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최룡해, 고립타파 임무수행 못하면 위기맞을 가능성”

북한이 8월 3일 또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국제사회로부터 강도 높은 제재를 받는 가운데 보름 만에 또 다시 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것이죠. 이처럼 무력시위를 이어가는 중에도 올림픽에 임하는 태도는 약간 다릅니다. 북한은 국제적으론 ‘체육 외교’를 통해 이미지 개선을 시도하고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인데요. 하루 앞으로 다가온 브라질 리우 올림픽에 김정은의 최측근인 최룡해를 단장으로 하는 선수단을 파견했죠. 5일 집중분석에선 북한이 체육 외교에 총력을 쏟는 이유와 올림픽에 출전한 북한 선수단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자리에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님 나오셨습니다.

– 6일 브라질 리우 올림픽이 개막합니다. 북한도 이번에 선수단을 보냈는데요. 북한도 이제까지 꾸준히 올림픽에 참가해왔죠?

그렇습니다. 1972년 뮌헨 올림픽 때부터 북한은 ‘DPRK’, 즉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하는 이름으로 참가하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쭉 올림픽에 출전하고 있습니다. 물론 서울올림픽과 LA 올림픽에는 정치적 이유로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1972년 뮌헨 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북한은 당시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라고 하는 큰 성적을 이루었습니다. 우리는 1976년에 첫 금메달을 땄습니다만, 북한은 우리보다 더 먼저 금메달을 따낸 셈이죠. 사실 남한이 1947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가입하는 바람에 북한은 정식적인 IOC 국가가 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당시에는 하나의 국가에서는 하나의 IOC 자격만 주는 그런 관계였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1963년 제 60차 IOC 총회에서야 처음으로 올림픽 참가자격을 획득합니다. 그렇지만 1964년 도쿄 올림픽, 1968년 멕시코 올림픽 때에는 국호 문제 때문에 철수를 하고 말죠. 그러다 1972년에 정식으로 올림픽 참여를 하게 됩니다.

– 북한은 올림픽 무대에서 어느 정도로 실력을 발휘하고 있나요?

북한이 올림픽에서 보여준 실력은 조금 들쑥날쑥하다고 말해야 할 것 같습니다. 높이 올라갈 때에는 12위권으로 올라간 적도 있었고, 떨어질 때는 60위권 밖으로 나간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체로 보면 12위권에서 30위권 사이를 오락가락 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특히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상당히 좋은 성적을 냈는데, 이번에도 그런 야심찬 희망을 갖고 참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 북한이 도전하는 유망 종목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네, 북한은 주로 올림픽에 소수정예부대를 파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9개 종목에 걸쳐서 31명의 선수를 파견하고 있죠. 유도와 체조, 역도, 레슬링, 탁구, 양궁, 수영, 육상, 여자 다이빙 등 9개 종목에 31명의 선수가 참가할 예정이고요, 선수 성비는 남자 11명, 여자 20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북한은 전통적으로 이런 종목에 강세였나요?

그렇습니다. 주로 북한이 겨냥하는 종목들이 그 때 그 때 조금씩 다르긴 합니다만, 사격이라든지, 유도나 체조, 역도, 권투, 레슬링 등 종목에서 선수를 집중 육성해 메달을 획득해 왔습니다.

– 특별이 이런 종목에 강한 이유가 있을까요?

북한 선수들에게 사격은 의미 부여를 하기에 좋죠. 사격은 적들과 맞서서 싸워야 한다라는 의미를 줄 수 있잖아요. 그래서 북한 선수들이 사격을 할 때 적을 겨냥해서 쏜다는 기분으로 경기에 임한다고 합니다. 역도의 경우 작은 체구에도 큰 힘을 낼 수 있는 종목이잖아요? 북한 선수들의 체격 조건상 유리할 수 있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북한의 ‘역도 영웅’이라 불리는 엄윤철 선수는 지난 올림픽에서 역도 남자 56kg 체급 금메달을 땄는데요. 이 선수는 키가 약 154cm 정도로 아주 조그마합니다. 기계체조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리세광 선수도 키가 작달만하지만 아주 다부진 체격을 가지고 있죠.

이렇게 전체적으로 힘으로만 할 수 있는 경기가 아닌, 작은 체구로도 금메달을 딸 수 있는 종목에서 선수 육성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그 다음으로 사격이나 탁구와 같은 종목들이 있는데, 이는 가능한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누리는 스포츠 양성 계획을 세울 수 있죠.

– 사실 선수단도 선수단이지만 북한은 이번에 김정은의 최측근이랄 수 있는 최룡해를 선수단 단장으로 보냈는데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최룡해에 대해서는 조금 설명을 해야겠는데요. 최룡해는 오뚝이라는 별명까지 갖고 있는 정치적인 인물입니다. 여러 차례 걸쳐서 숙청을 당했지만, 다시 복귀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죠. 특히 최룡해는 빨치산 2세입니다. 아버지가 최현이라고 하는 빨치산 세대에요. 그런데 이 사람은 가족을 배경 삼고 있기도 하지만, 본인 역시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하는 스타일입니다. 친화력도 있고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잘 어울릴 수 있는 성격을 가지고 있죠.

그렇다보니 청년 문제와 관련해서도 많은 일을 했습니다.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이라고 하는 그런 단체에서도 장을 지냈고, 지금도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리우에 가 있죠. 그런데 이번에는 특히 김정은이 교시를 내렸다고 합니다. 금메달 다섯 개 이상은 따야 한다고요. 지난 번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 네 개를 땄기 때문에, 그 이상을 주문한 겁니다. 그래서 이번에 최소한 20위 권 이내로 진입을 해야 한다는 지시를 내렸다는 얘기도 들려옵니다.

그래서인지 최룡해와 같은 거물급을 보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때만 하더라도 체육상을 보내서 격려를 했는데, 그보다 더 격이 높은 최룡해를 보냈다는 것은 어떻게 해서든 선수들의 사기를 진작시켜 더 많은 메달을 딸 수 있도록 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 한편으로는 북한 선수들 중 이탈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게 아닌가 하는 분석도 나옵니다. 왜냐하면 최근에 장성급 인사들이 탈북을 하는 일이 있지 않았습니까. 18세 수학 영재가 탈북을 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고요. 그런 일들을 감안 했을 때 엘리트 체육인들이 혹시라도 무슨 일을 벌이게 되면, 북한이 또 한 번 국제적인 화제가 되고 망신을 당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청년을 잘 아는 최룡해를 파견해서 그런 일을 사전에 방지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 추가적으로 최룡해가 국제적인 인물이라는 점도 한몫 합니다. 물론 서방세계에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중국이나 러시아 등에 가서 외교를 한 경험이 있죠. 특히 이번 올림픽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오시고, 미국의 케리 국무장관과 프랑스의 올랑드 대통령도 옵니다. 그래서 최룡해가 이런 정상들이 오는 곳에 참석해 북한의 외교적 고립과 제재를 풀 수 있는 스마트한 외교를 하고 오라는 지시도 받았을 거라고 봅니다.

어쨌거나 선수들이 메달을 많이 딸 수 있게도 해야 하고, 또 고립된 북한의 입장을 좀 더 유화적인 국면으로 만들어야 하는 임무를 갖고 파견됐기 때문에 최룡해로서는 어깨가 무거울 겁니다. 잘 하면 영웅이 되겠지만, 잘못하면 위기를 맞을 수도 있는 양날의 칼 위에 서 있는 셈이죠.

– 김정은은 7차 당 대회에서도 체육 강국 건설을 이야기 했는데요. 어떤 의미가 있나요?

네, 김정은은 등장과 함께 체육 강국을 부쩍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회를 좀 더 밝게 가져가야 한다는 얘기도 했죠. 김정일 시대에는 선군정치를 하는 바람에 사회 분위기가 굉장히 무거웠습니다. 통제가 굉장히 심하고 암울한, 또는 우울한 분위기가 깔려 있었죠.

때문에 김정은은 등장하면서부터 이런 분위기를 어떻게 바꿔볼까 하는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궁리 끝에 체육을 활성화 시키자고 판단한 것 같고요. 또 본인이 체육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특히 농구를 좋아해요. 그래서 데니스 로드먼이라는 미국 선수를 불러다가 경기도 열었죠. 어쨌든 김정은이 체육에 대해 관심이 많고 체육을 통해 국민 통합을 이루고, 나아가 자신의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봅니다.

대체로 독재 국가의 지도자들은 체육을 활용을 해서 자기의 권력을 연장하는 수법을 많이 사용해 왔습니다. 자국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다거나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얻으면, 지도자가 다 지도를 잘 해서 이런 성과를 냈다, 따라서 지도자는 위대하다 이런 식으로 연결을 시키도록 해왔죠. 김정은도 마찬가지의 길을 걷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를 영어로는 ‘3s정책’이라고 합니다. 주민들을 정치적인 관심으로부터 벗어나도록 만드는 것이죠. 정치에 관심을 가지면 불만을 품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스포츠라던가 영화 예술, 또는 성적인 것에 관심을 기울이게 한 후 통치를 하는 독재자들이 많죠.

이런 것들을 감안해도 김정은은 유독 체육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롤러스케이트 장을 만든다거나, 유희장을 만든다거나, 심지어는 마식령 스키장을 만들기도 하죠. 그렇게 해서 주민들의 관심을 정치로부터 멀어지게 하겠다는 겁니다. 또 한편으로는 체육을 잘해서 많은 메달을 따게 된다면 국민들이 사실상 좋아하게 되겠죠? 우리 조선이 위대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겁니다. 이를 통해 내부 결속까지 꾀하려는 노림수가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 말씀하신대로 김정은은 소문난 체육애호가인데요. 이런 점이 이번 올림픽 선수단 구성이나 파견에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할까요?

그렇습니다. 최룡해를 파견한 것부터 그렇죠. 사실 그 멀리 브라질까지 최룡해를 파견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최룡해를 파견함으로써 김정은 자신이 얼마나 체육에 대해 관심이 많은지를 보여주고 싶었나 봅니다. 또 최룡해가 파견을 나가 선수들에게 자기 대신 격려를 해주고, 그렇게 해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앞서도 얘기를 했습니다만 2012년 런던 올림픽 때에는 박명철 체육상을 파견을 했습니다만, 이번에는 파견 간부의 격을 한층 더 높였다는 점에서 김정은이 체육에 얼마나 관심이 큰지 보여주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 리우 선수촌 풍경에서 이번에 북한이 조금 달라졌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요. 어떤 점들이 그런 건가요?

예, 우선 대형인공기를 숙소에다가 내걸었습니다. 멀리서도 볼 수 있는 인공기를 걸어놓고 있죠. 그간 사실 북한 선수단은 국제 대회에 참가해서도 마치 숨어 지냈다고나 해야 할까요, 자신들을 잘 나타내지 않으려는 그런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너무도 당당하게 인공기를 내세워서 ‘우리가 여기에 와 있다’는 메시지를 보란 듯이 나타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번엔 남한 선수들과 자연스럽게 셀카도 찍더군요. 그리고 남한 선수들이 빵을 주었을 때 그것을 스스럼없이 받아먹었고요. 그리고 한국 언론을 마주했을 때도 딱히 피하는 모습은 보기 어려웠습니다. 오히려 자연스럽게 대하고 있죠. 이런 행동은 김정은의 지시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즉 김정은이 외부 사람들을 만나도 피하지 말고 당당하고 자신 있게 대하라고 교시를 내리지 않았을까 추측도 해봅니다.

– 북한의 이런 변화가 2018년 남한에서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로까지 이어질까요?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 출신의 장웅 IOC 위원에게 우리나라 기자들이 ‘북한도 평창 동계 올림픽에 참가하느냐’고 물었을 때, 참가한다고 즉각 답했거든요. 장웅 IOC 위원은 지위상 개인적인 생각에서 발언할 수 없습니다. 사실 공산국가에선 누구에게나 개인 발언이란 게 없죠.

그렇다면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여부와 관련해서도 김정은과 사전에 조율된 게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볼 수 있습니다. 또 우리 정부도 IOC 규정에 의해 북한도 참가할 수 있다는 입장이거든요. 실제로 2014년 10월에 인천 아시안게임에 북한 선수단들이 오지 않았습니까? 그것 역시 아시안 경기 위원회의 규정에 의해서 북한 역시 회원국이니까 참가를 한 것이죠. 심지어 그 때 남북관계가 굉장히 안 좋았어요. 그럼에도 참가를 했죠. 때문에 앞으로도 참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 북한 선수들은 대부분이 ‘4·25체육단’ 소속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4·25체육단이라는 게 뭔가요?

일단 4·25가 어떤 날인지부터 알아봅시다. 4월 25일은 북한 인민군 창건기념일입니다. 원래는 1946년 2월 8일이 인민군 창건 기념일인데, 1971년부터 4월 25일로 바꾸게 됐죠. 1932년 4월 22일 김일성이 조선인민혁명군을 만들었다고 한 날을 인민군 창건일로 하게 된 겁니다. 그래서 4·25체육단이라 하면 우리의 국군체육부대와 같은 격입니다. 군인들로 이루어진 체육단인데 실력이 굉장하죠. 이밖에도 북한에는 기관차 체육단이나 압록강 체육단 등 여러 체육단들이 또 있습니다.

한편 체육단 개념은 북한에 프로선수가 없기 때문에 나온 거라 볼 수 있겠습니다. 체조 영웅이라 불리는 리세광도 4·25체육단 소속이고, 레슬링의 정학진이라든가 윤원철, 김연경, 정병수 등도 4·25체육단 소속입니다. 북한에서는 체육단끼리 매년 경기를 하기도 하는데, 거의 4·25체육단이 우승을 휩쓸고 있습니다. 그만큼 4·25체육단에 훌륭한 선수들이 많고요.

– 남북관계가 어떻든 일단 북한 선수들이 선전하면 북한 주민들도 기분이 참 좋을 텐데요. 북한의 메달 가능성은 어떻게 보시나요?

AP통신은 북한이 금메달 3개, 은메달 4개, 동메달 2개 정도로 딸 것이라 전망했더군요. 북한으로서는 이보다 더 많이 따려고 하겠죠. 대략 금메달 4개 내지 5개 정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앞서도 얘기했습니다만, 김정은도 다섯 개는 따와야 된다고 지시하지 않았습니까? 이건 수령의 교시이기 때문에, 선수들이 더욱 더 분발하려 하지 않을까 내다봅니다.

– 끝으로 올림픽 무대를 통한 북한의 체육 외교가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어떻게 전망 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체육 외교 중에 순수한 체육 외교라는 건 없다는 겁니다. 국가의 능력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서 체육 외교의 성과도 갈리게 되거든요.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10위권 안에 드는 국가 아닙니까? 때문에 스포츠 외교도 잘 하고 있죠. 동·하계 올림픽은 물론 아시안게임 등 여러 국제 대회들을 유치하는 데 큰 무리도 없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가난하기 때문에 이런 국제적인 대회를 유치하는 건 힘들 것이라 봅니다.

바라건대 남북 체육인들이 만나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보여줬던 공동 입장식을 하거나, 단일팀 구성 또는 서울과 평양을 왔다 갔다 하면서 개최했던 경평 축구대회와 같은 게 또 있었으면 합니다. 사회문화적 교류를 시작으로 후에 정치·군사적인 화해 협력까지 이뤄질 수 있도록 말이죠. 하지만 현재 상태만 보면, 북한의 체육 외교가 과연 그런 것을 가능케 할지는 의문입니다. 특히 북한은 지금 국제적인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외국의 거물 정치인들이 최룡해를 만나 줄 것인가 하는 문제도 우리가 유심히 살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