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김정은式 포전담당제에 ‘쓸모없어’ 불만”



양강도 대홍단협동농장 농장원 출신 탈북민(사진 왼쪽)이 31일 NK지식인연대가 주최한 북한실상설명회에 참석, 북한 개인포전담당제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은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 / 사진=김가영 기자

북한 김정은이 농업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2012년 실시한 ‘개인포전담당제’가 4년째로 접어들고 있지만, 농기계나 비료 등을 충분히 배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인민경제계획’이라는 명분으로 터무니없이 많은 생산량을 요구하고 있어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도입 당시 협동농장 분조에서 3~5명의 농민이 하나의 포전(일정한 면적의 논밭)을 경작해 생산량 중 일정 비율만 당국에 바치고 나머지는 개인이 가질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였지만, 실상은 당국이 무리하게 잡아 놓은 인민경제계획을 달성하기 위한 농촌 착취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양강도 대홍단협동농장 농장원으로 일하다가 지난 해 10월 탈북한 탈북민 한 모씨는 31일 (사)NK지식인연대가 주최한 북한실상설명회에 참석, “(포전담당제가) 처음 실시됐을 때만 해도 농촌 지역 주민들이 ‘이제야 살 게 됐다’면서 매우 좋아했지만, 막상 농사를 지어 놓고 보니 생산물은 전부 국가가 가져가버려 수중에 들어오는 건 많지 않았다”면서 “(당시) 주민들끼리 밭에 둘러 앉아 불만을 털어놓았었다고 말했다.

한 씨는 “가장 힘든 건 국가에서 지시한 생산량을 수확하지 못하면, 이 결과에 따라 그 해 분배량이 결정된다는 점”이라면서 “특히 농촌 지역에는 주로 가족 몇 대(代)가 모여 살아 개인포전담당제도 가족 단위로 참여하는 일이 많았는데, 생산량이 많다면야 잘 살 수 있었겠지만 당의 계획량을 채우지 못해 분배를 적게 받는 단위가 대부분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본인의 경우 남편과 둘이서 국가가 나눠 준 2000평 정도의 밭을 경작해 감자 수확을 주로 했는데, 당에서 지시한 감자 생산량이 무려 60톤에 달했다”면서 “그러나 아무리 열심히 경작해도 한 해 40톤을 넘기기가 힘들었다. 계획을 채우지 못했으니 국가가 주는 분배량이 줄어드는 것도 당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인민경제계획에 맞춰 감자를 생산하려면 적어도 비료나 농약도 제때 줘야 하는데, 국가가 나눠준다는 농업 수단을 우리 농장에서 받으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그마저도 (비료 등이) 300kg 정도는 필요한데, 100kg 정도만 지급됐다”면서 “본인 가정뿐만 아니라 이웃 단위에서도 농사짓는 걸 너무나 힘들어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몸이 아파 3일 정도만 포전에 나가지 못해도 생산성과를 내지 못하니 그야말로 난리가 난다. 병원에서 진단서라도 떼 아프다는 걸 증명해야 하는데, 북한 병원이 치료도 제때 안 해주는데 진단서를 빨리 주겠나”라면서 “그럴 때면 담배라도 사다가 의사에게 주며 부탁하기도 했다. 어릴 적 부모님이 농장에 나가서 일 하실 때보다 지금이 더 힘들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김정은이 최근 농업 수단의 현대화와 기계화를 거듭 강조하고 있음에도 불구, 여전히 북한 농촌에서는 개인별 트랙터(경운기)를 소유할 수 없어 농장 단위로 일정 시간 기계를 빌려야 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중국 등에서 5000위안(元) 정도로 트랙터를 구입한 이들이 이를 기관기업소에 등록, ‘개인 관리’ 차원에서 보유하고 있다가 농장원들에게 돈을 받고 대여해준다는 설명이다.

한 씨는 “옥수수나 감자를 수확할 시기가 오면 일정 시간 트랙터를 빌려주고 돈을 받는 사람들이 있었다”면서 “트랙터를 빌려준 후 손 하나 까딱 안 하고 본인 소속 단위의 밭을 갈아달라고 하는 경우도 종종 봤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통상 5월경 이뤄지는 농촌지원전투의 혜택도 받아야 했다고 한 씨는 설명했다. 넓은 포전을 소수 인원만으로 경작하기엔 무리인 데다, 여름철 장마가 오기 전에 김메기를 마쳐야 하는 만큼 노동력이 추가로 필요하기 때문. 데일리NK도 올해 5월 북한은 중등학교와 대학교에 휴교령까지 내리면서 학생 단위까지 농촌지원전투에 동원시킨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관련기사 :  “北, 한달간 ‘농촌동원기간’ 선포…시장 및 이동통제 나서”)

한 씨는 “도시 근로자나 노동자, 사무원, 학생들이 농촌지원에 나서주기도 했다”면서 “보통 도시에서 올 때 자체로 식량을 가져와서 먹으며 농촌일을 도왔다. 대신 기관기업소에서 공수를 받아 배급이나 월급을 타는 것으로 대가가 지불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다만 개인농이니만큼 돈이 있고 여유가 있는 농민들은 일당을 조금 주고 농사일을 할 사람을 구하기도 했다”면서 “이들을 동원해 한 주에 3, 4일 정도 일하고 나머지는 쉬는 경우도 종종 목격했다”고 말했다.

북한 농촌 지역 주민들의 경우 농산물뿐만 아니라 돼지도 사육해 당에 바쳐야 한다고 한 씨는 부연했다. 인민군에게 배급될 ‘지원고기’ 상납을 농장원들에게도 요구하고 있다는 것.

한 씨는 “한 해 농장원 1인당 7, 8kg 정도 되는 돼지를 키워 바쳐야 한다. 본인도 남편과 농장에서 해마다 그렇게 바쳐야 했다”면서 “여기서 1인 당 7, 8kg 돼지를 키우는 건 별 게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너무나 큰 부담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돼지를 상납하는 건 모든 농장원이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과제였기 때문에, 그 해 돼지를 제대로 키우지 못한 집은 옆집에서 외상으로 빌리기도 했다”면서 “다만 빌려주는 입장에서도 돼지 키우는 게 너무 힘들 때면 몇 개월 후 1.5배로 갚아야 하는 등 이자를 붙이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그는 “본인 고향은 지대가 너무 높아 벼농사가 잘 안 돼 주로 잡곡이나 옥수수, 콩, 감자 등만 먹고 농사일을 하러 나갔다”면서 “여유가 있는 농장원들은 돼지고기를 팔거나 개인 부업을 해 쌀도 사 먹었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은 여름 내내 감자만 먹고 산다”고 소개했다.

이에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는 “가족 단위의 포전제를 실시했으면 농민의 자율성도 보장해 농사를 통해 삶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이런 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오히려 포전제를 해놓으니 개개인이 얼마나 열심히 수확하는지의 여부가 더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북한 당국이 채찍을 더욱 휘둘러서 농민들의 핏방울까지 빨아내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