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학생 자전거 행진…”통일과 가깝게 만들어”

남북동행(前 북한인권탈북청년연합)이 주최한 ‘미리 만나는 통일 탈북-한국대학생 자전거행진’ 참가를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인 탈북 대학생 15명 등 대학생 50여 명은 지난 17일부터 2박 3일간 자전거를 타고 달리며 통일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최고 기온이 30℃를 넘는 무더운 날씨가 이어진 지난주 이들은 서울시 성수동 서울의 숲에서 출발해 의정부→연천→파주까지 200km를 달려 지난 19일 오후 임진각에 도착, 해단식을 끝으로 모든 일정을 마쳤다. 무더운 날씨 때문에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법하지만, 한 명의 낙오자 없이 모두 완주했다.   








▲’탈북-한국대학생 자전거 행진’에 참가한 대학생들이 통일을 주제로 한 사진 콘테스트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남북동행 제공


데일리NK는 ‘탈북-한국대학생 자전거행진’ 스태프(STAFF)로 참가한 탈북대학생 이지영(가명) 씨를 만났다. 이 씨는 “남한에 온 해에 자전거행진에 참가했는데, 당시 남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분명히 다른 점이 있지만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이번에는 참가자보다 더 뛰어 많은 것을 느껴보고 싶어 운영진으로 참가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통일에 대해 추상적으로 생각하던 친구들이 자전거 행진을 하면서 “통일은 꼭 필요하고 우리가 해야 되는 일이구나. 뭐부터 해야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면서 “(이번 행사로 통일과) 멀리 있던 사람을 통일과 가깝게 만들었다. 청년들의 의식이 바뀌면 세상도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통일도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행사 운영진으로 참여하면서 남한 대학생들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이전에는 북한 친구들은 강하고 남한 학생들은 약하다고 생각했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행사 도중 낙오자가 한 명도 없었다. 남한 친구들의 잠재력을 다시봤다”고 전했다.


또 “큰 차이는 아니지만 남북의 서로 다른 언어 등 작은 차이부터 깨달아가고 공유하는 모습이 좋았다”면서 “남북 학생들이 마음을 터놓고 공유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탈북자들이 ‘먼저 온 통일’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 그는 “탈북자들의 성공적인 정착이 성공적인 통일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탈북자들이 남한사회에 정착하지 못하고 물 위의 기름처럼 떠다닌다면 어떻게 성공적인 통일이 이뤄질 수 있겠나”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 자신부터 준비가 되어있어야 하고 본보기가 되어야 할 것 같다. 성공적인 롤모델도 되고 싶고 잠재력 있는 친구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체험하고, 지식으로 쌓아 한발 더 나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통일문제는 일관적이고 장기적인 시각에서 바라봐야지 2, 3년의 단기적인 정책으로 가능한 게 아니라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통일정책이 바뀌어 의미가 없어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통일문제를 장기적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게 안타깝고 여야가 힘을 합쳐 기본적인 룰을 세웠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청소년들의 통일교육에 대해서는 지금까지의 주입식 교육보다는 이야기를 주고받는 ‘토크(Talk)’쇼 같은 방식이 필요하다면서 “이야기를 하면서 학생들이 상상하게 되고 이때 끊임없는 질문이 쏟아진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의 가치관이 확립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김지연 남북동행 정책기획팀장은 “남북 대학생들이 200여km를 자전거로 달리며 힘듦과 성취감을 공감함으로써, 남과 북이라는 프레임을 벗어나 서로에 대한 편견, 불필요한 오해를 해소할 수 있었다”면서 “한반도 통일에 앞서 우리만의 작은 통일을 이뤄낸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