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北도 인터넷 개방해야”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김지영 기자가 제17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이른바 ‘친북사이트’ 차단을 놓고 남측 당국자와 벌인 입씨름을 소개한 기사를 17일 자사 홈페이지에 올려 눈길을 끌고 있다.

그는 조선신보 특파원으로 평양에 주재하고 있는 중견 기자로 남북 회담 취재를 위해 그간 여러 차례 남쪽을 방문, 이곳 당국자 및 기자들에게도 얼굴이 잘 알려져 있는 인물.

이번 회담 기간에도 김 기자는 북측 대표단 수행기자로 따라와 서귀포 롯데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한번은 북측 대표단이 회담에서 제안한 내용을 정리한 기사를 e-메일로 송고하고 기사가 제대로 게재됐는지 여부를 확인하려고 회사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을 시도했지만 끝내 실패하고 말았다.

조선신보 인터넷 사이트는 남쪽에서 ‘친북사이트’로 지정돼 작년 하반기부터 접속이 차단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최근 해제 조치가 취해졌다는 얘기를 들었던 김 기자로서는 “북측 대표단이 머물고 있는 기간에 한해 통신망 이용이 일부 제한됐을 수 있다”고 생각해봤지만 여전히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이런 그의 의문은 남북 회담 관계자들이 참석한 오찬 자리에서 화제로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한 남측 당국자로부터는 “그렇다면 북도 인터넷을 개방해야 한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김 기자는 전했다.

김 기자는 이에 대해 “인터넷 개방 여부를 질문한 것이 아니라 모든 웹사이트를 마음대로 볼 수 있는 환경에서 특정한 웹사이트를 선정해 접속을 차단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어봤던 것”이라고 질문의 취지를 밝혔다.

오찬 자리에서 벌어졌던 짧은 논쟁은 서로의 입장 차이만을 확인한 채 끝나고 말았다.

하지만 여전히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지 못한 김 기자는 “만약 기자들이 일본의 인터넷 환경과 대비해 모순을 지적했다면 어떻게 대답했을까.

‘북이 인터넷을 개방하지 않았으니 일본도 친북사이트를 차단해야 한다고 억지를 부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전반적으로 화기애애한 회식이었지만 오늘에 와서까지 북과 남이 서로 불신하면서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한다면 또다시 반목과 대결의 과거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절감한 순간이었다”고 씁쓸해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