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성지 ‘백두산’ 폭발설에 김정일도 긴장?

핵문제와 북한의 도발 등으로 고조됐던 남북간 긴장 국면이 ‘백두산 화산’ 이슈로 잠시나마 숨을 고르고 있다. 북한이 ‘백두산 화산’ 논의를 제기한 것은 대남 유화공세 일환으로 해석되고 있지만 일본 지진피해와 맞물려 실제 북한 당국이 백두산 화산 폭발에 대한 대비를 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남측에서도 폭발 가능성을 상정한 대책수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남북은 화산과 관련한 공동연구 뿐만 아니라 현지답사와 학술토론회 등에 대해서도 논의를 지속할 예정이여서 당분간 백두산에 대한 관심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백두산의 화산 폭발 위력이 유럽 항공운항 대란을 불러왔던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 때보다 휠씬 클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약 10세기에 분화했던 백두산은 화산폭발지수(VEI, Vocanic Explosive Index)가 7.4이상으로 최대규모라는 평가다. 아이슬란드 확산 폭발 때는 VEI 지수가 4를 기록했었다.


백두산의 화산 분화는 분화구를 타고 흘러 내리는 ‘분출’이 아닌 화산재, 부석, 화산탄을 뿜어내는 ‘폭발’ 형태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실제 이전 백두산 화산 분화 당시 화산재가 일본 훗카이도와 혼슈 북부에 화산재가 약 5cm 이상 쌓여 있는 것을 발견됐었다.


최근 소방방재청 등은 백두산 화산이 분화해 12시간 동안 100㎦의 화산재가 면적 3000㎢, 높이 50㎞ 지역까지 확산하는 경우 남북한을 포함해 일본, 중국, 러시아 등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백두산 화산 폭발 문제가 남북간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작 백두산의 공동 소유권을 갖고 이 곳의 지진상황을 관찰을 해 온 중국은 “인근 지역에서의 지진 발생이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든 것 등을 감안할때 백두산 화산의 재분화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


중국 지진국지질연구중심 활화산연구실 쉬젠둥(許建東)주임은 “장백산(백두산) 산군에서 몇 년 내 화산이 폭발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우리 세대에서 백두산이 화산 폭발하는 현상을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확신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 국가지진국이 천지화산관측소에 1999년 설치한 지진계에는 2002년 7월부터 최근까지 화산성 지진이 한 달에 최고 260여회까지 관측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추세는 2006년 이후 감소하고 있다.  


국내의 전문가들 사이에도 백두산의 화산 폭발 시기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화산 폭발 가능성을 높게 보는 쪽에서는 화산 분화가 임박했음을 알리는 전조현상과 관련, 천지 온천의 수온이 증가하고 온천에서 나오는 화산가스 중 헬륨과 수소의 함량의 10배 이상 갑자기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본 역시 백두산 화산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데, 환경위성인 ‘ENVISAT’로 확인한 결과 백두산 천지 칼데라(호수) 일원이 팽창하고 있음을 감지했다고 한다.


윤성효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2006년 이후 화산성 지진이 줄어들고, 2009년 말 이후 지표면 팽창도 침강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지하 마그마방의 맥동으로 해석할 수 있으므로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현재 백두산 정상부 체적변화와 지진활동도가 상대적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나, 화산활동 과정을 볼 때 언제든지 크게 활성화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실제 과거 많은 활화산들 중에 분출 임박 징후와 소강 상태를 거듭하다 대형 분출을 하는 사례들이 많이 있다”며 “백두산 분출이 가까운 미래에 인류에게 돌이킬 수 없는 재난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러 전문가들은 비록 지금 당장은 백두산 화산 폭발 가능성이 낮다고 하더라도 과학 관층용 인공위성을 통한 상시 감시 등 꾸준한 관리와 연구활동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백두산 화산에 대한 남측의 관심이 과학적 현상 규명에 집중된 데 반해 북한은 이를 대남 대화 공세의 일환으로 활용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9일 진행된 백두산 화산 전문가 회의에서 우선 남측의 ‘관심유발’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백두산 분화 가능성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학문적 관점에서 흥미있는 수준의 얘기가 오간 수준으로 안다”고 말했다.


남북간 전문가 회의 우리측 수석대표였던 유인창 경북대 지질학과 교수도 브리핑에서 “북한측에서 백두산 화산활동과 관련해 공동연구 필요성 차원에서 언급은 있었지만 구체적 징후에 대해서는 명확한 언급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이 백두산 화산 폭발 가능성에 대해 실제로 위기감을 갖고 있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기도 하다. 김정일의 출생지를 러시아 하바로프스크에서 양강도 삼지연 ‘백두밀영’으로 조작하면서까지 ‘백두산 정기’를 강조하고 있는 북한의 입장에서 백두산 화산 분출 가능성을 마냥 무시하긴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한 탈북자는 “북한은 고난의 행군 시절 인민들은 굶어도 정일봉이 있는 혁명의 성지 백두산에는 투자를 줄이지 않았다”며 “이 곳의 위험 확산은 체제선전에 혈안이 된 북한당국 입장에서는 결코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북한은 올 해 초부터 당 중앙위 비서국 명의로 백두산 화산폭발과 관련된 대응책 마련을 하부에 지시했다. 최근에는 지질탐사대가 백두산 인근의 삼지연 일대에 파견돼 조사활동을 벌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