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92세 숙조부 ‘김영주’ 절실히 필요했나?

북한이 9일 진행된 최고인민회의 13기 1차 회의 결과를 전하며 김일성 동생 김영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명예부위원장의 사진을 노동신문에 게재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92세인 김영주는 지난달 9일 치러진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영주는 1945년 모스크바 종합대학을 졸업하고 1952년 모스크바 당학교 연구반을 나온 뒤 1954년부터 당조직지도부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그러다 후계구도에서 김정일에 밀리며 1973년 조직지도부 부장직에서 해임됐다.

이후 김영주는 자강도 강계에서 20년 동안 유배생활을 한 뒤 ‘김정일의 배려(?)’로 다시 부주석으로 복귀했지만, 명예직일 뿐이어서 북한 내에서는 ‘실패한 인생의 불운아’로 불렸다. 김정일 시대에 사실상 ‘연금상태’의 생활을 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그동안 북한 선전매체에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다가 이번 회의를 통해 모습을 보인 것은 김정은 체제가 ‘백두혈통’의 정통성을 내세우기 위해 작은할아버지인 김영주를 등장시킨 것으로 보인다.

백두혈통인 고모 김경희가 있지만, 작년 장성택 처형으로 관계가 완전 틀어진 상황에서 선대의 유일한 백두혈통인 김영주를 전면에 내세워 김정은 체제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김정은 체제의 2인자로 부상한 최룡해 총정치국장의 아버지 최현을 비롯한 빨치산 원로들이 후계구도에서 ‘장자계승론’을 내세워 김영주 대신 김정일을 지지했다면 김정은은 ‘혈통잡기론’으로 백두혈통의 최고 어른인 김영주를 잘 보필하고 있다는 것을 대내외에 선전하기 위한 의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 데일리NK에 “선대 유일한 정통 혈육인 김경희가 있지만 장성택 처형 이후 원수가 됐다”면서 “백두혈통의 정당성을 대내외에 과시하고 자신의 유일한 백두혈통의 적통임을 인정받으려 김영주를 내세운 것”이라고 했다.

한편 김영주는 일제강점기 김일성이 항일 빨치산으로 활동한 반면 ‘너는 살아남아서 대를 이어야 한다’는 형의 권유로 1932년 일본 괴뢰정부 만주국에 투항했으며, 일본 헌병대의 통역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