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대박’ 대북방송을 통한 시민사회 육성이 관건이다

‘통일 대박’ 화두를 던지고 평화통일기반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 들어 통일에 대한 화두가 공론화되고 있다. 지난 1월 민간 싱크탱크인 아산정책연구소의 통일여론 조사에 따르면 82.6%가 통일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는 현 정부가 내세운 ‘통일대박론’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면면을 살펴보면, 통일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 결과에 안주할 수 없다. 통일이라는 큰 틀에선 합의가 가능하지만 각론(各論)에서의 통일에 대한 여론은 아주 복잡하기 때문이다. 최근 논란이 된 정종욱 대통령직속 통일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의 흡수통일준비 발언에서부터 얼마 전 미국대사를 칼로 찌른 김기종씨도 자신은 통일운동가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종북세력들도 자신들은 통일운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사회에서 통일은 정부, 종북세력, 테러범 할 것 없이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시키기 위한 명분이 되어 있다. 통일이 필요하다고 답한 82.6%는 그 모든 사람들을 포괄하고 있다는 점에서 마냥 긍정할 수 없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사이비 통일운동가들을 걸러내고 통일대박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건전한 통일세력을 키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통일운동이 어떤 내용과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다양한 논의에 따라, 바람직한 통일운동의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


동서독의 분단과 통합과정은 현재 한반도와 주객관적인 조건이 다르긴 하지만 남북통일을 연구하는 학자들과 정치인들의 주요 표본이 될 수 있다. 마지막 남은 분단국가인 한국사회에서는 동서독이 통합과정에서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간과되는 문제가 있다. 동서독은 분단 이전에 잦은 교류를 통해 많은 것들을 공유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 중 가장 큰 특징은 개인의 자유와 존엄을 최고의 가치를 여기는 근대 문명을 공유하는 시민사회가 형성됐다는 점이다. 중세 이후 근대국가로 형성과정에서 공유한 근대문명은 동서독 통합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한국과 북한은 조선시대와 일제식민지라는 과거 역사는 공유하고 있으나, 분단 이후에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다. 북한은 개인의 존엄이 철저히 무시되는 1인 수령독재체제로 갔고 남한은 개인의 자유가 존중받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갔다. 


동서독 통일에서 일정정도 긍정적인 역할을 했던 시민사회형성의 측면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건전한 시민사회가 형성될 수 있는 토양이 전무했고, 3대로 이어지는 세습독재정권은 상상할 수 없는 폭력과 공포, 감시로 시민사회형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지난해 출범한 국민통일방송의 가장 큰 목표가 북한에 민주주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시민사회의 태동을 촉진하는 것이다.


10여 년 이상 대북라디오 방송을 해왔던 열린북한방송과 자유조선방송, 인터넷 매체인 데일리NK가 주축이 돼 현재 10시에서 12시까지 매일 2시간씩 북한 주민들에게 라디오를 송출하고 있다. 그 동안 북한주민들의 의식변화 촉진하고 한국사회에서 북한주민에 대한 관심을 제고시켰던 단체들이다.


앞으로 국민통일방송이 주축이 돼 한국사회에서의 통일담론 논의를 재점화시켜야 하고 북한내부에 시민사회 형성을 촉진시켜야 한다. 근대 문명의 소중한 가치인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가 북한의 시민사회에서도 형성되는 것이 정부가 내세운 통일대박의 첫 걸음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통일은 개개인의 찬성 반대 의견과 무관하게 시대의 흐름이 되어가고 있다. 통일이 한반도 재도약이 될지 재앙이 될 지는 쉽게 판단할 수 없다. 하지만 북한 내에 시민사회가 형성되어 북한 수령독재체제의 변화와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통일은 한반도의 재도약이라는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다.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북한 시민사회의 태동을 돕는 통일방송과 대북 전단에 연일 발끈하는 이유에서도 통일대박을 위한 우리의 구체적 실천 방향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