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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말투, 보이스피싱 오해도…성실함으로 편견 극복”

[탈북자 정착스토리 ④] IT 관련 취업 성공 탈북민 “폭넓은 교육기회 활용해야”
김지승 기자  |  2017-07-07 17:01

국내 정착 탈북민 3만 명 시대. 이들은 한국에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 각자의 분야에서 고군분투를 하고 있다. ‘먼저 온 통일’이라는 사명감에 따른 이들의 노력은 향후 통일 한반도에서 큰 자산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

다만 이 과정에서 남북 문화 이질화로 인해 여러 갈등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데일리NK와 국민통일방송은 취업, 창업, 학교진학 과정에서의 성공 사례와 실패한 경험이 있더라도 교훈을 줄 수 있는 사례를 발굴, 한국 및 해외 독자들에게 탈북민의 삶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한다.

2013년 한국에 입국한 강동명(가명. 33) 씨는 3년째 A사 네트워크 보안 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공용 통신망에서의 해킹 가능성을 차단하고 보안을 강화하는 일을 맡고 있다. 회사 2급 보안 업무에 해당하지만 직원들로부터 신뢰를 받아 탈북자라는 한계를 극복하게 됐다고 한다. 20대 후반이란 젊은 나이에 한국으로 오게 된 그는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컸다. 한국 사회가 북한과는 다르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한국과 같은 능력 위주의 사회에서는 자신이 무엇을 가장 잘하는지부터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하나원 교육 과정 때부터 “한국은 IT 강국이니 무조건 인터넷은 잘해야겠다는 각오로 컴퓨터 자격증부터 취득하기로 했다. 그 결과 하나원 교육기간인 10개월 동안 7개의 자격증을 취득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그 후 강 씨에게는 목표가 하나 더 생겼다. 단순히 자격증만 취득하기보다는 실제 관련된 업무를 하는 한국 기업에 입사하겠다는 목표였다. 그는 오랜 고민 끝에 컴퓨터 학원에 등록하기로 했다. 무작정 찾아간 곳이 마침 컴퓨터 네트워크에 대해 가르치는 학원이었다. 

그러나 첫 수업부터 벽에 부딪혔다. 강사가 무슨 말을 하는 지 도통 알아 들을 수 없었던 것이다. 컴퓨터 용어가 대부분 영어라는 점도 그를 좌절하게 하는 요인 중 하나였다. 그러나 노력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무조건 책을 파고 들었다. 그렇게 3개월이 시간이 흐르고, 조금씩 강사의 설명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매일 공부하는 습관 덕분일까. 그는 어느 덧 관련 업종에 취업할 수 있는 단계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북한 출신 선입견 깨기 힘들어…능력으로 인정받는 한국 사회 

그로부터도 1년 후, 어느날 학원 원장이 조용히 그를 불렀다. 원장은 그가 자격 요건을 모두 갖췄고, 본인도 취직을 희망하고 있으니 A사에 추천서를 써 주겠다고 제안했다. 자신의 그동안의 피나는 노력을 알아 줬다는 생각에 한국 정착 후 처음으로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취업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입사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통과했지만 북한에서 왔다는 이유 때문에 채용이 꺼려진다는 통보를 받게 된 것이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나 드디어 채용하겠다는 연락을 받게 됐다. 드디어 A사에 입사하게 된 강 씨. 그는 북한 출신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한국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것 같아 뿌듯했다. 게다가 한국에서 첫 직장을 다니기 시작했다는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기쁨도 잠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일부 고객들이 “네트워크 보안 담당자 목소리가 보이스 피싱과 비슷하다”면서 “네트워크 보안 일을 중국 사람이 하냐”며 되묻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당시 중국의 보이스 피싱으로 금전적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많았고, 민원 전화 폭주로 인해 업무에까지 지장이 생겼다. 그도 노력을 한다고는 했지만 30년 가까이 사용해 온 말투나 억양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쉽지 않았다. 강 씨는 말 못할 괴로움이 쌓일 때마다 술을 마시며 버티기도 했다. 그렇게 일한 지 3년. 이제는 북한에서 온  그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입사 초기 말투 때문에 잠시 마찰이 생기기도 했지만 성실함과 위기 대처 능력을 인정받아 선입견을 깰 수 있었다고 했다.

어디서나 공부할 수 있는 교육 강국탈북민들에게 큰 기회로 작용 

강 씨는 한국의 가장 큰 장점으로 교육 환경을 꼽았다.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온라인, 오프라인 강의 시스템은 다양한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줬다. 특히 정부가 지원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좋지만 민간 학원들의 경우 교육의 수준이 높다 보니 탈북민들이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만 극복하면 학원 수강을 통해서도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탈북민에게 100만 원을 직접 지원해주는 것보다, 100만 원을 벌 수 있는 일자리 창출에 주력했으면 한다”며 탈북민들이 스스로 어엿한 사회 일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정책이 추진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스스로 일하고 싶은 분위기가 형성됐으면 좋겠다는 것. 그러면서 탈북민들은 북한에서 경험한 적 없는 기업의 복리후생, 보수에 대한 성취감이 남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도 고려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편, 강 씨는 지난 3년 간의 사회생활 경험을 토대로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네트워크 보안 분야에서 쌓은 전문성과 사회 경험을 토대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 치열한 경쟁을 뚫고 취업에 성공한 그의 노력은 물론 앞으로 청년 창업가의 길을 걷게 될 그의 새로운 도전에도 따뜻한 시선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다.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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