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 : 매주 수요일 북한 경제 상황을 알아보는 ‘장마당 동향’ 시간입니다. 23일 이 시간에도 강미진 기자와 함께 북한 장마당 상황 알아볼 텐데요. 먼저 ‘한 주간 북한 장마당 정보’ 이성희 아나운서의 목소리로 듣고 강 기자 모시겠습니다.
지난주 북한의 쌀값과 환율을 비롯해 북한 장마당에서의 쌀 가격과 환율거래 동향을 알려드립니다. 먼저 쌀 가격인데요,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400원에서 500원 정도 올라 평양에서는 1kg당 5400원, 신의주도 5400원, 혜산은 55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어서 옥수수 가격입니다. 1kg당 평양은 2050원, 신의주 2100원, 혜산 22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환율입니다. 1달러 당 평양 8640원, 신의주 8760원, 혜산은 8800원이구요, 1위안 당 평양은 1320원, 신의주 1340원, 혜산 135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어서 일부 품목들에 대한 가격입니다. 돼지고기는 1kg당 평양 12000원, 신의주 12500원, 혜산 12500원, 휘발유는 1kg당 평양 7500원, 신의주 7500원, 혜산에서는 7500원, 디젤유는 1kg당 평양 5550원, 신의주 5450원, 혜산은 535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 주간 북한 장마당 동향’이었습니다.
1. 네 지금까지 북한 장마당 물가를 들어봤는데요, 북한은 요즘 눈도 많이 내리고 날씨도 한결 추워졌다고 합니다. 북한 전 지역에 눈도 많이 와 옷깃을 여미고 있다고 하죠? 추위가 한결 기승을 부리는 12월이지만 설명절을 앞둔 주민들이 분주하다고 합니다. 장마당에서는 벌써부터 설명절 준비를 하려는 주민들로 구매자가 많다고 하는데요, 관련 소식 강미진 기자와 이야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강 기자 설 명절을 앞둔 북한 장마당 상황은 어떤가요?
네, 1월 1일을 설명절로 생각하는 북한에서는 지금 설 준비가 한창이라고 합니다. 설명절까지는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장사꾼들이나 구매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오늘 이 시간을 통해 북한의 설을 앞둔 풍경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모든 것이 풍족하고 언제든지 가까운 상점이나 시장을 방문해 음식재료를 구매할 수 있는 한국과 달리 북한은 아직까지도 명절 준비를 십여 일 전부터 미리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답니다. 저도 한국정착 처음 1, 2년은 미리 명절준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했는데요, 아마 수십 년 동안 습관된 것이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북한주민들의 설명절 준비 모습을 그려보게 됐던 것 같습니다. 이야기가 살짝 빗나갔네요, 그럼 본격적으로 북한 주민들의 설명절 준비에 대한 이야기 나눠볼까요?
2. 네, 저희도 명절 하루나 이틀 전에 가까운 상점이나 장마당에서 장을 보고 설명절 음식을 준비하는 데 북한에선 십 여일 전부터 명절 준비를 한다고 하셔서 은근히 놀랬습니다. 관련 소식 말씀해 주시죠.
네 한민족은 쌀로 만든 음식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한국에서도 설이면 쌀로 만든 가래떡으로 떡국을 만들어 먹는데요, 북한은 떡국을 먹기보다 송편을 더 많이 먹는답니다. 쌀이 흔하지 못한 지역들에서는 연 중 떡을 먹는 날이면 기쁜 날이라고 인식하고 있기도 한답니다. 떡을 하려면 당연히 쌀이 있어야 겠지요? 우선 북한 주민들이 명절에 어떤 음식을 먹는가를 설명해야 될 것 같네요. 북한 대부분 지역의 명절 음식 중에 빠지지 않는 것이 공통적으로 몇 가지 있는데요, 떡과 국수, 만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떡을 만들려면 쌀이 있어야 하고 만두를 만들려면 밀가루가 있어야겠지요.그리고 국수는 지역별로 종류가 다르기도 합니다만 양강도의 경우 농마국수를 많이 먹는답니다. 그 때문인지 최근 장마당에서 제일 잘 팔리는 것이 밀가루, 쌀 등이고 명절 대부분 가정들에서 사용하는 대중 음식 재료들이라고 하더라구요.
3. 그러면 장마당에서 쌀이나 밀가루 등 대중음식 재료들을 파는 장사꾼들이 어느 정도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이해해도 되겠네요.
그렇죠, 매 가장들에서 일상적으로 밀가루 구매를 하지 않지만 명절이 되면 적게는 한 두 킬로그램에서 많게는 5킬로그램 이상을 구매하기도 하는데요, 혜산 시장에서 밀가루를 파는 한 장사꾼은 최근 며칠 동안 밀가루 200kg 이상을 팔았다고 하더라구요, 이 여성은 밀가루를 팔 때 저울도 넉넉히 달아주고 거기다 빵을 만들 거라고 구매하는 주민에게는 어떻게 하면 빵을 맛있게 할 수 있다는 말도 해주구요, 만두를 빚으려고 한다는 구매자에게도 밀가루와 물의 비율을 알려주기까지 하면서 만두 반죽 방법을 알려준다고 합니다.
그래선지 혜산 고아원이라든가 철도합숙을 운영하는 곳에서 한 포대씩 구매해간다고 합니다. 저는 이 소식을 들으면서 역시 장사는 마케팅이 기본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케팅은 한국 말인데요, 그러니까 더 많은 상품을 팔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는 겁니다. 쌀도 마찬가지구요, 밀가루나 농마가루보다 쌀이 더 많이 팔릴 것으로 보이는데요, 쌀 장사꾼들도 요즘 쌀이 잘 팔리고 있어 얼굴에 웃음이 떠날 줄 모른다고 합니다. 양강도 지역에서는 명절에 농마국수를 해먹지 않으면 안 될 정도라고 하는데요, 길게 늘어진 국수발은 장수를 상징한다는 통념이 있어서 그런지 국수도 나름 잘 팔린다고 합니다
4. 네 아마 설명절이기 때문에 쌀 등 음식재료 뿐 아니라 기름 같은 보조 재료들도 잘 팔릴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네, 쌀이나 밀가루만 가지고 음식을 만들 수는 없지요, 금방 말씀하신 것처럼 기름도 있어야 하고 고춧가루나 마늘 같은 보조 재료도 꼭 필요하답니다. 조미료 같은 것은 일상적으로 가정에서 사용하던 것을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북한 주민들은 새해를 알리는 설명절에는 쓰던 것을 굳이 쓰려고 하지 않는다고 일부 탈북민들이 말을 했는데요, 낡은 것을 다 떨쳐버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으려는 심리적인 것이 음식을 만드는 데 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듯 합니다. 하지만 많은 주민들이 형편이 넉넉지 않기 때문에 사용하던 것도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특히 설명절이다보니 마늘이나 파 같은 재료들은 시장에서 구매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역시 구매순위가 높다고 합니다. 마늘 파를 파는 남새 매대는 사람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요즘 매일 구매자들이 찾아오고 있다고 합니다.
5. 북한 주민들이 설명절에 떡을 해먹는다고 하셨는데요, 설명절이면 떡국을 먹는 한국과는 좀 이색적이기도 합니다.
네, 저도 한국에 와서야 설명절에 떡국을 먹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요, 북한에선 설명절에도 추석에도 송편을 해먹습니다. 주민들은 뭐니 뭐니 해도 설날에는 쌀떡을 먹어야 제 맛이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떡을 꼭 하는데요, 오죽하면 떡을 안 한 명절에는 명절을 쇤 것 같지 않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합니다. 떡은 쌀이 들어가는 양을 줄이기 위해 송편을 선호하는데요, 전 그래선지 한국에서는 절편을 잘 먹게 되더라구요. 보통 쌀 1kg으로 송편을 하려면 콩이 350g정도 소비되는데요, 콩은 쌀에 비해 가격이 낮기 때문에 송편 속을 콩으로 채우면 돈을 아낄 수 있다는 생각에 콩속을 많이 넣기도 한답니다.
북한 주민들이 없는 살림에 아끼고 아껴 떡을 찌는 걸 보면 명절이 주는 의미가 작지 않음을 알 수 있는데요, 한국에선 명절이면 고기와 각종 음식을 맘껏 먹고 남은 것을 음식물 쓰레기에 넣어버리는 것을 보면 오히려 낭비라는 느낌이 들기도 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음식은 나누는 것이 미덕이라는 말처럼 북한 주민과도 나눌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믿고 싶습니다.
6. 말씀 듣고 보니 저도 집에서 이따금 음식 낭비를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북한 주민들처럼 절약하는 습관도 길러야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북한 주민들은 보통 명절에 어떤 음식을 어느 정도 해서 먹는지 궁금합니다.
각 가정이 사는 수준에 따라 생각 차이에 따라 또 지역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요, 제가 살던 곳이 양강도였는데요, 양강도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양강도에서도 지역차이가 있기는 하지만요. 우선 식구가 몇이냐가 음식재료를 사는 금액이 달라지겠지요, 저는 딸애랑 딸랑 둘이서 살았기 때문에 남들이 준비하는 음식재료의 절반을 준비했던 때가 많았답니다. 일반 가정들의 식구수가 보통 작게는 3명~4명 많게는 6명 정도인데요. 3인식구가 명절을 쇠려면 쌀 2kg, 밀가루 2kg, 농마2kg, 찹쌀 1.5kg, 콩 500g 정도로 총 8kg이 있어야 기본적으로 명절을 쇨 수 있답니다. 쌀 500g 정도는 쌀밥을 하고 나머지로 송편을 만든답니다. 밀가루 절반은 빵을 만들고 나머지 절반으로 만두를 빚는답니다. 그리고 국수는 명절 지난 다음에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있는 집들은 한 번에 많이 만들어놓기도 하거든요, 저는 한 번에 5kg을 만들어 놓고 정월 대보름에도 먹었어요.
찹쌀이 귀한 양강도에서는 찹쌀떡을 하는 집들이 많지 않아서 1kg을 해놓고 딸애랑 저랑 며칠 동안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아이들이 많은 집들에서는 밀가루로 말린 과자도 만들어 놓고 명절날 집에 오는 친구들끼리 나눠먹기도 하는데요, 그러자면 밀가루를 많이 사야겠지요. 일반 가정들은 돼지고기 1kg을 사서 비게는 만두 속에 넣을 양배추 볶음에 다져서 넣고 살코기만 국물에 말아서 만두랑 같이 먹는데요, 다른 반찬은 콩나물과 두부, 인조고기, 감자채, 버섯나물, 고비고사리 등 산나물로도 반찬을 만든답니다.
7. 저는 해마다 설명절에 어머니가 다 음식재료들을 사 오셔서 명절음식을 만드는데 돈이 얼마나 드는지 잘 모르지만요, 북한 주민들의 설명절 음식재료 준비에 돈이 얼마나 드는지 알고 싶어지네요.
양강도 혜산 시장에서 쌀 1키로에 5500원을 하고 있고 밀가루도 역시 5500원이나 싼 것은 5000원을 한다고 합니다. 농마가루는 4800원, 5000원을 한다고 하는데요, 찹쌀은 6300원, 돼지고기 1kg은 12500원이라고 하구요. 식용유도 돼지고기 가격과 동일하다고 합니다. 두부 한 모는 1000원 정도이구요, 마늘은 1kg에 7800원을 한다고 합니다. 3인 가정이라고 할 때 적은 양을 구매한다고 해도 대략 5만원 정도가 들 것으로 보입니다. 깊은 이 밤에도 설명절 준비로 고민하고 계실 북한 주민 여러분 북한에서는 크리스마스를 즐길 수 없지만 크리스마스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