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중앙난방式 아파트 거주 北주민, 겨울철엔 집 떠난다

평양시 중앙난방식 고층아파트에 거주하는 입주자들이 겨울철 한파에 집을 버리고 친척 또는 다른 주민 살림집에 얹혀살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온수와 난방이 되지 않아 연탄이나 태양열판으로 난방을 하는 집으로 도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18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겨울철 추위가 본격 시작되면서 고층아파트서 생활하던 평양 시민들이 저마다 집을 봉한 채 가족과 함께 떠나고 있다”면서 “온수로 난방을 하는 모든 아파트들에 더운물 공급이 되지 않아 생활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수십 년 전 ‘천리마속도’ 시대에 완공된 고층건물들은 온수난방 체계가 완전히 마비됐다”면서 “온수공급용 철관 설비들이 모조리 부식돼 물 순환이 전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화력발전소가 위치한 평천구역 일부 아파트를 제외하면 찬물조차 공급되지 못하는 곳들이 많다”면서 “때문에 대다수 시민들은 석탄을 때면서 난방을 하는 주택으로 임시 거주를 꾀하거나 친척집에 얹혀살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평양시는 화력발전소에 나오는 온수를 아파트로 돌려 난방을 하는 구조다. ‘혁명의 도시’ 평양은 중앙에서 직접 난방을 책임지겠다는 일종의 배려였다. 하지만 화력발전소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은 날이 많아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이 동상에 걸리는 등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수출용 무연탄이 발전용으로 전환되면서 화력발전소 가동이 활발해지기도 했지만, 대북 제재에 대항하기 위한 전략으로 북한 당국이 무연탄 대중(對中) 수출을 늘리면서 이마저도 여의치 않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간부들도 중앙난방을 못 믿고 아파트에 몰래 부뚜막을 설치하는 등 석탄을 통해 난방을 할 수 있도록 집 구조를 개조하기 시작했다. 다만 질식사 등 안전사고를 우려한 주민들은 이런 아파트 개량에도 소극적이었다.

소식통은 “집을 개조하지 않은 아파트 입주민들은 겨울철만 되면 태양열판으로 난방을 하는 친인척들 집으로 이동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대동교 아래 양쪽에는 수십 명씩 무리지어 어슬렁거리는 거간꾼(중개인)들까지 있어 친척 없는 주민들은 이곳에 가서 집을 소개받곤 한다”면서 “거간꾼들은 날씨가 풀리는 3, 4월까지 임시 거주할 수 있는 집을 알선해주고는 소개비용을 받는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