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춘-나선 도로, 황금평에 펜스 설치한다”

북한이 대내외적으로 강성대국 진입을 공언했던 2012년이 반 년 앞으로 다가왔다. 고령의 김정일이 불편한 몸을 끌고 1년 새 3차례나 중국에 달려간 것도 지원을 끌어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평가다.


북중경협이 강화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북한 경제의 성적은 여전히 신통치 않다. 강성대국 건설의 역점 사업으로 추진됐던 평양 10만호 건설도 1/4 수준으로 규모가 축소했을 정도로 전력과 자재난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급 재개와 연관된 식량 사정 또한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결국 북한의 경제난이 김정은 3대세습 구축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마커스 놀랜드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부소장. /김봉섭 기자

‘데일리NK’는 29일 신간 ‘전환의 목격자(Witness to Transformation)’ 발간을 기념해 방한한 미국의 북한 경제 전문가 마커스 놀랜드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부소장과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과의 대담 자리를 29일 오후 마련했다.


대담은 북한 식량난, 북한 시장화, 북중경협과 국제사회 대북제재 등을 주제로 2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외화벌이’ 내부통제 비용으로 사용


5월 김정일의 방중 이후 속도를 내고 있는 나진-선봉 북중경협에 대해 놀랜드 부소장은 항구업자의 평가를 전제로 “나진항은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항구로 만들 수 있다”며 “양국에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도로 빙판 등 날씨 요인으로) 나진선봉 도로는 1년에 3~4개월 사용에 그칠 것”이라며 월별 북중무역 통계 역시 겨울철 무역량은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나진·선봉은 고립지역이기 때문에 북한 내부 경제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나진·선봉 도로 양 옆에 펜스(울타리)를 설치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경제적으로 말하자면 중국으로 연결되는 (주위와 고립된) 터널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황금평 개발은 더욱 의문스럽다. 북한은 여러 고립된 프로젝트를 통해 단순히 외화를 벌어들이려고 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동 팀장은 “황금평의 경우 중국 쪽에는 펜스가 새롭게 만들어졌고, 북한 쪽 펜스는 그대로 남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부연했다.


놀랜드 부소장은 또한 “북중경협 목적은 고립된 ‘외화벌이’ 용도지 북한 내부로 (경제적 효과를) 퍼뜨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동 팀장 역시 북한식 개방은 개성, 금강산, 신의주, 나진선봉 등 4개 꼭지에서만 진행되고 있다고 전제한 뒤 “다른 지역을 안정화시키는 데 이 네 꼭지에서 벌어들인 비용을 사용한다”며 “개방을 통해서 오히려 내부의 개방 물결을 차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동 팀장은 북한 당국의 의도대로 개방의 효과가 완전히 차단되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북중 경협이 북한 내부에 미칠 영향을 주목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국제사회 대북제재 ‘北도발 결정’에 영향 못미쳐


북한의 도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실효성에 대해 두 전문가 모두 북한의 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의견을 모았다.


놀랜드 부소장은 “대북 제재와 북한 정권 행동 변화의 함수를 살펴 본 결과 북한 정권의 행위는 내부적인 정치적인 고려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지 한국이나 국제사회의 제재나 유인책에 크게 반응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정치 체제를 대상으로 제제가 이루어졌을 때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는 “대북제재의 목적은 북한의 비핵화이지만 북핵은 북한정권의 중요한 이해관계가 걸린 것이기 때문에 큰 효과가 없다. 또한 제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타깃 국가에 대해 모든 국가들이 협력해야 하지만 북한의 최대 무역파트너인 중국이 대북제재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수출에 관해서는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WMD를 수출하려 할 때 주변국이 이를 직접적으로 막는 형태로 이뤄지는데, 이는 무기수출 거래 비용을 높임으로써 거래국과 수출을 못하도록 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마커스 놀랜드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부소장(右)과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 /김봉섭 기자


북한 식량구걸 외교, 軍 등 배급 의존 계층에 대한 ‘적신호’


식량난과 관련해 놀랜드 부소장은 북한 내 주재하는 식량지원 단체들의 말을 인용 “지난해 혹독했던 겨울 때문에 올해 초 농사가 늦게 시작했고, 최근 몇 년간  모내기에 필요한 비료의 양이 너무 적어서 지난해보다 식량 생산량이 적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동 팀장은 북한 식량난이 10년 넘게 지속되면서 ▲안정적으로 배급받는 계층 ▲시장에서 식량을 조달하는 계층 ▲배급이나 식량구매에서도 제외된 계층 등 3개 계층이 형성됐다며 “올해 들어서 북한이 국제사회에 식량지원을 요청한 것은 그동안 안정적인 배급을 받아왔던 첫째 그룹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밝혔다.


동 팀장은 특히 “특히 김정은이 평양시 10만호 건설 등의 건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이를 진행 할 군대에 대한 식량 수급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임에도 식량 확보에 실패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놀랜드 부소장은 북한의 식량지원 요청이 2012년 강성대국 이벤트를 위한 비축용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북한이 식량 재고량을 확보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주민들에게 식량을 뺏어서 내년에 다시 나눠주는 것이 정치적으로 현명한 행동으로 보여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 식량난의 근본적 해결책과 관련해서는 “북한의 공업 생산성이 되살아나서 수출을 통해 외화를 벌고, 이 외화로 식량을 수급해야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북한의 경제 재건과 관련 “북한은 광업과 공업 분야에서 비교우위를 지니고 있으므로 한국 기업이 북한에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