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종 테러, IS·북한의 폭력과 본질적으로 같아

김기종 씨가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라’며 마크 리퍼트 주한미대사의 얼굴과 손을 과도로 수차례 공격해 치명상을 입혔습니다. 김씨는 ‘오늘 테러를 했다’, ‘처음에는 목을 찌르려했다’, ‘열흘 동안 준비했다’고 말했습니다. 계획적으로 죽이려 한 듯 합니다.


폭력은 인간의 육체와 정신을 파괴합니다. 생명을 죽이기도 합니다. 가장 반인간적인 행위입니다. 특히,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해 인간의 육체와 정신을 해치고, 생명을 죽이는 테러는 용납할 수 없는 잔인하고 비열한 범죄입니다. 이슬람 수니파 무장과격 테러단체 IS는 종교를 이슬람으로 바꾸지 않은 사람의 목을 칼로 썹니다. 이번 리퍼트 대사의 테러를 옹호하고 나선 북한의 김정은 정권도 고모부 장성택을 ‘종파분자’로 몰아 고사총으로 쏘아 죽이고, 화염방사기로 불살랐다고 합니다. 김씨의 테러는 IS나 북한의 폭력과 본질적으로 같습니다. 김씨는 법에 따라 무겁게 처벌해야 합니다. 정부와 여야, 언론과 국민들도 다시는 정치폭력이 우리 사회에 발붙일 수 없도록 힘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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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어쩌다 이 같은 테러를 저지르게 됐을까요? 김씨는 1980년대 우리마당, 1998년 통일문화연구소, 2006년 독도지킴이를 만들어 반일 반미통일운동을 해왔습니다. 지면을 통해 전해지는 김씨의 지난 25년을 훑어보았습니다. 세 가지가 떠올랐습니다.


첫째, 시대착오적인 맹목적 이념에서 비롯된 일본과 미국에 대한 일그러진 분노입니다.


김씨는 리퍼트 대사를 칼로 찌르며,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했습니다. 2010년에는 주한일본대사에게 시멘트 덩어리 두 개를 던져, 통역을 맡은 주한일본대사관 여직원에 부상을 입혀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이번 사건 전까지 김씨는 외국 사절 폭행을 포함해 여섯 차례 전과를 갖고 있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전쟁을 반대한다는 그가 북한 정권의 핵개발과 연평도 포격에는 침묵하는 이중적 모습을 보인다는 겁니다. 김씨는 2006~2007년 여덟 차례 방북합니다.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지지한다면서 폭력을 사용했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전쟁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전쟁이 사람의 생명을 빼앗기 때문입니다. 김씨는 전쟁반대와 평화의 이름으로 사람의 생명을 죽이려는 모순적 모습을 보였습니다. 겉으로는 평화나 통일을 내세우지만, 사실은 반일반미 민족주의와 사회주의를 위해 그것을 이데올로기 도구로 이용하는 과거 종북반미 통일운동세력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행동 패턴입니다.


둘째, 진보단체 인사나 동료들과의 불화와 고립입니다.


2007년, 김씨는‘민화협’, ‘6.15남측위원회’ 등 통일단체 인사들과 논쟁하다 회의장에서 발언 도중 흥분하여 실신합니다. 그를 아는 사람 가운데 일부는 그를 ‘독단적인 사람’, ‘정신병자’라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2007년, 김씨는 청와대 앞에서 분신자살을 시도합니다. ‘우리마당 피습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민주와 통일을 사칭하며 당국과 타협하는 자들의 양심을 회복시키겠다’는 이유였습니다. ‘비양심적인 주변 사람’들을 겨냥한 분신이기도 했던 것이죠. 세상과의 불화와 고립은 이념적 적에 대한 분노를 증폭시켰을 것입니다.


셋째, 세상을 읽는 눈이 없고, 사람을 움직일 리더십도 없는 정치적 무능아입니다.


블로그에 올려진 김씨의 글을 보면, 주장이 불분명하고 논리도 엉성합니다. 사고력이나 판단력, 소통능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는 사회운동 리더에겐 치명적인 약점이었을 것입니다. 동료와 대중의 신뢰와 지지를 받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씨가 운영하는 독도지킴이 카페는 전체 회원이 58명, 자주 찾는 회원은 4명 뿐이었습니다. 김씨가 운영하는 우리 마당 블로그에 가장 많은 사람이 찾은 날은 그가 사람의 목을 겨냥해 칼을 휘두른 바로 그날이었습니다. 어려운 경제형편과 오랜 혼자살이까지 겹치면서 세상과의 불화와 고립이 심화됐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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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이 인간으로 진화한 것은 동물에게는 없는 정신적 가치를 만들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가운데 하나를 꼽으라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생명’이라는 가치관을 꼽고 싶습니다. 인류문명의 첫번째 적(敵)은 생명을 죽이는 폭력입니다. 원칙과 법에 따라 김씨를 엄하게 처벌해야 합니다. 폭력으로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특히 정치적 이득을 위해 폭력을 쓰거나 폭력을 쓸 위험이 있는 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대가가 얼마나 큰 것인지 알게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