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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곳 잃은 北노동당원…“외화벌이회사 사장 당원 안 받아”

소식통 “당원 숫자만큼 뇌물량 늘어 경영 손해로 인식…비당원 선호”
설송아 기자  |  2017-10-10 11:06

진행 : 오늘 10월 10일은 북한 노동당 창건 72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김정은은 지난해 36년 만에 당 제7차 대회를 개최하면서 선군체제를 당국가체제로 개편하여 정상국가를 표명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당국에서 당 조직에 힘을 실어줄수록 오히려 현장에서는 당원들이 외면 받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관련 소식 설송아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설 기자, 관련 소식 전해주시죠.

기자 : 북한에서 노동당은 사실상 최고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70년대 당의 유일사상체계확립으로 군, 보위부, 검찰 등 모든 권력 기관은 당 조직의 지도를 받는 구조가 됐습니다. 하지만 90년대 선군정치로 군이 사회기득권을 차지하면서 당권이 자연스럽게 하락됐습니다.

김정은 체제가 출범하면서 또 상황은 변했습니다. 김정일 시대 국방위원회가 폐지되고 국무위원회가 신설되면서 당 중심 국가 운영 전략을 내세우는데요. 당권에 힘을 실어줬던 겁니다. 하지만 당 자금을 마련하는 외화벌이회사에서는 당원을 노력채용에서 제한하고 있습니다. 정책과 현실이 모순되는 딜레마, 이유가 무엇인지 이번 시간을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진행 : 먼저 과거 상황부터 이야기부터 해보죠. 선군정치가 당의 권력 하락을 의도한 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당시 상황이 어떠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기자 : 김정일은 당시 국가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선군정치를 내놨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90년대 중반 기아로 시작된 사회질서는 엉망이었습니다. 공장 설비를 뜯어다가 밀가루와 바꿔서 먹고, 나라의 동력인 고압선들도 중국으로 밀수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았으니까요. 당국이 공개총살로 맞섰지만 별로 소용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문제는 끊이질 않았고 강도, 살인, 매춘이 성했습니다. 사법기관은 통제능력을 상실했습니다. ‘나라가 붕괴 되는구나’ 하는 분위기마저 팽배했었는데요. 이렇게 상황이 극한으로 치닫게 되자 김정일은 선군정치를 선포한 것입니다.

군이 사회 모든 분야의 기반을 틀어쥐고 통제권을 행사한 것인데요. ‘총대 위에 평화가 있다’는 노래도 이때 등장한 것입니다. 하물며 공장기업소 경영권까지 모두 군이 장악했을 정도였죠.

진행 : 또한 당시엔 내각 경제 운영까지 군이 장악했다면서요?

기자: 평양 상원시멘트연합기업소와 순천 시멘트연합기업소 사례를 들겠습니다. 경제난 속에서 그래도 가동이 됐던 곳이죠. 시멘트는 원료가 국내에 있고 제조공정이 단순하면서도 수요가 많은 건설자재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군이 공장 안에 들어와 시멘트 판매권부터 우선 장악했는데요.

전국의 공장 기업소 시멘트 공급량과 판매결제는 공장 판매과가 아니라 군이 직접 승인하고 사인했습니다. 국가 자재를 받으려고 온 전국의 공장 기업소는 군 간부들과 먼저 뇌물거래를 했다는 얘깁니다.  

당시 농장 탈곡량과 분배 역시 군이 통제·관리했는데요. 심지어 텃밭에서 기른 옥수수 10 키로(kg)를 부모에게 보내려면 농장 길목에 위치한 군인 초소 허가증을 받아야 했습니다. 평범한 농민들조차 리(里)당 비서에게 바치던 담배 뇌물을 군인들에게 바쳤죠. 이에 따라 당권은 자연스럽게 하락됐던 겁니다. 

진행 : 군에서 직접 관리하는 외화벌이회사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연장선이 아닐까요?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석탄수출이 대중무역으로 호황기를 맞던 2000년대, 돈주(신흥부유층)들의 외화벌이 시도가 대단했는데요. 국가 명의만 있으면 무역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단 국가기관이 얼마나 능력과 힘이 있는가에 따라 사업의 승패가 달렸죠.

돈주들의 입장에서 투자가 안전하고 장기간 외화벌이를 할 수 있는 기반이 탄탄한 기관은 다름 아닌 군이었습니다. 선군정치 시대였으니까요. 당은 인기가 없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외화벌이 범위가 확대될수록 체제의 근간인 당 기능은 약화됐습니다. 7차 당 대회가 열리면서 당 중심체제가 복귀된 셈입니다.

진행 :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화벌이회사에서 노력채용을 할 때 당원들을 꺼려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그 배경이 궁금하네요. 

기자 : 당권 회복, 시장 활성화, 대북제재는 김정은 시대에서 주요 키워드가 아닐까 하는데요. 사회주의 노동당과 영리를 추구하는 시장은 본질상 대립됩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시장을 통해 장세 등 조세로 당 자금을 확보하는데요. 그 자금으로 핵·미사일 실험을 자행하고 대북제재를 자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핵 무력을 과시하고 있죠.

지난 7일 김정은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핵-경제 병진을 또 강조했는데요. 벼랑 끝 전술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맞서겠다는 거죠. “폭풍 전 고요”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군사옵션이라는 평가도 제기되는데요. 이에 북한 당국은 내부 결속을 다지며 당 조직 역할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당원의 입지가 올라갈 것 같은데 말이죠. 현실은 그 반대입니다. 북한에서 좋은 일자리는 외화벌이회사인데요. 국영공장에서 만약 이 회사에 이직하려면 당위원회 당적을 떼야 합니다. 직업이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절차죠.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 뇌물 받고 당적을 떼 준다면 해당 조직부 간부까지도 출당·철직을 당해야 합니다. 안팎으로 당원은 고립되고 있습니다.

진행 : 월급도 없는 국영공장에 소속된 당원들은 외화벌이 회사채용에 제한될 수밖에 없군요.

기자 : 기존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당적을 떼지 않고 국영공장 당 위원장에게 뇌물을 주고 당 생활을 하지 않는 당원을 8·3당원이라고 하는데요. 수많은 8·3당원들이 외화벌이회사에서 일하며 당비를 충당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당 조직 강화 지시로 외화벌이회사가 검열을 받는다고 합니다. 당적을 떼지 않은 당원들을 채용한 회사 사장이 책벌(처벌)을 받는 겁니다. 당 이동을 떼고 온 당원들을 공식 채용한다 해도 문제입니다. 당원 숫자 만큼 뇌물량도 늘어나고 조직생활이 많기 때문에 사장 입장으로써는 회사 경영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대안은 하나입니다. 원천적으로 당원을 노력채용에서 제한하는 겁니다. 이와 관련, 평안남도 소식통은 최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최근 외화벌이회사에서 노력을 받을 때 당원은 무조건 자르고 비당원만 선호하고 있다”며 “며칠 전 젊은 제대군인 3명이 은(銀) 제련 외화벌이회사에서 채용됐지만, 당원이라는 이유로 사장이 잘랐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당중심체제로 정상국가를 표명하고 있지만 당 조직은 밑에서부터 무너지고 있는데요. 이런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김정은의 고민이 점점 깊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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