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실험 카드’ 만지작거리는 김정은, 得失 계산하나?

한미 정보 당국이 북한의 4차 핵실험 준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향후 북한 김정은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정부는 김정은이 ‘정치적인 결정’만 내리면 언제든지 핵실험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우리 군 당국은 북한 외무성이 지난달 30일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 시사했고 외무성 발표 후 실제 행동으로 옮겼던 전례가 있는 만큼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방부는 최근 ‘4월 30일 이전에 큰일이 일어날 것이다’ 등의 언급이 북한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이 같은 북한의 4차 핵실험 준비 움직임 노출은 김정은의 현실적인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핵은 북한의 비대칭 전력의 핵심으로 ‘핵실험 위협’ 등 비대칭 전력 과시를 시도할 필요성이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다.

권력 기반 확대와 체제 안정화가 급선무인 김정은에게 핵을 포함한 비대칭 도발카드는 체제유지의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북한은 핵을 제외한 다른 비대칭 전력인 대량살상무기 개발, 사이버 테러요원 양성 등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은 ‘핵보유국’임을 천명했지만, 아직 소형화·경량화 단계의 기술력에는 도달하지 못했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때문에 소형화·경량화 기술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추가적인 핵실험이 필요하다는 정치적 판단을 할 가능성도 있다. 김정은이 ‘핵-경제 병진노선’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는 점도 이 같은 의도로 읽힌다.  

집권 3년 차에 접어든 김정은 정권이 내부 결속과 체제 안정화, 국제사회에 핵보유국임을 과시하는 동시에 미국을 대화 테이블로 불러내기 위해서라도 4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김정은이 실제 행동으로 옮길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북한은 지난 세 차례 핵실험을 감행하기 전(前)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이번에는 지난달 26일 중거리 노동계열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만 발사했다.

또 김정일 때 북한이 핵실험 강행 위협 등 위기를 고조시키면서 ‘강(强) 대 강(强)’으로 정세를 몰아가면서 ‘출구전략’을 모색하려 했다는 점에서 김정은도 이 같은 전략을 답습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 위협을 통해 한반도 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박근혜 대통령에 ‘공개질문장’을 보냈다는 점을 볼 때 협상 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한 선택일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최근 강화되고 있는 국제사회의 ‘북핵 불용 공조’ 움직임도 김정은이 4차 핵실험을 최종 결정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보다 강력한 핵실험을 통해 대외 협상력 제고를 꾀하려고 하지만 국제 공조로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고, 오히려 보다 강력한 추가 대북제재만 불러올 수 있다고 판단, 행동으로 옮기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엄중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대가가 있을 것이다. 기존 유엔 안보리 결의에 추가해서 북한이 아플 수밖에 없는 많은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북한은 경제 문제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작년 북중무역은 약 65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만큼 북한의 대중의존도는 절대적이다. 김정은이 핵실험 ‘버튼’을 누르는 것을 망설이게 하는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북한 외무성이 핵실험을 시사하자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를 급파했고, 최근엔 재중 북한 대사를 초치(招致)하는 등 북핵실험 차단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3일 시진핑 주석은 박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핵실험 중단을 설득해달라’는 요청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이 같은 외교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중국의 6자회담 재개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물론 대중 무역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체제 유지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결국 김정은이 ‘핵실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은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의 ‘득(得)과 실(失)’을 계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국제적 고립은 물론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감수하면서까지 김정은이 4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즉흥적 의사결정에 따른 후과에 대한 성찰 없이 그동안의 ‘전략 부재’를 재차 드러내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