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대표자회 연기 주장 일러…혼선은 북한탓?

북한 노동당대표자회 개최 날짜를 두고 혼선이 빚어지자 대북소식통들과 언론들은 앞다투어 ‘연기’라는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원래 개최 날짜는 9월 6∼8일 정도였는데 무슨 이유론가 뒤로 미뤄졌다는 주장이다. 그 이유로 나오는 것이 김정일의 컨디션 문제다.


안보부서 당국자는 9일 한 언론에 “지난달 말 4박5일 일정으로 중국을 다녀온 것 자체가 김정일에겐 체력적으로 상당한 부담일 것”이라며 “충분히 쉬었다고 판단될 때 당대표자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당대표자회가 열리는 동안 하루 종일 행사장에 앉아 있어야 하는데 건강이 좋지 않은 김정일로서는 감당하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당대표자회 일정과 관련 북한 당국이 개최 날짜를 철저하게 비밀에 부치면서 관련 정보에 대해 혼선이 계속돼온 것은 사실이다. 북한 내부에서도 혼란은 마찬가지였다. 간부들 사이에서도 말이 다를 정도고 어느 누구도 정확한 개최 날짜를 확신하지 못했다.


국경지대나 북부 내륙지방에서는 대부분 9일 이전 개최라는 정보가 흘러나왔다. 이는 북한의 ‘9월 상순 개최’ 발표와 ‘9.9절과 행사가 겹치지 않으려면 그 이전에 개최할 수밖에 없다’는 남측의 추정들과 맞아 떨어지면서 대북소식지들이 앞 다투어 6∼8일 개최 가능성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평양 내부 소식통들은 이와는 달랐다. 오히려 처음에는 15일 개최 가능성이 다수였다. 이후에는 13일, 이후에는 10일로 점점 날짜가 당겨져 왔다. 안보 당국자들과 만남에서 13-15일 개최 가능성을 타진했을 때 이들은 한결같이 ‘상순’은 초순을 의미한다며 단호히 선을 그었다. 그러나 알려진 바 대로 북한에서 상순은 15일까지를 의미하기도 한다.


7일이 지나도 당대표자회 개최 조짐이 파악되지 않자 대북소식지들과 언론들은 갑자기 연기됐다는 주장을 들고 나오기 시작했다. 9월 초라는 전반적인 예상이 빗나가는 듯해 보이자 김정일의 건강이라는 그럴듯한 이유와 함께 연기라는 심증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4박5일의 중국 방문까지 소화한 김정일이 행사장에 앉아 있기 위한 컨디션 조절 중이라는 주장도 쉽게 납득하기 힘들지만, 정황상 추정만을 가지고 정부 당국자까지 나서 이를 확인하는 듯한 발언까지 하고 나온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현재까지 북한 당국이 정확한 개최 일자나 정황을 보도하지 않고 내부 소식통들이 전한 바를 토대로 볼 때 10∼11일 양일 개최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 늦어지면 13일부터 진행될 수도 있어 보인다. 


이번 북한 당대표자회 개최 날짜를 거치면서 우리가 돌아봐야 할 문제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먼저 정부의 평양 고위급에 대한 정보라인이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 다시 드러났다.


김정일의 중국 방문을 북한 내부 휴민트(인적 첩보활동)를 통해 파악할 정도로 망이 확대됐다는 점에 긍정적인 평가도 나왔지만, 이번 당대표자회 관련 일정, 안건, 김정은 등장 여부에 대해서는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관련 부서 당국자들의 솔직한 토로이기도 하다.


북한 내에서는 여전히 ‘이미 개최했다’는 주장에서 ‘오늘 또는 내일, 그 이후가 될 것’이라는 다양한 정보가 입수되고 있다. 8일 하루만도 대회가 진행 중이라는 정보가 몇 군데서 쏟아졌다.


이 가운데 진짜 정보를 식별한다는 것은 수십 년 내부 정보를 분석해온 베테랑 정보 분석가들에게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뒤집어 보면 믿을만한 소식통이 부재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북한 지도부가 개최날짜를 철저히 보안에 부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김정일의 비밀주의, 최근 국가기밀 유출에 대한 경각심, 김정은 관련 정보 유출 완벽한 차단, 외부 관심 끌기 등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 역시도 아직 추정일 뿐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자세일 것이다. 북한 당대표자회를 둘러싼 남북한의 혼란과 이와 관련된 보도는 우리에게 고급 정보의 절실함과 함께 북한 정보를 대하는 신중하면서도 정직한 태도의 중요성을 깨우쳐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