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정남 암살, 정찰총국 해외공작 전담부서 주도 가능성”

북한 김정남 피살을 주도한 부서가 북한 정찰총국 중에서도 해외 활동이 자유로운 ‘해외정보국’이란 주장이 나왔다.

대남공작원 출신인 김동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23일 공개한 보고서 ‘김정남 암살 배경과 파장’에서 “8명이 조직적으로 김정남 암살 공작에 가담했고, 이들이 신속하게 북한과 말레이시아를 오가며 김정남 암살을 치밀하게 실행에 옮겼다는 점에서 공작을 주도한 부서는 해외정보국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정찰총국에는 해외정보국과 작전국, 정찰국 등 3개의 공작부서가 있는데, 해외정보국은 테러를 전문으로 하는 공작조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해외정보국은 그 전신인 노동당 대외정보조사부 시절부터 테러조를 만들어 운영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외정보조사부가 본격적인 공작조를 만들어 운영한 건 1984년”이라면서 “당시 김정일정치군사대학 졸업생들 가운데 격술(擊術)을 잘하고 육체적 능력이 특별히 좋은 5, 6명의 인원을 선발해 외국어교육과 함께 강도 높은 훈련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도 바보가 아닌 이상 김정남을 암살했을 경우 국제사회가 상당히 강하게 압박하고 제재할 것이라고 충분히 생각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북한 공작부서는 김정은에게 김정남을 암살하면 안 된다는 보고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북한에선 최고지도자로부터 임무를 받으면 무조건 수행하는 게 일반적인 정서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김정남 암살이 김정일 생일을 앞두고 일어난 데 대해 “북한 대남공작부서는 보통 암살이나 폭파 등 공작계획을 작성할 때 최고지도자에게 기쁨을 드린다는 명목으로 명절이나 기념일에 맞춰 임무를 완수하겠다고 강조한다”면서 “분명 ‘김정일 생일 ○○돌을 맞으며 ○○○ 제거 임무를 완수하겠다’는 식의 보고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 “여성 용의자들, 중요 정보 갖고 있는 요원들 아냐…살인인 줄 몰랐을 가능성”

김 연구위원은 제3국 일반인 여성을 고용해 이뤄진 김정남 피살이 북한의 고전적 ‘청부살인’에서도 상당히 벗어난 새로운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김 연구위원은 “청부살인은 살인범에게 상대를 살인하는 데 상응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살인범이 자신의 행위로 인해 상대가 죽는다는 것을 사전에 알고 있는 게 특징”이라면서 “그러나 이번 사건은 돈도 많이 들이지 않고 테러범들이 자신들의 행위가 상대를 죽게 만드는 행동인 줄 모른 채 가담했다는 점에서 고전적인 청부살인과는 다르다”고 진단했다.

김정남에 직접 독극물 공격을 한 베트남·인도네시아 국적 여성들은 수사 과정에서 자신들은 ‘장난 비디오’를 찍는 줄 알고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진술하고 있다. 다만 말레이 경찰 당국은 여성들이 범행 직후 손을 씻으러 간 것으로 볼 때, 손에 묻은 게 ‘독극물’임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김 연구위원은 “손이 따가워 씻었을 가능성도 있고, (독극물임을) 알았더라도 강력한 수면제 정도로 알았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여성들이 김정남을 테러하는 행동은 상당히 자연스럽고 거침없었다. 만약 여성들이 자신들의 행위가 사람을 죽이는 행위라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그들이 평범한 일반인이기 때문에 가슴이 떨려서 그처럼 거침없고 자연스러운 행동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 또 “여성들은 테러행위를 하고서도 그 장소에 다시 나타났다. 만약 그 여성들이 자신들의 장난이 상대를 죽이기 위한 행위라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멀리 도망갔을 것이고, 다시는 그 장소에 나타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북한 국적 용의자들이 여성들을 내버려둔 채 도주한 데 대해서도 “만약 테러에 가담한 여성들이 중요한 정보를 갖고 있거나 그들을 앞으로도 활용할 계획이었다면 최소한 방치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도주하지 않고 범행 장소 인근서 체포된 리정철에 대해 김 연구위원은 “ 그가 주범이 아니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암살계획을 세울 때 리정철은 암살 작전에 직접 투입되지 않고 운전 등 외곽에서의 지원임무만 수행토록 했을 것이다. 그래서 말레이시아 수사당국이 그를 체포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그는 다만 “이는 북한 공작부서가 대부분의 발전된 국가들에서는 CCTV가 가는 곳마다 설치돼 있고, 그것이 각종 범죄수사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는 현실을 몰랐기 때문일 수 있다”면서 “혹은 리정철에 대한 철수계획을 갖고 있었는데, 예상 시점보다 말레이시아 수사당국이 더 신속하게 움직였기 때문에 도주 전 검거됐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분명한 건 리정철 역시 김정남 암살 작전에 가담했고, 정찰총국 해외정보국 소속 공작요원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정남 암살은 과거 봉건사회에서나 있을 법한 일로서, 북한이 말로는 사회주의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봉건왕조국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생생히 보여줬다”면서 ”이는 김정은 체제를 붕괴시키는 부메랑으로 작용할 게 분명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