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러시아서 ‘독재 포기’ 의지 밝혀야”

▶전날 북한 주민들이 청취한 대북 라디오 방송 중 주요 내용을 소개합니다.


<자유조선방송/ 4월 24일> 


김정은의 다음 달 로씨야 방문이 사실상 확정됐습니다. 알렉산드리 티모닌 한국주재 로씨야 대사는 어제 북한 간부들과 여러 차례 접촉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또 김정은이 2차 세계대전 승리 70돐 기념행사뿐 아니라 뿌찐 대통령과의 회담도 성사될 거라고 덧붙였습니다. 김정은의 로씨야 방문은 최고 권력자가 된 이후 처음으로 국제무대에 나서는 겁니다. 이는 현재 북한이 처한 상황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으며 그 결과에 따라 큰 파장이 일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의미는 김정은의 방문 태도에 따라 북한이 국제사회의 정상적인 일원이 될 수 있느냐가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북한은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나 방향과는 점점 멀어져 왔습니다. 권력세습과 사상 유례가 없는 독재, 핵무기 개발을 강행하면서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비판과 제재를 받는 처지였습니다. 여기에는 최고 권력자였던 김정일이 국제무대에 나서지 않고 스스로를 고립시킨 게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물론 중국과 로씨야를 몇 차례 방문하긴 했지만 국제사회와 협력하려는 의지는 전혀 없었습니다.


김정은은 이런 오류를 반복해선 안 됩니다. 로씨야 방문을 통해 뿌찐 대통령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지도자들과 적극적으로 만나고 협력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특히 이번 방문에서 국제사회의 당당한 일원이 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혀야 합니다. 인민생활과 경제발전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선언하고 국제사회의 가장 큰 비판을 받는 핵문제나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성의 있는 입장을 밝혀야 합니다. 물론 당장 핵무기를 없애겠다는 선언이 가장 좋습니다. 하지만 그게 어렵다면 추가 핵 시험을 하지 않고 국제사회와 대화에 나서겠다고만 해도 큰 환영을 받을 것입니다. 또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가장 지탄을 받는 정치범수용소를 철폐하겠으니 시간을 갖고 지켜봐달라고 요청한다면 지금 국제사회의 분위기를 단번에 반전시킬 수 있습니다.


지금 세계는 그 어떤 나라라도 고립된 채 혼자 살아갈 수 없습니다. 국력과 위상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국제사회와 다른 나라의 협력을 필요로 합니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지도자가 해마다 수십 번씩이나 해외방문을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특히 북한은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 더 많은 나라의 도움과 협력이 매우 절실합니다. 그것을 할 사람은 지금 최고 권력자인 김정은의 몫입니다. 지난 4년 김정은은 국제사회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전쟁소동을 일으키고 자기 고모부마저 무자비하게 죽이는 망나니 독재자, 패륜아라는 인식이 대부분입니다. 이런 인식을 바꾸는 길은 김정은이 이번 로씨야 방문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냐에 달려 있다는 것, 명심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