 없는 나라가 없다. 그만큼 ‘百聞而不如一見’은 모든 나라의 인간 심리의 기본원칙 중 하나이다.

남한 사람들은 개성관광을 통해 북한의 경제적 낙후성을 직접 느낄 수 있는데, 그 이후에는 대북정책에 대해 각각 완전히 다른 입장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대북지원을 더 적극적으로 지지할 것 같고,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빈곤을 초래한 북한의 정치체제에 대해 적대감을 느낄 것 같고,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낙후한 나라와의 통일을 반대할 것 같다. 하지만 개성을 가본 사람들 중에는 북한에 대한 무관심은 어느 정도 없어질 것이다.

또 개성관광은 북한이란 나라가 남한과 얼마나 가까운지 체험할 기회를 준다. 오전 6시에 서울 강북에서 출발하는 방문객들은 두 시간 정도 걸리는 출입국 절차에도 불구하고 오전 10시면 박연폭포에 도착하니까, 개성이 평택보다 더 가깝다는 것을 느낀다. 이런 인상도 아주 중요하다. 남한 사람 대부분은 북한과 아무런 관계가 없어서 지리적인 근접성에도 불구하고 정신적으로는 이북을 먼 나라처럼 보는 경향이 있는데, 이 지리적인 현실을 깨달으면 북한 문제의 심각성을 더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남북주민들, 미래와 통일 생각케 하는 곳

그러나 개성관광의 영향은 남한만 아니라 북한사람들도 많이 받을 것이다.

당국자들의 노력에 불구하고 대규모 관광은 개성 주민들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 매일마다 시내에서 보지 못한 10대의 대형 버스를 타고 온 남한사람들을 멀리서라도 훔쳐보게 되면 북한 당국의 어용선전에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남한의 버스와 자동차 모습, 방문객들의 옷차림, 몸차림 등을 보면 남한 근로대중들이 정말 미 제국주의와 남조선 괴뢰도당의 폭압 아래 고생할까 하는 의심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특히 남한 방문객들은 북한 노동자 평균 월급의 1/4에 해당하는 1달러로(장마당 시세로는 1달러가 노동자 평균월급에 해당: 편집자 주) 커피 한 잔을, 약과 몇 개를 산다는 것을 전혀 부담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소문이 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남조선 사람들’이 민속여관에서 먹는 11첩 반상이 이북에서는 도당급 이상 간부들만 먹을 수 있는 수준인데, 이 사실도 조만간 소문의 주제가 될 것 같다. 물론 북한 선전당국은 “그 사람들 대부분이 괴뢰 도당과 협력하는 부자, 자본가, 지주 놈들이기 때문에 돈이 많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매일마다 개성 시가지를 돌고 도는 대형 버스를 보는 개성시민들에게는 세월이 갈수록 이런 주장의 설득력이 약해질 것이다.

남한 방문객들과 직접 접근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북한 사람들도 적어도 수백명 정도는 될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그들은 다 보위원들 아니면 보위부에서 엄격한 검사를 받고 배치된 사람들이다. 하지만 보위원들이라고 해도 로봇처럼 아무 생각이 없는 존재로 보면 안 된다.

사실 소련 역사가 보여주듯이 1980년대에 개방, 개혁을 지지한 간부들 중에는 북한의 국가보위부와 비슷한 KGB 특무기관 출신들이 적지 않았다. 그들은 외국 사정을 잘 알았으니까 소련체제 위기의 심각성을 다른 간부들보다 더 잘 이해했다. 원래 북한 보위부에서도 남한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지금은 그들의 숫자가 대폭 많아졌는데, 이같은 사실은 장기적으로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또 그 사람들은 가족들도 있고 친구들도 있다. 그들은 비록 말을 매우 조심하고 있지만, 그래도 술자리에서 어느 정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개성에서 남측은 북측의 빈곤을, 북측은 남측의 풍요를 언뜻 보는 기회가 생겼다. 이 기회 덕분에 북한에서도, 남한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남북한의 미래에 대해, 통일로 가는 길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것이다.

남한에서는 개성관광 사업이 북한체제 유지를 위한 방법이니까 비판하는 소리도 일부 들려온다. 물론 이 비판은 근거가 없지 않다. 방문객마다 100불씩 북한 예산에 기부하는 것은 사실이다. 북한 지배층은 이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개성관광을 허락했다.

그러나 북한체제의 생존조건은 인민들의 무지와 고립이다. 개성관광은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세계의 사실을 암시하니까, 그들의 의식에 영향을 주고 있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보면 개성관광 사업은 체제유지보다 체제약화, 개혁과 개방, 아니면 혁명을 초래하는 요소로 여길 수 있다.

최근까지 북한으로 해외정보가 흘러가는 주요 노선이 중국과의 국경뿐이었지만, 요즘엔 개성공단 및 개성관광 때문에 이러한 정보가 비무장 지대로 조금씩 새어나가기 시작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