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의 죽음은 자연인 아닌 독재자의 종말

김정일 사망 소식이 국민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김정일의 건강 이상과 관련한 소식은 2008년 8월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끊이지 않았다. 비록 호전되었다고는 하나 그의 자연 생명이 3년을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이미 제기되기도 하였다. 최근에는 김정일이 상당 정도 건강을 회복하였음은 물론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주는 내부 보도나 외부 관측이 우세하였는데도 김정일은 3년은 고사하고 갑자기 사망하고 말았다.


김정일의 사망은 사실 많은 사람들이 바라던 바이다. 김정일은 자연인이기 이전에 ‘독재자’이기 때문이다. 북한 독재체제의 종말을 바라던 많은 사람들에게 김정일의 사망은 응당 환영할 대사건이 되는 것이다. 오히려 김정일이 북한 주민들에게 타도되지 못한 채 자연사한 것에 대해 애석해 할 정도다.


그렇다. 우리는 김정일의 사망을 단순한 자연인이나 정상적 국가 통치자의 죽음으로 받아들이기보다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즉 북한 주민들을 억압하고 착취한 독재자이자 기형적 북한 독재체제의 최대 수혜자이자 최대 책임자인 권력자가 사망한 것이다.


김정일의 죄목은 일일이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이지만, 무엇보다 민족의 죄인이고 북한 동포들에게는 반인권적 범죄자라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김정일은 1964년 당조직부에 들어와서 1974년 당정치국 위원으로 선정, 공식적인 후계자가 되었으며, 그 후 지금까지 무려 40년 가까운 시간 북한의 실질적 통치자로 군림하였다.


김정일이 통치한 북한은 경제적으로 추락하다 못해 1990년대 중반에는 인구의 10분의 1이 넘는 수백만명이 굶어 죽는 사태를 빚었다. 백만명이 넘는 주민들이 식량을 구하기 위해 국경을 넘었으며 중국 당국은 이들을 체포하여 북한으로 송치하였다.


지금도 북한 주민들은 국경을 넘고 있지만, 북중 간의 협약에 따라 중국은 이들을 찾아내 북한으로 넘기고 있다. 최근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이후에는 그것이 더욱 강화되어 두만강을 다 건너 중국으로 발을 디딘 탈북자가 북한 국경 경비대에 의해 사살되는 사건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렇듯 김정일은 북한이라는 나라를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전락시켰으며 국제사회의 구호 없이는 하루도 살아갈 수 없는 거렁뱅이 신세로 만든 민족의 죄인이다. 일상적인 감시 통제 및 억압과 탄압으로 김정일은 북한이라는 나라를 하나의 거대한 감옥으로 만들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20여만 명의 주민들이 정치범수용소에 갇혀 지옥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주민들은 이토록 억압하면서 김정일이 얼마나 호화 사치한 생활을 하고 있는지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족벌 권력 체제를 형성하여 친인척들이 권력을 독점하였으며, 이제는 자신의 아들에게까지 3대에 이르는 세습권력 체제를 구축하려는 인물이 바로 김정일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김정일은 자신의 정권 유지를 위해 핵무기를 만들어 대한민국을 위협하고 국제사회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김정일-김정은 세습 체제 구축의 과정에서 발생한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을 우리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이런 인물이 자연사 한 것은 단순한 한 인간의 죽음이 아니라 일찌감치 타도되고 이 지구상에서 종적을 감추었어야 할 희대의 독재자의 죽음이자 독재체제의 종말인 것이다.


오늘 김정일의 죽음을 접하며 먼저 든 감정은 사실 ‘만세’를 부르고 싶다기보다도, 억울하게 죽어간 형제의 원혼이 지금 이 순간 그 원통함에 다시 한 번 울음을 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과 심정이었다. 우리는 김정일의 통치 하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 갔는가를, 북한 주민들이 얼마나 고통 속에 신음하였던가를 기억해야 한다. 정녕 북녘의 주민들이 이 독재체제의 종식을 얼마나 갈망했던가를 기억해야 한다.


김정일의 사망은 북한의 장래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김정일이 죽었다고 당장 북한에서 변화가 있을 거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우리는 북한의 미래가 민주주의와 인권의 방향으로 그리고 고립을 벗고 개방과 개혁으로 나아가길 바라지만 사실 현실은 그 가능성이 높지 않다.


북한 권력의 속성상 김정은으로의 권력 승계가 이미 깊숙이 이뤄지고 있을 것이며, 강력한 물리력을 동원해 체제 단속을 해 나갈 것이기 때문이며 당장엔 오히려 더욱 고립적인 방향을 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엇보다 우리 자신이 중요함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북한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이끌 수 있을지 아니면 부정적으로 나아가게 할 지 어느 정도 그 역할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국민들의 하나된 의견이 중요하다. 즉 북한이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개혁과 개방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점에의 일치이다. 그런 변화가 아닌 과거 김정일 정권 식의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면, 한반도의 상황은 제2의 분단이자 새로운 분단의 고착화를 맞게 될 것이다. 그것은 ‘독재’와 ‘민주’, ‘공포’와 ‘자유’의 대립구도가 그대로 연장, 새로이 고착되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 주민들에 대한 동포적 책임감 그리고 4천년 민족 역사에서 가장 중대한 시점으로서의 한반도의 향배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너무나도 중요한 시점이다. 오늘 대한민국은 어느 때보다 비상한 마음가짐으로 국민들의 지혜와 힘을 한 데 모아 북한의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