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시장서 韓화장품 ‘동남아 상품’으로 둔갑해 판매”

북한 시장에서 중국 내 한국 기업이 생산한 화장품이 동남아시아 상품으로 둔갑해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주민들 사이에서 중국산(産)은 품질이 좋지 않다는 인식이 팽배하고, 한국산 판매는 불법이어서 이 같은 방법으로 판매하고 있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30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가을이 되면서 여성들이 피부 관리를 위해 화장품을 많이 찾고, 결혼식이 많아지면서 예장품(혼수)에 넣을 화장품 구매가 늘고 있다”면서 “시장에는 여러 종류의 화장품이 많지만, 동남아시아 화장품이 최고 인기”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동남아시아 화장품이라고 하면 주민들 대부분은 한국산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제품에는 영어로 상품명이 적혀 있지만, 제품 상자 안에는 한글로 된 사용 설명서가 들어 있어 ‘동남아 화장품 있느냐’고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세관을 통과할 때는 제품 상자 내 한글 사용 설명서를 넣지 않고, 북한 시장에서 판매할 때 한글 사용 설명서를 넣는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북한에서 한국산은 절대 판매할 수 없고, 단속이 심해 장사꾼들이 고육책으로 이 같은 편법을 쓰고 있는 것이다. 


그는 “통제를 피하려고 유통업자들이 중국에서 가포장된 상품을 밀반입하고 있는 셈”이라면서 “화장품 설명서가 한글로 되어 있어 소비자들이 ‘동남아시아 화장품은 정확히 한국 화장품’으로 인식하면서 화장품 매대가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한국산 화장품 세트는 중국 화장품과 달리 얼굴미안수(에센스), 살결 물(스킨), 무스, 샴푸, 린스까지 15종에 이른다”고 소개했다. 최근에는 결혼철을 맞아 ‘동남아시아 화장품’은 혼수품에 빠져서는 안 되는 필수 품목이 되면서 가격도 700위안(元)에서 1000위안까지 올랐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소식통은 또 “동남아시아 화장품은 향기는 물론 미백효과가 좋고, 장마당에서 통제도 받지 않아 판매율이 높다”면서 “‘먹는 돈을 아껴 화장품은 좋은 것을 써야 한다’는 말이 여성들 신조어가 되면서 화장품에 대한 수요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 평양 화장품공장에서 생산하는 ‘은하수’와 신의주 화장품공장에서 새롭게 개발한 ‘봄향기’도 천연재료 화장품으로 국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대부분 해외로 수출돼 북한 여성들은 ‘봄향기’ 화장품을 사용해 볼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