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김정남이 정적으로 부상할까 경계해”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이 최근 ‘북한 정권의 3대 세습은 옳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것 때문에 북한의 새 지도자이자 동생인 김정은이 그를 더욱 경계할 것이라고 안보부서 당국자가 12일 말했다. 외교가에서도 김정일 사망 후 김정남의 신변이 더 위험해졌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김정남은 3일 일본 도쿄신문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정상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면 3대 세습은 용인할 수 없다”며, 북한의 3대 세습을 비판했다. 특히 김정남은 “(후계자 교육이) 2년 정도인 젊은 후계자가 어떻게 이어나갈 의문”이라며 김정은에 대해 정면 비판했다.


김정남은 지난해 1월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마오쩌둥 주석조차 세습을 행하지 않았다”며 세습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바 있다.


안보부서 당국자는 “김정은은 김정남이 정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굉장히 경계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김정남이 장남이고 군부 실세를 포섭해 김정은 체제에 반기를 들 가능성이 있다고 김정은이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손광주 경기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김정남이 김정은 체제에 도전할 가능성은 10% 정도로 본다”면서 “김정일이 살아 있을 때는 아버지의 선택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보이지 못했던 김정남이 향후 본심을 드러낼 가능성은 있다”라고 말했다.


손 위원은 “자신이 사생아이지만 고영희도 죽고 없는 상황에서 김정은보다 못한 것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남이 신변의 위험을 무릅쓰고 이러한 발언을 하게 된 배경은 김정은 정권의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보기 때문일 수 있다. 김정은 정권과 거리 두기를 통해 북한 정권에 큰 변화가 생겼을 때를 대비한 포석 차원이다.  


일본의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김정남은 국제사회의 흐름과 경제도 알고 북한에 무엇이 필요한 것인지를 알고 있다”면서 “북한의 경제 문제 등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김정일이 자신을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김정남이 ‘나는 서방에서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자유를 좋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김정남은 북한이 중국식 개혁·개방을 지지하고 적극적으로 따라가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그는 “화폐개혁에 실패한 북한은 개혁개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앞으로 김정은 체제에 대한 비판 수위를 더 높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정일 생전에는 북한에 대한 비판이 아버지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이런 우려가 제거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안보부서 당국자는 “김정남이 눈에 가시같은 존재라 해도 중국의 보호 하에 있고 국제적인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김정은이 실제로 김정남을 제거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