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성명 ‘흡족’ 北, 대화제의로 ‘퇴로찾기’ 나서나

북한은 유엔 안보리가 북한을 공격주체로 명시하지 않은 ‘의장성명’을 채택한데 대해 만족감을 나타냈다. 동시에 대화 제스처와 함께 무력시위와 제재에는 물리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위협도 이어갔다.


‘외교력 승리’라는 자평 속에 대화를 선(先) 제의하면서 천안함 사건을 일단락 짓고 제재국면을 전환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의장성명 직후 6자회담 재개 목소리를 높인 것도 국제사회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속내’가 엿보인다는 지적이다.


오경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합조단의 명백한 조사결과에도 불구하고 의장성명이 ‘톤’ 다운돼 북한의 입장이 반영됐고, 채택과정에서도 중국이 북한의 입장을 옹호했기 때문에 북한으로선 ‘흡족’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오 연구위원은 “그럼에도 전체 문맥상 ‘북한을 규탄한다’ 내용이 담겨있고, 구속력은 없지만 ‘의장성명’ 자체가 국제사회의 공신력을 실어 주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북한은 더 이상의 상황악화를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때문에 향후 북한은 당초 예정된 서해상 한미연합훈련, 한국 단독의 군사적 조치, 미국의 금융제재 등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중국과의 공조를 통한 ‘6자회담 재개’ 목소리와 더불어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미·북대화’, 대북심리전 등에 대한 대응으로 ‘검열단 파견’ 등을 적극 주창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0일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와의 문답을 통해 “미국과 남조선이 무턱대로 우리를 모함하려고 무분별하게 헤덤벼친(덤벼든)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오산이었는가를 여실히 증명해줬다”고 자평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특히 “적절한 경로를 통한 직접대화와 협상을 재개해 평화적 해결을 장려한다는 의장성명에 유의한다”고 밝혔다. 천안함 사건에 따른 긴장국면을 해소하기 위해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대변인은 분쟁을 회피하기 위한 대화를 권고한 의장성명에도 불구하고 적대세력들이 무력시위와 제재와 같은 도발에 매달린다면 북한의 강력한 물리적 대응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천안함 침몰사건에 따른 대응조치의 일환으로 예정된 서해상 한미연합훈련과 우리 정부의 대북 심리전 재개,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또 “우리는 평등한 6자회담을 통해 평화협정 체결과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일관하게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천안함 사건을 일단락 짓고 미·북 접촉을 비롯한 대화국면으로 전환을 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이 앞서 유엔사 측에 미·북 장성급회담 개최를 위한 사전 실무접촉을 판문점에서 열자고 제의한 것이나 억류 중이던 미국인 곰즈 씨의 자살기도 사실을 재빨리 발표한 것도 북·미 대화에 나서라는 손짓이라고 일각에선 분석하고 있다.


또한 북한은 천안함 사건을 끝까지 파헤치겠다는 입장을 밝힘과 동시에 검열단 수용도 거듭 촉구하면서 사건현장을 보존하라고 주장했다.


대변인은 “이번 사건의 진상을 끝까지 파헤치고야 말려는 우리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남조선당국은 우리 국방위원회 검열단이 현지에 들어갈 때까지 해저상태를 포함한 사건현장을 일체 꾸밈없이 보존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위기국면에서 벗어난 만큼 ‘굳건한 동맹관계’가 재확인된 중국과의 공조를 튼튼히 하면서 국면전환을 위한 대화와 압박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 관측이다. 의장성명에 따른 국제적 ‘면피’에 북핵 논의 등을 제의해 ‘퇴로 찾기’ 나선다는 예상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1일 “북한도 퇴로를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한이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6자회담을 언급하고 유엔군사령부의 북미 장성급 회담 제안에 대해 대령급 사전 접촉을 갖자고 제의해온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데일리NK와 통화에서 “이번 안보리 ‘의장성명’ 채택을 구실로 미·북 대화 재개 또는 6자회담 제의로 판세 전환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한도 대내외적 악조건에 벗어나기 위해 (안보리 결과를)’면피 기회’로 판단하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오 연구위원도 “북한은 현 상황에서 천안함 사건을 적당히 마무리하고 대북제재가 강화되지 않는 방향으로 국면전환을 꾀할 것”이라며 “6자회담 재개 논의 제안도 방향전환을 위한 북한의 노림수”라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 제기되는 군사적 재도발 가능성도 낮다는 분석이다. 당장 한·미의 독자제재를 피하는 데 일차적 관심을 기울일 수박에 없고, ‘톤’ 다운된 의장성명에도 불구하고 군사적 도발 등을 감행할 경우 ‘혈맹’ 중국으로서도 더 이상 비호할 수 없다는 점을 북한 당국도 의식할 것이란 분석이다. 


한 북한전문가는 “서해 군사훈련, 미국의 금융제재, 대북 심리전 등을 최대한 피하면서 관심을 돌리려고 시도할 것”이라며 “한미군사훈련 예정과 중국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도발하진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