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경제 병진用 달러 확보 위해 금강산관광 제의”

북한은 10일 금강산 관광과 이산가족상봉 재개를 위한 별도의 실무회담을 전격 제의했다. 정부는 이산가족상봉에 대한 회담은 수용하면서도 금강산관광 문제는 유보키로 했다.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 사살 사건에 대한 사과 없이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수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개성공단에 이어 금강산·이산가족 문제 관련 대화를 제의한 것은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이 심화됨에 따라 이를 탈피하기 위한 대화공세라고 풀이했다. 국제사회에 남북대화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대북제재 완화와 자국에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핵·경제 병진노선을 위해 외부의 자금이 절실한 북한이 달러를 확보할 수 있는 금강산 관광 재개에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관측했다. 북한이 실제로 남북관계 개선에 의지가 있는 것이 아니라 현 제재 국면을 탈피하기 위한 의도가 짙다는 것이다.


◆송대성 세종연구소 소장


북한이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것은 현재 북한이 처해있는 전방위적인 제재를 이완시키려는 의도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대화 공세에도 남측이 응하지 않을 때 책임을 우리 측에 전가하면서 ‘남남(南南)갈등’을 유도하려고 할 것이다.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은 개성공단처럼 금강산 관광도 북한 정권에 달러를 제공할 수 있는 주요 통로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북한의 의도를 종합적으로 볼 때 남북 관계 개선 의지를 보였다기보다는 형세(形勢)가 불리할 때 대화를 통해 시간을 벌고 필요할 땐 공세를 취하는 전형적인 ‘담담타타(談談打打)’ 전략을 취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핵·경제 병진노선을 펴기 위해 국제사회로부터 자원, 자금, 경화(硬貨) 등이 절실한 북한이 최룡해, 김계관을 중국 및 러시아에 보냈지만 북한이 기대하는 성과가 없자 어려운 국면을 타파하기 위해 대화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조성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이번 개성공단 실무회담에서 박근혜 정부가 북한의 일방적인 조치에 대한 재발방지를 강조하고 신뢰를 중시함에 따라 개성공단 문제만을 가지고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어렵다고 보고 전방위적 대화를 강조하고 있다. 이로써 ‘북한은 남북 대화로 관계 개선 의지가 있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거론한 것은 한국에 인도주의적 지원에 대한 명분을 만들어 주겠다는 의도가 있다. 경제난을 해결하려는 것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이벤트’적인 성격이 강하다. 북한이 남북경협과 이산가족 등으로 관계 정상화를 바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정부는 최근까지 위협을 가했던 북한이 이런 대화 공세를 펴는 명확한 의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