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투먼서 탈북민 70여 명 끝내 북송”…비극의 끝은 어디에

지난달 중순, 중국 지린(吉林)성 투먼(圖們)시 변방구류소에 탈북민 70여 명이 구금됐다. 어른이 50여 명, 영유아부터 10대 청소년까지가 20여 명. 이들은 윈난(雲南)성 쿤밍(昆明),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 지린성 창바이(長白), 옌지(延吉) 등 중국 각지에서 체포됐다. 한 달간의 구금 기간을 거쳐 이들은 최근 소수 인원별로 조를 이뤄 차례대로 북송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현지에서 상황을 파악해왔던 대북 소식통은 25일 데일리NK에 “북송이 거의 완료된 것 같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본지가 탈북민 70여 명이 중국에서 북송 대기 중이란 사실을 인지한 건 약 한 달 전이다. 보도를 미룬 건 한국에 이미 정착해 있는 가족들의 요청 때문이었다. 이들은 탈북 가족의 구금 사실이 알려져 봤자, 외교적 민감성 등의 이유로 별다른 석방 요구가 취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다. 일부는 언론 보도가 자칫 북송 후 처벌 강화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북단체 관계자는 “구금 탈북민 가족들은 정부가 별달리 조치를 취해주지 않을 것이란 불신과 언론 보도가 중국과 북한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로 구명운동을 망설이기도 한다”면서 “차라리 북송된 후 구명운동을 펼치자는 의견도 있었다. 그만큼 북송을 막을 방법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는 게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 中에게 탈북민은 여전히 ‘불법 월경자’…강제성 없는 유엔 권고로 북송 못 막아

탈북민 북송이란 비극이 반복되는 데는 중국의 국내법 효력과 국제법상 한계가 주요하게 작용한다. 중국은 1986년 북한과 ‘변경 지역의 국가안전과 사회질서 유지 업무를 위한 상호협력의정서’, 이른바 국경의정서를 체결한 이래 자국으로 넘어온 북한 주민들을 체포해 돌려보내왔다. 중국이 ‘국내법’을 강조하며 북송을 정당화하는 근거도 여기에 있다.

이에 국제사회도 국제법을 내세워 중국에게 탈북민 북송 중단을 설득해왔다. 지난 2014년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 최종보고서는 탈북민들을 난민으로 인정해 국제적 보호를 해야 한다면서 중국에게 “국제난민법과 인권법에 명시된 강제송환 금지 원칙에 따라 탈북민 북송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실제 중국은 1982년 ‘유엔 난민협약’에 서명했고, 이에 따라 자국으로 피신한 난민을 본국에 송환하지 않을 의무가 있다.

문제는 중국이 탈북민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북송 후 북한 당국에 의한 처벌이 예상됨에도 불구, 중국은 탈북민을 정치적 난민이 아닌 ‘경제적 이민자’ ‘불법 월경자’로 간주하고 있다. 루캉(陸慷) 중국 외무부 대변인도 24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불법적으로 중국 국경을 넘은 북한 주민은 난민이 아니라 중국 법률을 위반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전문가들도 국제법상으론 중국에 탈북민 송환 금지를 강제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규창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은 “난민 협약은 (특정 국가 사람들에 대한) 난민 인정 여부를 체류 국가에게 맡기고 있다”면서 “중국이 탈북민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이상 중국에게 북송 중단을 촉구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 차원의 조치가 회원국에 대한 강제성이 없다는 것도 한계로 지목된다. 유엔에서 수년 째 탈북민 강제 북송 중단을 권고하는 인권결의안을 채택해도 좀처럼 북송 사례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다. 권은경 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ICNK) 사무국장은 “탈북민 북송 금지에 대한 유엔의 권고는 법적 구속력(legal binding force)이 없기 때문에 중국이 이를 지키지 않는 이상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 “韓정부, 탈북민 북송 막는 데 앞장 설 의무…인권 문제에 양보 없어야”

국제법상으로도 중국의 탈북민 북송 중단을 강제하기 쉽지 않지만, 이럴 때일수록 한국 정부가 헌법적·인도주의적 원칙에 따라 탈북민 보호에 앞장서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특히 ‘인권에 양보는 없다’는 원칙을 견지, 중국에 당당한 인권외교를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정부로서는 중국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논란 등 외교적으로 풀리지 않은 과제가 산적해 있는 터라, 당장 중국에게 탈북민 북송 중단을 강하게 요구하는 게 부담인 눈치다. 통일부 당국자도 “한국행을 희망하는 탈북민들을 신속하고 안전하게 국내에 들어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정부 입장을 중국 정부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우회적인 답변에 그쳤다. 

이에 권 사무국장은 “정부가 중국 정부에게 ‘인권에 있어서 타협은 없다’는 강력한 원칙을 표명하고 탈북민 보호 의지를 드러내야 한다”면서 “그것이 한국의 외교력이자 인권을 중시하는 국가로서의 도리”라고 피력했다.

서재평 탈북자동지회 사무국장은 “정부가 중국 내 탈북민 북송을 막기 위해 끊임없이 물밑 접촉을 해주길 바란다”면서 “중국은 탈북민 체류를 묵인할 시 북한과의 관계가 난처해질 것을 우려할 수 있다. 그러니 정부가 중국의 탈북민 묵인에 대한 비(非)보도를 약속하고 탈북민을 안전하게 이송할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아울러 제3국 체류 탈북민에 대해 더욱 확실한 법적 보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북한에 거주하는 주민의 경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제3조에 따라 우리 국민이며, 지난해 3월 제정된 북한인권법 적용 대상이기도 하다. 반면 제3국에 은신해 있는 탈북민에 대한 명확한 법적 보호 조치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나마 통일부가 4월 25일 수립한 제1차 북한인권증진 기본계획에 ‘해외 체류 탈북민들의 신변안전 확보와 기본적 인권침해를 막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세부정책은 나온 게 없다. 해외 파견 근로자, 무역상 등 취업을 이유로 제3국에 일시 체류하는 북한 주민들과 달리, 탈북 후 해외에 체류하는 북한 주민은 법안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게 통일부 측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북한인권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사선(死線)을 넘은 탈북민조차 보호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북한 내부에 사는 주민들의 인권을 개선하겠다는 건지 의문”이라면서 “북한 정권과의 대화에 관심이 쏠린 새 정부가 북한인권 문제를 제대로 다룰 지 우려할 수밖에 없다. 제3국으로나마 탈출한 북한 주민이라도 보호해야 소위 ‘인권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 내 탈북민 북송에 관한 우려가 커지자 정부도 탈북민 강제 송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서 어떠한 경우에도 탈북민들이 가혹한 처벌이 예상되는 북한으로 강제송환 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라면서 “탈북민이 자유의사에 따라 한국행을 희망할 경우, 원칙적으로 이들을 전원 수용한다는 게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